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족이니까 어쨌든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
이 말은 가족에게 지대한 사랑받은 네가,
그렇지 못하긴 커녕,
괴로움만 줄창 받아 괴로웠던 내게 할 말은 아니다.
네 아빠가, 네가 5살이었던 때부터 지금까지
성폭력을 저질러왔는데도
너는 네 아버지를 사랑할 자신이 있는가?
그게 성폭력이 아니라 언어폭력이었다면,
그래도 좀 괜찮은 거야?
정말 괜찮다면, 그럼 정말, 가족이니까 사랑해야 한다,
라는 말을 내 앞에서 해라, 이 어설픈 가족주의자야.
아무 예쁜 짓도 안 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예쁨 받았으니까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뭘 말해도 설득력을 갖췄을 거란 그 오만함.
내가 너였으면 지금의 너보다 훨씬 더 잘 살았겠다.
아냐? 어디서 그 더러운 유니세프질인가?
그렇게 사랑을 받았는데도 그 정도로 밖에 왜 못 살았냐?
이런 말을 들으면 발끈했을 주제에
어디서 훈장질인가.
때문에 누군가는 내가 쏟아 낸 이런 이야기가 거북할 텐데,
나는 가족이니까 어쨌든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 라는 말에 베였다.
근데 나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실제 주둥이를 빌려
말해본 적이 없다. 역으로 그런 말을 귀에 주워담아
들었던 적은 너무도 많다. 거지 새끼를 부자 새끼들이
두들겨 팬 격이다. 나는 무식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나 이제 안다. 나보다 더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본
인간은 몇 없다. 나는 가족에 대해 늘 생각했다.
천국에 사는 인간이 천국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거의 없지만, 지옥에 사는 인간이 천국에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건 본능이란 말이다.
가족의 달. 이것 때문에 나는 괴롭다. 가족의 달.
나는 가족 때문에 죽고 싶었다,
가족에 대해 오해하면 안 된다.
그것은 사랑을 주고 받는 소사이어티가 아니라,
그냥 뭔가 주고 받는 소사이어티다.
그 뭔가가 괴로움이라 괴로움을
계속 주고 받는 가족이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있다.
그 뭔가가 사랑이라 사랑을
계속 주고 받는 가족도 있다. 그뿐이다.
잘난 척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