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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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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의 중심에서

by 김봉민 2018. 3. 26.


아무래도 속상한 것 같아 검은 하늘의 정중앙을 

노려보면, 역시나 지금 속상한 것은 

내일이면 우스운 일이 된다고 

찬란한 변두리에서 일기예보를 해온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알지 못 한다. 

내가 알고 있던 것으로부터 

내가 알지 못 하는 것까지의 거리는 

채 한 뼘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또 안다. 




인도 다람살라. 달라이 라마를 보러 간 그곳에는 

나이트클럽도 있었다. 

그리고 인도에선 드물게 주류판매점도 버젓이 있었다. 

나는 올드몽크라는 독한 럼주 한 병을

방에서 깠다. 취할 대로 취했던 이유는 

그저 취하고 싶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이십대의 블랙홀에 빠진 기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와 

내가 어디에 묶여있는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알기만 할 뿐, 나에겐 헤어나올 근력 같은 게 전무한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사랑했던 것들 때문에 

나는 괴로웠다. 일테면 글쓰기 같은 게 나를 위협했다. 

이겨내고 벗어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달라이 라마에 적잖이 몰두했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나는 오랜만에 취해 순엉터리 일기를 쓰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 구멍의 시작과 끝이 어딘지 얼추. 



창밖을 보라. 봄이다. 

미세먼지, 라는 단어를 내 10대 시절엔 

들어보지도 못 했다. 거기에 '주의보'라는 말까지 

붙을 줄은 몰랐다. 



나는 그리고 봄에 와있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러나 내 알 바 아니다. 

나는 어쩌면 관성과 모멘텀에 관심이 많다. 

이 봄은 언제까지 지속되고, 언제쯤 끝날까.

나는 물리학자가 되기엔 너무 수싸움에 약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걸 적으며 스스로를 달래는 걸 

숙명으로 여기고 있으니 속상해 하지는 말자.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식으로 

써재끼는 것이 아니라, 

혹여 이걸 읽고 한 녀석에게 

오해살까 염려가 되므로 이제 그만 쓰자. 

 


그런 거 아니란다. 

 


이러한 사족 같은 당부를 남기는

하늘 아래에 있구나. 

내가 속한 영토가 찬란한 변두리인지 

나가서 자전거 한 번 타고 와도 괜찮을 

검은 하늘 아래란 걸 나는 안다.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