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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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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민의 작가는 내 인생의 노래들 / 넥스트. <Here, I stand for you>, 비틀즈 <The long and winding road>, 언니네 이발관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by 김봉민 2018. 5. 14.

나는 음악을 달고 살았다. 자부한다. 

내 나이에 나보다 음악 많이 들어본 사람
되게 많을 거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그러나 정말 많이 듣긴 들었어..

그래서 모아두려 한다. 
내 생각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노래들을. 




넥스트. Here, I stand for you. 

10대 시절, 내 인생의 노래다. 

이 노래의 테이프는 중2때 삐삐가 순원빌라 201호에서 

강제 퇴거 당한 날 샀다. 당시 나는 인간적으로 고립된 상태였기에 

신 같은 사랑이라는 존재가 나를 구원해주길 바랐다, 

라고 적어두겠다. 



가사가 압권이다.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그저 지쳐서 필요로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기는 싫어

하지만 익숙해진 이 고독과 똑같은 일상도

한해 또 한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

등불을 들고 여기서 있을게 

먼 곳에서라도 나를 찾아 와

인파 속에 날 지나칠 때 

단 한 번만 내 눈을 바라봐

난 너를 알아 볼 수 있어 단 한 순간에

Cause Here, I stand for you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그냥 '나 겁나 외롭다고! 빨리 연애하고 싶어!'라고 해도 될 것을, 

해철이 형님은 온갖 후까시를 부리며 

멋드러지게 표현하셨고, 


거기에 매혹된 나도 중2병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근데 중2병이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었다고 해주자. 

간절한 바람. 나만을 위한 한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믿음이 그나마 견고했던 나의 고립을 느슨하게 해줬거든. 


중2병


이라는 단어 만든 놈 때문에 

이 세상의 낭만이 가혹하게 격하당하지만, 그래도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그러면 이제 20대의 노래. 




비틀즈 <The long and winding road>. 유명하지.

가사는 이렇다.


The long and winding road
that leads to your door
will never disappear
I've seen that road before
It always leads me here
Leads me to your door
 
The wild and windy night
that the rain washed away
has left a pool of tears
crying for the day
Why leave me waiting here
Let me know the way
 
Many times I've been alone
And many times I've cried
Anyway you'll never know
the many ways I've tried
 
But still they lead me back
to the long and winding road
You left me standing here
a long, long time ago
Don't leave me waiting here
Lead me to you door
 
But still they lead me back
to the long and winding road
You left me standing here
a long, long time ago
Don't keep me waiting here
Lead me to you door



Why leave me waiting here.

Lead me to you door.

이 두 문장에 혹했다. 
영어에 극도로 약하지만, 저 정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제목도 '길고 바람부는 길'. 시적이잖아. 청춘 같은 게 느껴지고. 
애달프고. 괴롭고. 들판에 선 느낌. 

대학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글쓴다고 집구석에 쳐박혀 있기 시작한 무렵 
많이 들었었다. 그러니까 녹번동 인석이네 집에서 많이 들었구나. 


왜 날 혼자 뒀어.
당신의 문앞으로 날 이끌어줘. 


글쓰는 마음이랄까.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왜 졸업을 하게 하고. 
도무지 글 잘 쓰는 방법은 모르겠는데. 
뭐 대략 그랬다 치는 게 제일 좋겠다. 

누구나 자기만의 괴로운 길을 걸어야 할 때가 있겠지. 




언니네 이발관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내가 아직 35살이지만, 그래도 이걸 30대의 내 노래로 뽑겠다. 

작년에 나온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이다.
유작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좋다.
다 쏟아 부은 것 같고, 진실되다.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노래들이라 더욱 값지다.

이석원씨가 비록 뮤지션으로선 활동을 그만두더라도, 
인간으로선 성실히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훌쩍 흐르고 흐르고 흐르고 흐르고 

지나,

내가 노인이 되어 이 노래를 들으면 
지금 이 맘 때쯤의 내 모습과 내 인근 풍경들이 저절로 
머리에서 플레이되겠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Here, I stand for you>나,  <The long and winding road>를 
들으면 슬프지 않다. 얻은 게 없었더라도, 
잃은 것도 없어서라 치자. 줄여서, 잘 살았다, 치자. 


잘 살자. 
그래야 나중에 죽을 때 잘 죽지. 



등불을 들고 여기 서 있을게. 
멀고도 바람부는 길. 
겁도 없이 혼자 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