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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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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민의 작가는 소리 #11. 액션왕

by 김봉민 2014. 12. 23.


고질고질한 얼굴로 창문 열어, 

내 인근 구린내는 방충망 너머로 일단 피신시키고. 

눈곱을 떼야지, 아이디어는 손 쉬운데

막상 손을 얼굴로 데려가려고 하면 난관에 부딪힌다. 

이 귀찮음은 유서가 깊다. 좀체 박멸이 어렵다. 

약속된 외출이 왕왕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구질구질한 얼굴에 물칠을 하고, 그 물은 수돗물이고, 

비누칠을 하고, 사실은 폼클렌징칠이고, 

다시 수돗물로 얼굴을 헹궈내고, 그 사이에 눈곱은 

하수구로 갔겠지, 굳게 믿고, 

수건질로 그 모든 세척의 액션을 끝맺는다. 

그 수건은 누군가의 백일 잔치 기념이었다. 


그 아기는 지금쯤 돌이 뭐야, 걸어다니며 말썽이나 부리고 있겠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스킨토너와 함께

더 구질구질해진 얼굴에 쳐바르고, 

방충망 같은 각막을 뚫고 눈물은 도망나와

눈곱이라는 불필요한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해괴한 아이디어까지

추가로 양산해낸다. 


고질고질한 마음으로 길을 걸으면서,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니

또 지각이네, 그렇게 결심했건만, 그때서야 액션이 급해진다. 

서른 한 살, 걸어다니며 말썽이나 부리며 사는 게 분명한데, 

발칙한 아이디어는 늘 콸콸 쏟아졌다만, 

액션은 당최 더디기만 했다. 

부지런하게 살자, 이것도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지각만은 하지 말자, 이것도 말하나마나.


아이디어에 국한된 세계에서

왕왕, 이 아니라 부단히 줄기차게

외출하여 액션의 세계로 진입하자. 


물론, 이것도 아이디어지만, 

적어도 글쓰기는, 쓰기다. 액션이다. 

액션왕이 되자. 



쓴 인간: vongme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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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포토그래퍼 한욱희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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