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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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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새벽

by 김봉민 2017. 8. 12.

여행의 새벽


오늘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버렸다.  

힘을 내어 무려 우울함과 맞서 

싸우려는 만행을 저지를 이유도 없었다.  

저절로 밥을 먹으면서 맛있게 그 모든 걸 삼켰다. 

커튼을 제끼니 보이는 바깥. 

내가 과연 잘 살았는가, 잘못 살았는가, 

그런 고민을 10초 정도 하고는 


아무렴 어때, 나는 지금 살아있거늘.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을 여니 크리스토퍼 놀란이 

소주 한잔 마시자고 한다. 

나는 그를 발로 차버리고는 

태평양과 인접한 섬- 그 섬의 이름은 나중에 짓자-으로 

자리를 옮겨 아직까지 수영을 배우지 않은 걸 자책한다. 

조금은 한탄스럽게 바다를 원샷하고, 

눈물은 왜 짠가, 라는 문구가 이런 이유에서였군, 

한 마디를 남기고 나의 전용 드래곤에 탑승한다. 

수지구 풍덕천동에 들러 너를 태우고 

쿠바와 아르메니아, 독일과 파푸아뉴기니 상공을 

우리는 비행하면서 침을 몇 번 뱉는다. 

그것을 맞은 체 게바라가 비록 우리를 원망하더라도, 

이런 새벽에는 다 그런 대로 용서가 되는 거라고 

안톤 체홉이 말한 거라 상정하자. 

중간엔 브로드웨이에 들려 너와 나는 

AK소총으로 극장 간판이란 간판은 모조리 가루로 만든다. 

이놈의 세상은 항시 메인 스트림이 늘 문제였다고 

너는 한 마디 한다. 

그러지 말고 우리 후쿠오카에 가는 건 어떠하리. 

좋다. 후쿠오카 시청 앞에서 우리는 

일단 덴뿌라를 먹고, 덴뿌라 국물은 안 먹는다. 

기타노 타케시는 자기가 잘 아는 스시집에 

우리를 초대한다는 서신을 보내왔지만,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너의 삼엄한 경계 속에 노상방뇨를 

후쿠오카 시청 시장실 복도에 감행한다. 

일본 경시청 소속 순사가 어떻게 알고 

그러지 말아 달라며 눈물을 발사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리가또우 고자이마스, 재팬. 

그 사이 점차 아침이 습격을 한다. 

드래곤을 크리스토퍼 놀란 옆에 주차부터 한다. 

(그는 혼자 술 취해 보신탕을 먹고 있다) 

너는 내 침대에 눕힌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가슴 벅찬 새벽 여행을 

황당과 무계로 빼곡한 기행문으로 남겨본다. 

아무렴 어때. 내일은 우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