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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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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헌법

by 김봉민 2017. 8. 17.

나의 헌법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반박 자료가 없던 나는 소문을 내기로 했다.

그것은,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다, 

라는 것이었는데, 도무지 화제의 중심에 서지를 않고, 

유언비어처럼 나는 면목동의 뒷거리에서만 

거론됐다.

처음 내가 그리하여 진심을 담아 벽에 낙서한 것의 내용은 

씨발, 로 시작하는 욕설문이었는데, 

거듭 말하지만 그건 정말로 진심이었다.

허나 그 마저도 외면 받는 현상 속에서 

어차피 읽히지도 않을 거라면 

나는 차라리 나의 꿈을 노출시키고 변호하는 

찌라시를 만들기로 했다.

인쇄 가능한 슬픔은 그게 설령 찢기거나 

물에 젖거나 곰팡이가 피어나더라도, 

일부의 추측과는 달리 꽤 요긴해진다는 

민간 설화가 있다.  

나는 선언하고 싶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 않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대변하는 

휴지라도 되겠다. 

내 고유의 나이테를 만들고 그 흐름에 따라 

인쇄 되겠다. 

재활용마저도 마땅히 자처하며 엄숙하게 

미워하는 것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은 분노하고, 

사랑하는 것은 지키자. 


이상, 씨발이라는 단어만 없었으면 

더 좋았을 나의 메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