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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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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홀로 있는 사람들 <언니네 이발관> - 김봉민의 작가는 뇌스트레칭

by 김봉민 2017. 6. 7.

<뇌스트레칭>

가급적 가사가 없는 음악을 틀고, 그 음악을 들으며 최대한 자유롭게, 거의 방종에 가깝게, 

짧은 문장의 글을 쓰며 표현력을 기르는 글쓰기 연습법 


*주의: 잘 쓰려고 하면 안 됨. 이건 어디까지나 연습이니까, 그리고 장난이니까, 

또한 세상을 살며 그냥 못해도 되는 거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는 거니까. 

 





-나약한 사람은 한 곳에만 애정을 준다.

강한 사람은 사랑을 세계 곳곳으로 확대한다. 

완벽한 사람은 모든 곳에서 애정의 불을 끈다. (에리히 아우어바흐)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나는 나약한 사람이다.


-나는 나약한 사람이지만 강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제대로 나약하지도 않다.


-어딘가 병들었다. 병신일 수도 환자일 수도.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겠다.


-한계란 나의 경계와 나의 경계에 대한 무지와 그 무지에서 비롯된, 내 경계 바깥의 그것을 강력히 소망하게 되었으나 이루지  못 하게 되었을 때 떠올리게 되는 단어다. 


-나는 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뼈 마디 마디가 부서지는 느낌이다만, 아마도 실제로 뼈 부서지는 게 더 아프긴 할 거다.


-나는 실제로 뼈가 부서진 적이 없다.


-그러나 헤아려 장님처럼 더듬어보는 것이다. 그 더듬어보기가 내 직업의 주된 작업 중 하나다. 엄살은 직업병이다.


-이 더듬어보기를 지속적으로 강행하다 자살하게 된 이가 무수히 많다. 실제 뼈가 부서져 죽는 이와 비율적으로 견주어봐도 많이 부족하지는 않을 테다.


-완벽한 사람은 모든 곳에서 애정의 불을 끈다고 하지만, 애정의 불을 꺼버리는 그 자체가 이미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사를 오면서 온갖 것을 다 버렸다. 그중엔 형제의 밤 초기 포스터도 있었다.


-이젠 구할 수도 없는 것들인데, 그냥 버렸다.


-한 때는 나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의 전부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낼 것들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버린 것 중엔 냉장고 속에 사실상 방치되었던 냉장 용기들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쓰레기봉투에 버렸는데, 그걸 또 윗집 주인집 할망구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꺼낸 후 깔끔하게 설거지를 해버리고는 이것들 잘 쓰겠다고 그 집을 떠나는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문을 잠그고 잠을 자고 있어도,  열쇠를 따고 들어와 자기 할 말을 해버리고는 나가버리는 그런 할망구였다.


-그러한 류의 배려 없음에 진절머리가 나버렸다. 


-더 기가 차는 것은 언젠가부터 그런 것에 내가 진절머리가 나서 할망구한테 쌀쌀 맞게 굴었는데도, 그것에 대한 피드백은 제로였고 여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는 거였다.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말은 상스런 노인들이 만들어낸 말이겠지 싶다. 


-좋은 사람을 공경하고, 나쁜 사람을 회피하자. 나쁜 사람은 사실 회피하는 게 아니라 짓이겨버리는 게 더 추천되는 바이다. 그 나쁜 사람이 누구이든. 


-그러나 좋고 나쁜 것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는 맹점이 있다.


-세상을 쉽게 사는 법은 아싸리 무식해져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슬프다.


-나는 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의 경계에 대해 생각한다는 말이다. 


-나의 경계에 대한 나의 무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걸 모르고 내지른 나의 욕망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이사하기 전에 살았던 집의 윗집 주인집 할망구와 다를 게 뭐가 있나. 


-되게 많다. 


-그러나 비슷한 것도 없지 않다. 


-내가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은 결론적으로 다 병신이거나 환자이거나, 둘 다다.


-나는 공격적이다


-나는 악마적 상상도 서슴지 않는다 


-나는 혼자서 잘 있지도, 사람들과 함께 잘 있지도 못한다


-잘 모르겠다.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공격적 특성에는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니라


-악마적 상상도 서슴지 않는 이유는 그래야 가장 폭넓게 생각한 뒤 가장 훌륭하고 알맞은 것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잘 있지도, 사람들과 함께 잘 있지도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에리히 아우어바흐가 말한 완벽한 사람의 범주에는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아직 무기력해지진 않았다. 


-언제쯤 나는 내가 바라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모두 떠나버리고 혼자 되더라도, 나는 다짐한다. 그땐 정말 펑펑 울 거다.


-이게 나야. 


-가난하고 덜 배워서 성정이 부족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역시 가난하고 성정이 부족한 나. 


-그러나 배우겠다는 마음, 학교따위가 아니라 집요하도록 추궁하고 규명하고 판가름하며 배우겠다는 그 마음, 그것도 있는 나. 


-그게 나야.


-그땐 정말 펑펑 울고 싶으므로 추하게 보이더라도 울어야지. 


-완벽한 사람은 되고 싶어 하지도 말자.


-나는 어설프게 말고, 제대로, 나약해지는 편을 택해야지. 


-내가 자초해 내게서 파생됐던 그 모든 슬픔, 그 모든 게 오로지 나만의 잘못은 아니야


-나는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냐. 그렇지만 세상도 나에게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 라는 가사가 귀에 잘 들어온다.


-살점을 도려내는 수준으로 반성을 하는 것에서 자존감의 근거를 발췌하는 것은 그만두자. 


-내가 자초해 내게서 파생되었다 판단했던 그 모든 슬픔, 그 모든 게 오로지 나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기존의 '작가'는 아마 다음 세기에는 사라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 되더라도 '작가정신'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직업군 내에서 작가정신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위의 것은 쓸데 없는 이야기다. 왜 썼나 싶다.


-마침표를 찍는 문장이 있고, 안 찍는 문장도 있다.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그리고 이제야 밝힌다. 나는 내가 싫다. 


-그때문에 생길 슬픔은 그러나 올곧게 나만의 것일 테다 


-내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