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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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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동 광속 오토바이 배달꾼들

by 김봉민 2018. 8. 22.

화양동 길거리엔 광속 오토바이 배달꾼들이 

즐비하다. 걷다가 깜짝깜짝 놀래고는 빠지지 않고

그들에게 소박한 형식의 저주를 쏟아낸다. 

거기에서 그런 속도로 달리다간 뼈 하나 뽀개지는 건 일도 아니다. 

하물며 행인들은 무슨 죄냐. 


무슨 죄가 근데 있다. 

행인들 중 한 사람인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광속의 배달꾼을 그렇게 달리게 만든 건 누구인가. 

배달 시키고 10분만 지나도 채근을 했던 적이 

나 솔직히 있었다. 배달꾼들이 빨리 다니길 

그 누구보다 원했던 순간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 어떻게 내 심정을 정리해야 하는 걸까,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세상의 광속에 나도 기여한 바가 있으니, 입을 봉해야 하는 걸까. 

이 사안만을 줄기차게 궁리를 하기엔 

내 삶이라는 물리적 시간에 그렇게 

많은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모른 척 하면 편하다. 그러나 이렇게  

머리의 그물망에 뭔가 걸려버린 이상, 

외면하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내게도 채근했던 이력이 있으니, 

화양동 광속 오토바이 배달꾼들의 

비상식적 속도에 수긍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좀 천천히 다닐 필요도 분명히 있다. 


무언가를 신속하게 이건 이거다, 

저건 저거다, 말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신속한 판단과 표현, 행동은 어려운 게 아니다. 

정확한 게 어려운 거다. 

그걸 뇌리에 다시 한 번 각인하고,  

세상에 빼곡하게 존재하는 각각의 

사안에는 저마다의 난점이 있으니 보다 세심하게 

내 내부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 

정확해지려는 걸 포기하지 말자. 


그리고, 다들 배달을 주문할 때 

채근들 하지 말고, 배달하는 사람들도 

길거리에서 좀 조심히 다니면 좋겠다. 

참 쉬운 말이지만, 현실화는 어렵겠지. 

어려운 게 계속, 

어려운 걸로 너무 오래 남지 않아야 되겠다. 

그런 세상엔 희망을 걸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