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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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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보이지만 러닝을 하면서 느끼게 되어, 내가 굳이 이야기해보는 것들

by 김봉민 2018. 8. 25.



-어디서 뛰느냐가 얼마나 뛸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나는, 원형 트랙에선 오래 뛰기가 힘들다 

500미터 단위로 계속 같은 풍경이 나오니 

일단 뛰는 거 자체가 몇 바퀴만 뛰어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또한, 따지고 보면 500미터마다 결승선(출발선)이 나오는 것이라, 

마음이 느슨해져서 더 뛸 수 있는데도 그만 뛰고 멈춰버린다. 

그런 날에는 집에 돌아와서 덜 상쾌하다. 

직선 코스는 이런 게 훨씬 덜 하다. 

내 마음을 바로잡는 건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지 말자.

차라리 나에게 잘 어울리는 곳을 찾고, 

거기로 가서 내 마음이 잘 흐르게 하는 게 낫겠다. 





-내가 뛴 만큼만 내가 나아가는 것이다


누가 나 대신 뛰어주면 그건 내가 아니라 그가 뛴 것이다.

나의 러닝은 나의 것이다. 내가 개똥 같은 땀방울을 연신 흘리고, 

가끔 '아, 쓰박. 내가 왜 이걸 또 하면서 괴로움을 자청했지'라고 

칭얼거리더라도 내가 짊어져야 하는 나의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다 뛴 다음에 느끼는 쾌청함도 그 누구도 아닌 

나의 것이다. 지금 내 다리에 박힌, 200키로 남짓의 런닝의 결과물인 

소박한 근육들도 내 것이다. 

아무도 내게 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 뛰는 거다.

그래서 누가 억지로 못 뛰게 만들 수도 없다. 

저절로, 내 인생은 내 것이란 당연한 사태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무리하면 다음날 뛰기 싫어진다 


딱, 조금만 더 뛸까, 라는 생각이 들 때 멈추는 것이 

종합적으로 내겐 더 좋더라.

그러면 아쉬운 마음에 내일 더 즐겁게 뛰게 된다. 

별로 힘들지 않기 때문에 매일매일, 지속성을 갖고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나름의 개인 기록 경신을 하겠답시고, 

이미 팔과 다리가 지쳤음에도 계속 나아가면, 

꼭 그다음 날 허리든, 정강이든, 발목이든, 어딘가가 쑤신다. 

아프면 당연히 하루 정도는 쉬게 되고. 

그럼 그 다음날엔 즐거움이 아니라 어떠한 의무감으로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의무감이 즐거움보다 즐거울 리는 없는 법이다.

더 뛸 수 있음에도 헤아려 중단하고 내일을 기약하여 

삶의 전체 즐거움의 파이를 증대시키는 게 영리한 삶의 방식 아닌가. 


 



그리고 이걸 쓰면서 명확히 느낀다.

뛰는 것과 쓰는 것이, 상당히 유사하다. 

러닝 관련 어휘를 모조리 '글쓰기' 관련 어휘로 

교체해도 될 수준이다. 


뛰기와 쓰기가 동반된 인생은 얼마나 

활력있고도 생산적일가. 


아직 제대로 동반시키지는 못 했다. 

이제 총 200키로 뛰었다. 

300키로가 되었을 땐 또 달라져 있을 거야. 

계속 붙잡고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