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논술 모두
오프닝에 확실히 훅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집어 넣고,
이를 엔딩에서 수미상관 시키면 기본 이상은 갈 수 있다는 말을
무수히 많이도 해왔다.
알려줘도 하지 못하는 이유?
이론적인 저 방법을 어떻게 실제로 적용해야 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 또한 여러번 알려줬던 방법이지만
오프닝에 써먹을 수 있는 명언을 몇 개 외워두고 (시제 연관성이 떨어지면 외워봤자 써먹지 못하게 되므로,
되도록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애초에 골라서 외워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오프닝에 활용한 명언을
수미상관하여 엔딩까지 만들면 된다.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오프닝에서 써먹은 명언을 결에서 동어반복적으로 써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조건 변형을 해줘야만 한다.
예를 들어,
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결: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미상관은 이루되,
그대로 써주지는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를 준 부분이 본인이 쓴 작문 혹은 논술의 내용과 관계성이 있으면 더욱 좋다.
이렇게 명언을 활용하여 오프닝의 훅을 만들고
엔딩의 수미상관까지 성공시킨 합격자의 연습 작문을 한번 살펴보자.
제목: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역시 세계 최고의 코미디언다웠다. 내 인생 또한 친구들이 봤을 때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 코미디언이었지만 현실은 대학로 극장에서 열리는 코미디 쇼에 아무도 오지 않는 망한 코미디언이었으니까. 오늘도 관객은 0명. 벌써 1년째 이 모양이다. 난 실패했다. 이젠, 포기하련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내 무대 한 번 보여주고 오늘 밤 12시에 이 세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가족들에게 오늘 내 소극장에 와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오후 6시.
가장 먼저 엄마가 도착했다. 이마트 캐셔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오신 듯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 공산품들의바코드를 횡단보도 삼아 생계를 이어오신 우리 엄마. 엄마에게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같은 슬랩스틱이 제격이리라. 엄마를 객석 1열에 앉혀 놓고 사각형 모양의 콧수염, 엉성한 신사 모자, 지팡이까지 완벽하게 채플린 분장을 한 뒤 현대 노동자들의 삶을 토대로 슬랩 스틱을 열연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엉성하게 걷다가 넘어지고, 널브러진 참치 통조림들을 잘못 밟아 진열된 상품들을 쓰러뜨리고, 마지막으로 컨베이어 벨트 위로 실려 가는 <모던 타임즈>를 오마쥬한 슬랩스틱까지! 하지만 완벽한 열연을 끝내고본 엄마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걱정만이 서려있었다.
“아들,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넘어질 때 엉덩이 뼈 크게 부딪히던데 안 아프니?”
아차, 웃음보다 내 걱정이 먼저인 엄마였다.
오후 8시.
두 번째로 동생이 도착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 ‘샤’ 대학교 공대에 다니는 내 동생. 오늘도 화학 실험 때문에 늦게 끝난 듯했다. 엄마를 웃기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웃기리라. 대학생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인싸 개그’면 백발 백중이었다. 객석 1열에 동생을 앉혀놓고 요즘 유행하는 ‘인싸 개그’를 퍼부었다.
“내 얼굴 잘 생긴 거 인정? 어 인정”
“동의? 어 보감”
“고등? 어 조림”
“머라이? 어 캐리”
하지만 동생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찡그림만이 배어 있었다.
“형, 무슨 소리야?”
아차, 내 동생은 공부만 하는 ‘아싸’였다.
오후 10시.
마지막으로 아빠가 도착했다. 여의도에서 회사가 끝나자마자 달려오신 아빠였다. 비록 엄마와 동생은 실패했지만 아빠만은 확실하게 웃길 수 있었다. 50대 중년들에게는 사회 풍자 개그가 취향저격이었으니까. 객석 1열에 아빠를 앉히고 사회 풍자 블랙 코미디를 보였다.
“박근혜가 간장을 먹으면? 간장 치킨!”
“이명박이 멜빵을 입으면? 미키마우스!”
언제나 정치 풍자 블랙 코미디는 관객들의 정치에 대한 답답함을 뚫어줬기에 확실했다. 하지만, 아빠의 얼굴에는 웃음은커녕 불쾌함만이 서려 있었다.
“…”
아차, 우리 아빠는 자유코리아당 지지자였다.
결국, 난 마지막 무대에서 가족조차 웃기지 못했다. 나란 놈은... 못났다. 어서 가족들을 보내고 무대를 정리하고, 12시 정각에 내 삶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아빠가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으니 외식이라도 할까?”
생각해보니 이렇게 온 가족이 모인 것도 오랜만이었다. 언제나 마트 일로 바쁘셨던 엄마, 공부만 했던 동생, 회사 업무에 치여 사셨던 아빠까지. 하지만 오늘, 나를 위해 소극장까지 달려와 준 가족들이었다. 비록 내게 코미디에 대한 재능은 없었어도, ‘나’를 보러 와주는 나만의 ‘관객’들이 있었다.
11시 59분.
나만의 관객들과 극장 근처 삼겹살 집에서 외식을 했다. 신기하게도 무대에서는 웃지 않던 가족들이 모이자 서로의 이야기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내 인생의 관객들을 위해, 조금은 더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12시.
아니 0시.
소주잔을 부딪히며 건네는 웃음에,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그리고 감히 찰리 채플린의 명언에 하나 얹어 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
-끝-
이 작문처럼
오프닝에서 써먹은 명언은
결에서 반드시 써먹어줘야만 한다.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결에서 반복적으로 써먹지 않고
한 번만 쓸 거라면, 특히나 그게 오프닝에 있는 거라면,
차라리 오프닝의 명언도 포기해야 한다.
구성력을 오히려 깨트리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왜 명언을 써먹어야 해? 글에 나오는 핵심 대사로 하는 게 낫지 않아?'
막상 글을 써보면
대사로 시작하는 오프닝의 경우, 대부분 그 대사로 수미상관을 못 시킨다.
그게 문제다.
오프닝에서, 결에서 수미상관 시킬 것을 고려해서 넣는 대사는
정보 제공용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건 훅도 떨어지고
결에서 수미상관 했을 때 오도시도 안 쳐지는 경우가 많다.
페이오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위의 합격자 연습 작문을 다시 보자.
명언으로 오프닝의 훅과 엔딩의 수미상관을 성공시키며
페이오프까지 만들어 냈다.
명언 그 자체에 담긴 역사성과 의미까지 이 작문의 페이오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구성력도 탄탄하다는 느낌까지 주게 된다.
그런데,
명언도 아무거나 써주면 안 된다.
범용성이 있되, 너무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으로 써주는 게 가장 좋다.
1.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스티브 J 굴드
2.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3.과거는 현재를 통해 미래로 침투한다 -도정일
4. 가장 큰 약점은 약점을 보일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자크 베니뉴 보쉬에
5.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
6.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벽함이 성취된다.-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7.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레프 톨스토이
8.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9. 상상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현실이다. - 파블로 피카소
10. 한번 깨어나면 영원히 깨어 있어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일단 생각나는 것들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이 밖에도, 네가 가장 잘 써먹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틈틈이 찾고, 외워두었다가
작문, 논술 오프닝에 적절히 써먹도록 하자.
엔딩에선 수미상관도 시키자.
이 간단한 방법으로 네 작문/논술의 훅과 페이오프가 확 오른다.
안 써먹을 이유가 도무지 없다.
뻔한 명언은 안 된다.
그런 걸 써먹으면 오히려 훅이 마이너스가 된다.
그 글을 쓴 너라는 사람까지 뻔해 보이게 된다.
명언의 훅을 네 글로 이식하자.
글의 퀄리티가 반드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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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PD 최종 합격자 작문 공유 | 오프닝의 훅으로 오도시를 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