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2알
아스피린의 효능을 기대하며 아스피린 2알을 먹었다.
두통은 고질인지라, 이렇게 비오는 날에는 그냥 무방비로 있으면
사정 없이 춤을 춘다. 내가 요즘 어머니를 피하는 이유도
이 문장 근처 어딘가에 있으리라.
버림 받지 않기 위해 먼저 버리려는 전략은
최악인 것 아닐까. 나는 깊은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 사랑은 나로 하여금 소리 빽빽 지르게 하기도 하고,
73살 노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게 하기도 하며,
지금까지 있던 그 모든 걸 원망스럽게도 했다가 이내 용서도 하게 해줬다.
나는 버려지지 않을 테니 버리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아스피린을 2알 정도만 먹는 걸로
내 비루한 인생과 타협을 하자.
그리고, 어머니. 건강하십니까?
나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올 것이니, 그날 직전에
저질스럽지 않게 연락하겠습니다.
그날엔 한 번 우리도 스텝이란 걸 밟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