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5일
인도에 다녀온 지 얼마나 되었더라.
굳이 되짚어봐야 이젠 그걸 알게 된다.
4년 6개월쯤 되었다.
근데 그게 14년 전의 일 같기도,
4개월 6일 전의 일 같기도 하다.
허나, 희미해지더라도 내가 거기 있었다는 사실을 잊진 않는다.
내 방들이 생긴 지 곧 1년이 된다.
내 큰 나무 책상은 이케아에서 40만원인가 주고 산 거다.
아주 크다. 이보다 큰 개인용 책상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기나긴 시간 이 책상은 내 인근에 있을 것이다.
내 머리 위의 조명도 이케아에서 사온 거다.
아주 큰 등이랄까. 본 사람은 제법 놀랄 만큼 크고, 멋있다.
8만원인가 주고 샀다.
내 좌측 옆의 소파는 재영이가 준 거다.
재영이가 아무리 얄밉게 굴어도 나는 녀석에게 늘 미안할 수밖에 없겠다.
벽은 모던그레이 톤인데, 내가 4시간 남짓 노가다 해서
착색시켰다. 힘들었다. 보람도 그만큼 깊었다.
(착색을 마친 직후, 창훈이형이 이 방에 와서 같이 술을 먹었던 게 기억난다)
이 방 밑에 깔린 러그. 이 역시 재영이가 준 거고,
창훈이 형도 이 러그를 밟으며 괜찮네, 라고 했던 게 기억나는데,
이제 형은 내 인생에서 멀리 떨어져나갔다.
내가 버린 것도 아니고 형이 나를 버린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인도. 인도는 내가 저처해
갔던 최초의 곳이다.
거기서 만났던 효인이. 상원이랑 결혼했다. 잘 살겠지?
그 둘을 마지막으로 본 게 1년 8개월쯤 됐다.
재연이도 결혼한댄다. 상현이형, 그 증권사 다녔던 친절했던 형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그때 만났던 그 사람들,
거의 대부분 잊었지만, 기억될 사람은 저절로 이 안에 남아
나 혼자서는 꾸준히 그들에 대해 읊조리고 있다.
사는 건 신기하다.
지금 내 옆에는 맥주 2캔과 탐탐 드링킹자,
내가 골랐지만 정말 요상하게 예쁜 가습기, 그리고 귤들들들.
기타 이외의, 1년 전에는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이 있다.
다 새로 생긴 거다.
새로 생긴 만큼 무언가를 나는 잃었다.
그래도 그게 거기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변함없는 것은 낡은 것이라는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변함없는 것은 오늘도 내일도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지 싶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장수하게 되리란 기대가 커진 마당에
우울함에만 젖어 골골거리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에 안착하게 되었다.
인도에서 난 무엇을 보았더라.
그 기억들이 미래엔 더욱 영롱히 빛나기를
모쪼록 바라는 이 마음에 부디 건배를 해줘. 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