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학습과 충분한 양의 분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
때문에, 나에게 배우고 있는 언시생들에게는 항상 작문 분석(레퍼런스급 잘 쓴 작문 8.5: 망한 작문1.5 비율)을 시키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는 각 서-본-결이 고퀄일반공식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혹은 지키지 않아서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실력 향상이 이루어지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개선점 제시'를 할 때라고 볼 수 있다.
잘 썼지만 아쉬운 부분이 드는 작문을 나라면 이렇게 고쳐볼 것이다.
를 생각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한 단계 더 응용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개선점 제시를 시키면 이렇게들 한다.
'결말 부분에서 갑자기 끝 맺는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이건 단순 평가지 개선점 제시가 아니다. 이 차이를 분명히 알고 공부 해야 한다.
결말 부분에서 갑자기 끝 맺는 느낌이 들었던 구조적인 이유를 찾고, 그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것인지까지 제시가 되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하나의 작문을 공부했다고 할 수 있다는 거다.
자세한 예시를 통해
앞으로 너희가 해야 할 개선점 제시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자.
아래 작문은 최종 합격자의 연습 작문이다.
작문: 음악 없는 세상에 대해 스토리텔링 하시오.
한 때 최고의 작곡가를 꿈 꿨으나 이제 다 부질없는 이야기이다. 귀도 들리지 않는데 무슨 작곡이란 말인가. 내 세상에 이제 음악은 사라진 것이다. 조금이라도 귀가 들릴 때 모든 것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 39살이란 젊은 나이에 귀머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나 박무형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듯싶다.
8년을 한결같이 내 곁에 있어준 여자친구 서희, 그녀와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도 내 귀가 점점 들리지 않을 무렵이었다.
“오빠! ....!”
“어? 뭐라고? 잘 안 들려! 요즘 들어 더 잘 안 들리네!”
“오빠! .........!”
“잠시만! 보청기 좀 끼고 다시 듣자. 뭐라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자식아! 됐어... 나도 이해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 우리 좀 떨어져서 생각해 볼 시간을 갖자.”
그렇게 서희와 멀어진 후, 나는 매일 술에 취해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보내지도 못 할 편지였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하루를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99통쯤 썼을 때, 이제 그만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나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내 죽음을 격려라도 하듯 통장 잔고도 점차 떨어져 갔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때 잘나가던 나 박무형이 굶어죽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폼 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일단은 돈을 벌어야 한다. 사실, 작곡가 후배 연주가 부탁한 일이 있긴 하다. 작곡가 체면에 후배가 작곡한 노래에 가사나 붙이는 일을 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거절했던 일이지만, 일단 연주에게 연락해보기로 했다.
‘연주야, 나 무형 오빠다. 혹시 나한테 작사 부탁했던 곡, 아직 작사가 못 구했니? 그때 네 부탁을 너무 단칼에 거절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더라고.’
‘네! 오빠가 다시 연락해 주시길 기다렸어요! 곡 보내드릴테니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그래. 내가 네 부탁이니 특별히 한번 해볼게. 다음에 밥이나 한번 사라’
‘네, 그럼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제 거의 세상 모든 소리가 모기소리처럼 들리지만, 죽을힘을 다 해 3일 밤낮을 꼬박 세워 완성했다. 사실, 서희와 멀어지고 나서 쓴 편지들을 가사에 그대로 담았다. 이렇게 더 이상 내 세상엔 없는 음악으로라도 서희에게 닿고 싶어서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연주에게 노래를 보낸 지 한 달이 지나자 이제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는다. 이제 그동안 수십통의 편지를 쓰고 작사를 하며 갈고 닦은 필력으로 세상에 남길 멋진 유서 한 통을 쓰고, 연주에게 받은 작사료로 좋은 옷이나 한 벌 사 입고 그 모습 그대로 세상을 떠날 일만 남았다.
유서 형식은 시로 정했다. 구구절절할수록 동정만 살 뿐이다. 한 세 시간쯤 걸렸을까? 저승에 가서 김수영 시인에게 칭찬받을 만한 시, 아니 유서가 완성됐다. 돈은 없지만, 팔로워 만큼은 3000명 가까이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에 유서를 올리고, 마지막 발견될 때 내가 입고 있을 옷을 사러 집을 나섰다.
“띠링” 페이스북에 댓글이 달렸나보다. 확인해보니 지구본에 3이라는 숫자가 떠 있다.
김연주: 선배님! 선배님 곡으로 데뷔한 박격탄소녀단, 첫방부터 1위 했어요! 이 시만 봐도 정말! 역시 선배님이 작사해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해요!
차서희: 무형씨, 이번에 나온 노래, 그거 우리 얘긴 거지? 8년이나 함께 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어. 우리 이제 평생 함께 해. 보고 싶어!’
김철종; 안녕하세요. 박무형 님. 키움 출판사 마케팅팀 실장 김철종입니다. sns에 올리신 시가 너무 좋아서 연락드립니다. 혹시 저희랑 계약하실 생각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렇다. 나는 점차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고, 내 인생의 전부이던 음악도 점차 내 세상 속에서 사라져갔다. 음악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도, 통장 잔고도, 작곡가로서 쌓아가던 명예도 한 순간에 다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잊고 있었다. 나는 박무형이었다.
한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찾아내고야 마는, 박무형이란 말이다. 이제는 서희도, 방탄소년단 그 기특한 아이들이 벌어다 주는 저작권료도, 작가로 다시 쌓아나갈 내 명예도 잃지 않고 지켜내버릴 것이다.
음악을 잃고 죽어가던 내 삶에 이렇게 새로운 음악이 또 한 번 찾아왔다.
-끝-
이 작문에 대해 올바른 방법으로 개선점 제시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1)구체적 쓰기
통장 잔고도 점차 떨어져 갔다. > 통장에는 3만 2천 원 밖에 남지 않았다.
2)서희의 SNS 댓글
개인적으로 저런 말은 메신저로 할 것 같은데, SNS로 댓글이 달려서 의아함. 아니면 댓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바꿔도 될 듯
차서희 : 무형씨, 이번에 나온 노래, 그거 우리 얘긴 거지? 이번 시도 너무 좋다. 다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연락 줘. 라든지
3)좋은 옷
좋은 옷을 산 게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건 서희를 만나러 데이트하러 갈 때 입을 옷을 하든 오도시가 나와야 함. 아니면 통장에 돈이 없으면 생활고로 의심 받아 죽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통장에 돈을 채워놓고 죽어야겠다로 해도 될 듯
4)작사 하나에 돈과 여친을 얻음
한 사례로 두 가지 이득을 봤는데..그러다보니 3의 법칙이 깨져서 아쉬움.
5)시 제목만이라도 알려줬으면 좋았을 듯
6) 작문의 제목도 지어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음악 없는 세상에서 내가 만난 음악> 이렇게라도!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복잡하지도 않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본인이 해당 작문에 느낀 아쉬움의 근거를 찾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고쳐 써보면 좋을지
'예시'를 들어 설명하라는 것.
이 과정까지 거쳐야,
직접 작문을 쓸 때 실질적인 적용이 가능하다.
머리에 지식을 넣는다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써먹을 수 있는 형태로 미리 변환을 해 놔야만,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쓸 수 있는 것.
혼자서 공부하고 있는 언시생들이 있다면,
반드시 분석할 작문을 구해서 이 과정(분석--> 개선점 제시)을 한 달 이상 반복하도록 하자.
그래야만 기초 실력이 오른다. 요행을 바라지 말자.
이론적인 공부는 아래 교본을 통해 하면 된다.
심지어 무료다.
무료로 배포할 때 어서 다운 받아가라.
[작문 분석법] 개선점 제시 방법 | 최종 합격자 작문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