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다.
이 세 글자 쓰는 것도 지금 당장은 괴롭다.
왜 괴롭나 생각하니,
내가 너무 진지하기 때문이다.
캐주얼하게는 쓸 수가 없다.
글이란 결국,
연애편지, 일기, 유서의 형식
을 띠고 있는 것이
가장 볼만 한 법인데,
연애편지 같은 글은 너무 호기롭고,
일기는 너무 평면적이다. 내게 필요한 환타지가 없다.
그래서 늘 유서를 쓰듯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신세 한탄도, 희망 사항, 환타지도, 리얼도 있으니까.
허나, 그 유서 같은 글쓰기에 지친 셈이다.
너무 진지해져 버렸다.
유서 같은 글을 쓸 궁리에 빠지니,
우습게도 죽음에 대해서도 골몰하게 된다.
죽고 싶은 건 아니지만, 아, 그냥 죽음이 엄습하면
구태여 피하지는 말아야겠다는 맘에 빠진다.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면 죽는 게 낫다.
나는 언젠가부터 글쓰기라는 행동에
나란 인간의 존재가치를 부여하며 살아온 것이다.
혼자 이렇게 진지하니, 세상사 웬만한 것엔
관심이 뚝 끊기고, 더욱 고립되어 가는 기분이다. 그러나,
내가 이걸 또, 이겨내주길 바란다. 이겨내지 못한다면, 죽지 못해 살자.
최후의 유서 쓰기는 훗날로 미루자.
최후의 유서에 쓰기엔 아직 역부족한 경험만을 했으니까.
최후의 유서만은 완벽하길 바라는데, 지금은 굉장히 우스운 내용으로 채워질 거다.
그리고 이 세 글자 쓰는 것도 괴로운 처지에,
이렇게 몇 백 글자는 적었다.
재미있게 더 몇 글자 적어볼 궁리도 꾸준히 해보는 게 좋겠다.
유서는 삶에 대한 애착이 가장 강한 인간만이 쓰는 글임을 잊지 말자.
쓴 인간: vongmeanism
사진: 포토그래퍼 한욱희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