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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로 인해

by 김봉민 2018. 9. 24.
연휴가 되면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건강하고, 오늘 가족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면서 
행복한 시간 보내라~"

그런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내 입장이라는 게, 내가 고를 여지는 없었던 
사람들과 가족이 되었다가, 
모조리 절연을 선언해버린 입장이라, 
참으로 흐하핳ㅎ후우크크하ㅏ하, 스러운 
감탄사를 남발하게 된다. 

좋겠다. 
가족들이 가족이라 아무 이유 없이 
사랑 같은 걸 상호 간 한다고 믿으면, 
참으로 좋을 거야. 


그러다 보면, 연휴가 참으로 나에겐 불편한 맘이 들고, 
모르긴 해도 나 같은 사람 많을 거야. 
고아원에서 자란 사람 마음은 어떨까. 
그 사람들 참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아. 

그래, 그래서 오늘은 그런 이유 때문에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고 
핑계를 대고, 4차산업 혁명이 야기할 인간 관계에 관한 
다큐멘터리(한글로 언젠가 바꿔보자. 왜 다큐는 다큐지?)를 보다가 
결국엔 사람은 애정결립쿠스라 불러도 무방하겠단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어. 

그래서 강아지와 함께 사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고, 

나도 같이 산다, 유순이랑. 
 






내 가족, 유순이. 
내가 집에 들어오면 항상 나와 함께 있어주는, 내 가족. 
연휴가 되면 힘이 많이 되어줘서 고맙다. 
어제 명상할 때 계속 놀아달라 보채고, 
오줌이랑 똥 배변판에 안 쌌다고 혼내서 미안하다. 
참 고맙다. 지금도 너는 내 1미터 뒤에서 잠을 잔다. 

널 보니 저 위 유튜브에서 갖고 온 노래가 떠올랐다. 
미래란 알 수 없으니, 동물인 너와 나의 수명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대 수명에 의거하면, 내가 너보단 오래 살 것이다. 
노래 제목처럼, 

언젠가 너로 인해, 

나는 많이 슬퍼지고, 많이 울게 될 거야. 
그리고 노래 가사가 맞다. 
그보다 더 많이 행복해 할 거야. 

네가 나를 원한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원해 우리는 같이 가족으로 산다. 

내 이기심이 먼저였고, 그래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나에게 많이 각별하다. 부탁이자, 소원인데, 

내가 50살이 될 때까지 오손도손 살자, 유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