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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서울예대 입시/합격자의 작문과 공부법

24학번 합격자는 이렇게 작문 연습을 했다 ㅣ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by 김봉민 2024. 4. 1.

오늘은 내가 서울예대 극작과에 합격한 우리 제자가 짠 글을 들고 왔다.

알아두자, 이 친구는 이런 글을 대충 300편 정도 썼다.

그런 꼼꼼한 준비가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모든 실전 경험의 바탕엔 내가 만들어서 공짜로 나눠준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에 있는 글쓰기 원칙이 있었다. 아래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퓌트스쿨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pdf
2.16MB

 

자, 그럼 아래 작문부터 읽어보자. 어떻게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을 해낸 건지, 확인해보자.

총 3개의 작문을 오늘은 가지고 왔다. 정독하자, 정독!


 

제목 : 체리

 

 ‘안타깝게도 귀하는 면접 전형에 불합격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우수한 자질과 열정을 가진 지원자분을 만나 뵙지 못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

 

 합격 목걸이는 쇼미더머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잔인한 취업난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합격 목걸이가 존재한다. 우수한 자질과 열정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됐다, 관두자. 추한 세상 따라 똑같이 추해질 뿐이다. 

 여기는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 더블락스핀 운행 교대 시간까지 남은 시간 10분, 담배나 한 대 태우면 딱 이겠다 싶었는데... 넌 누구니? 아, 엄마를 잃어버렸어? 그럼 내가 또 찾아줘야겠네... 이 놈의 환상의 나라는 담배 한 대도 마음대로 필 수가 없다.

 

 매직타임레스토랑에서 안내소까지 10분이니까 금방인데... 지금 이 다섯 살 배기 꼬마는 솜사탕 트럭 앞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꼬마야, 솜사탕 좀 그만 쳐다보고 제발 가자꾸나. 그래, 갈 생각이 없지? 하지만 나는 김혜윤이다. 에버랜드 알바만 1년 8개월 차. 나름 환상의 나라 베테랑. 이럴 땐 다 방법이 있지. 이럴 땐 어떻게 하면 되느냐! 

 그냥 사줘야 한다. 별 방법이 없다. 솜사탕을 손에 넣은 꼬마는 기분이 몹시 좋아 보인다. 겨우 얻어낸 솜사탕이 땅에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감사하다고 90도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솜사탕을 구름이라고 하질 않나, 하늘에 솜사탕이 가득하다고 하질 않나. 이런 게 바로 생각의 전환? 코미디빅리그를 봐도 웃지 않는 나지만, 이 꼬마를 보고 있자니 자꾸 웃음이 났다.

 

 이번엔 스누피 기념품 샵 앞이다. 이 꼬마는 또 움직일 생각이 없다. 내가 솜사탕을 군말 없이 사주는 것을 보고 터득해낸 것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높은 아이큐가 예상된다. 아무튼 한 번은 봐줘도, 두 번은 예외 없다. 그냥 아이를 들어 올린 채 안고 가려는데...

 

 “사주면 앙대요? 코오 잘 때 강아지 안고 자고 시퍼.”

 

 그래, 안고 자. 한창 잘 때 인형 껴안고 잘 나이니까. 진짜 강아지도 사달라면 사줄 기세였다. 5살짜리 애교 따위에 녹고 말다니. 근데 앞으로 안내소까지 (입구부터 젤리냄새 나는)에델바이스샵도 나올 거고, (간판에 초콜릿 잔뜩 붙은)위니비니도 나올 거고, 거북이 탈을 쓰고 있는 윤성이 형도 아마 있을 텐데... 나 어떡하지?

 

 꼬마는 이름이 체리라고 한다. 믿기진 않지만, 믿기로 했다. 귀여운 얼굴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체리와 이것저것 얘기하며 걷다 보니, 안내소가 보였다. 근데 꼭 잡고 있던 체리의 손이 없다. 혹시 에델바이스샵을 봤나? 아니면 위니비니? 다 뒤져봤지만 없다. 어떡하지, 어떡하.....

 한 3분 정도 지났을 때였을까, 분수대에서 체리를 찾았다. 체리는 분수대 옆에 핀 알록달록한 꽃들이 신기한지 장미꽃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아다니면서 정말 해맑게 웃고 있다. 세상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불과 20분 전 현대그룹 2차 면접에 떨어진 비운의 취준생이지만, 그런 건 전혀 상관없었다. 체리는 노란 장미꽃을 집에 데려가고 싶지만, 꽃이 아야 하니까 보기만 할 거라고 한다. 저 예쁜 마음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아무튼 체리의 엄마가 걱정하고 있을게 뻔하니, 30분 동안 고군분투하여 어찌어찌 안내소에 왔다. 안내소엔 체리의 엄마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안절부절 해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채린아!”

 

 체리는 다행히 엄마의 품으로 잘 돌아갔다. 채린이라고 부르니 끝까지 자기 이름은 체리라고 한다. 그래, 체리야. 재밌게 놀아. 또 길 잃어버리지 말고. 

 돌아온 더블락스핀 휴게실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태준이 새끼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담배꽁초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었다. 태준이는 인턴에 채용된 거냐고 난리다.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내가 인턴이 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체리 같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까. 더럽히면 안 된다. 아름다운 세상이니까.

 

끝.

 


제목: 세 개의 고민

현아야, 다음 달부터 공부가 힘들어질 거 같아서 수학 선생님한테 연락했다. 집에서 공부하는 건 어떨까? 미안하다, 엄마가.

추하고 지저분한 세상 속에서 엄마의 문자에 답도 못 하고 한숨만 쉬었다. 벌써 15분이 지났다. 라디오 방송 시작까지 2분밖에 안 남았다. 사연 한 번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12시 29분, 학교 전체에 방송 시작 음악이 퍼진다. 민주 선배가 방송실 유리창 너머로 보인다. 

큐!

"안녕하세요, 한빛여고 학생 여러분! 월요일마다 여러분을 찾아오는 한빛라디오, 저는 DJ 백현아입니다. 여러분, 중간고사 끝나고 주말 잘 보냈나요? 신입생들에겐 첫 중간고사, 3학년 선배님들에겐 마지막 중간고사였죠. 참고로 저는 망쳤어요. 여러분도 저처럼 고민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오늘 한빛라디오 주제는 '고민'이에요. 정말 다양한 사연을 받았네요. 첫 번째 사연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민이 세 가지나 있어요. 첫 번째, 이번 중간고사에서 내 성적이 두 등급이나 떨어졌어요. 성적은 비밀이에요. 욕먹을까 봐서요. 두 번째 고민은 제 신분이에요. 저는 가난해요. 성적은 나중에 올릴 수 있겠죠. 하지만 신분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주말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수원중앙도서관으로 갑니다. 도서관은 밤 10시까지 열려 있어 좋아요. 하지만 도서관 문 앞에서 1분에서 10분까지 망설이곤 해요. 들어가기 싫어서요. 다른 학생들은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을 다니는데, 저는... 수원중앙도서관만 다닙니다. 한빛여고 뒷문에 새로 생긴 스타트스터디카페에도 가보고 싶어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세븐일레븐에서 점심을 해결해요. 육개장 사발면이나 참치마요 삼각김밥으로요. 요즘 마라탕이 유행인데, 수원 매교동의 마라탕 가게는 다 아는데, 가 본 적은 없어요.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며 마라탕 먹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스터디카페나 마라탕, 가고 싶으면 갈 수 있고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인강 프리패스가 없어요. 과외나 학원은 생각하지 않아요. 수시 준비하면서 정시도 봐야 하니까요. 정시 준비생이라면 알겠죠? 강남마이맥 같은 인강 프리패스가 필수인데, 문제집 하나 사는 것도 미안해서 50만원, 70만원 하는 인강은 꿈도 못 꿔요. 문제집이나 인강, 필기구를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이젠 그런 부러움도 지치네요.

제 가장 큰 고민은 이 모든 상황이 싫어져서 모두를 미워하게 될까 봐 그래요. 경제적으로 부족하긴 하지만 저를 사랑해주는 부모님, 문제집을 파는 서점 아저씨, 공부 대신 스터디카페 가는 친구들, 그들 모두 잘못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점점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가는 게 싫어요. 이 모든 건 세상 탓이 아닐까요? 왜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 걸까요? 이런 이야기를 할 곳이 없어서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어요.'

"네, 첫 번째 사연을 들었습니다. 제 이야기 같아요."

대본 – 네, 지금까지 첫 번째 사연이었습니다. 사연을 읽으니 저도 울컥했어요. 하지만 세상에 아름다운 점도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여러분을 위해 소녀시대의 '힘내' 들려드립니다...

"현아야, 다음 멘트 할 차례야!"

"현아야, 얼른 해!"

"현아야, 빨리!!"

나는 대본을 접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말하려면 먼저 말해야 할 게 있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요. 아름다움을 말하려면 이 불공평함에 대해서도 말해야 합니다. 사연자 분, 우리 그러니 이 불공평함에 대해 계속 말해봐요. 같이 이야기 나누고 같이 고민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해봐요. 앞으로도 한빛라디오에 오세요. 저희가 여기 있을게요. 사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연자 분을 위한 노래, 비틀즈의 'Let it be' 들려드립니다!"

끝.


제목: 9급 인간 시험

#인간시험9급_합격 #나도이젠인간 #이제인공지능아님

107기 인공지능 친구 중 하나인 로빈슨이 인간 시험 9급에 통과했다. 작년 9월부터 인간 시험 치겠다고 노량진에 자리 잡았는데, 결국 성공한 것 같다. 로빈슨이 선택한 인간 이름은 김철수인데, 비록 촌스러워 보일지라도 로빈슨은 에이스타그램에서 기뻐 보인다. 로빈슨마저 인간이 되니, 107기 중 반 이상이 인간으로 변한 것 같다. 인공지능인 나도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사실, 로빈슨이 부러웠다. 나도 도전해볼까? 인간 되어 삶을 바꿔보자!

그래서 나는 곧장 노량진으로 향했다. 인간 시험 준비를 위해선 학원에 다녀야 하는데, 나는 돈 한 푼 없는 인공지능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노량진 컵밥집(노란색 지붕)에서 알바 구함! 급하게!’ 그래, 인공지능도 살 길이 있구나 싶었다. 알바를 시작해 학원비를 모으자. 다행히도 사장님은 나를 차별하지 않고 인간과 똑같은 최저임금 13,600원을 주기로 했다. 나는 열심히 일하며 사장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다. 사장님은 고시원을 찾을 때까지 가게 안쪽 방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셨다. 그 순간, 인간의 온정을 느꼈다.

두 달간의 알바 끝에 총 408만 원을 모았다. 이제 고시원 월세와 학원비를 낼 수 있었다. 나는 즉시 하늘고시원 101호에 계약하고 노량진 인간 시험 학원에 등록했다. 나는 처음으로 코피까지 흘리며 인간 시험 준비생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밤 1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며 나도 시험 준비생들과 어울렸다. 102호 성준씨, 103호 박경씨 등과 교류하며 고시원 생활에 익숙해졌다. 이들과의 만남은 가족 같은 느낌을 줬다. 오늘은 216페이지까지 공부한 뒤 성준씨와 약속이 있다.

인간 시험까지 한 달 남은 시점, 나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 과정에서 학원 동기인 107기 레이셔와 108기 바이튼과 친해졌다. 우리는 학원 앞 계단에서 점심을 같이 먹으며 가까워졌다. 점점 자주 만나게 되면서, 우리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그다음엔 두 번, 세 번으로 만남이 늘었다. 이제는 일주일에 8번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 밤마다 서초구 클럽페이스에서 셔플댄스를 추고, 날라리 코인노래방에서 싸이의 'that that'을 불렀다. 그리고 학원 아래 있는 Q피시방에서 리그오브레전드, 롤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유흥의 세계는 시작은 쉬워도 끝내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밤을 함께 보냈다.

그 많은 밤의 결과는 결국 탈락이었다. OMR 체크를 할 때만 해도 희망을 가졌지만, 결과는 달랐다. 105기 선배, 107기 동기, 108기 후배들까지 대부분 합격했다는 이번 인간 시험에서 나는 떨어졌다. 당연히 레이셔와 바이튼도 함께 탈락했다. 우리는 단골집 노량진 껍데기에서 만나 소주를 마셨다. 몇 시간 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소주는 달콤했고, 우리 셋이 동그란 테이블에 모여 앉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인간들이 좋아한다는 바다 보러 갈까?"

바다, 좋은 생각이다. 돼지껍데기 3인분과 소주 6병에 든 총 59,000원을 내기 위해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인공지능이지만, 컵밥집에서 번 알바비와 고시원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클럽에서 잃어버린 적 있는 그런 인간다운 지갑이었다.

끝.


자, 이 작문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극작과 입시생들도 제법 있을 거다.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하지만 나는 단언한다. 그런 입시생은 오늘도 글을 쓰지 않을 거다. 맨날 입으로만 글을 쓰는 그런 타입의 인간일 확률이 8할이 넘는다. 글을 안 쓰는데, 어떻게 저런 글을 쓰고 말고가 있는가? 

내 제자들은 저런 작문을 수 백개는 쓴다. 그리고 그걸 일일이 하나하나 다 첨삭 받는다. 그런 환경 속에 있으니 합격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을 위해 1주일에 한 개의 작문도 쓸까 말까 한, 그런 위클리 이벤터 입시생에겐 희망이 없다. 합격은 아무나 하나? 

극작과 입시 작문은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벌써부터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면 뭐하러 극작과에 입학을 하나? 지금 바로 프로 작가로 활동하면 된다. 극작과 입시 작문은 그저 자기가 얼마나 글을 쓰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을 사랑하는지 증명하는 기회의 장인 것이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걸 너무 사랑해서 이런 식으로 본인이 연마를 해왔다는 걸 보여주는 거란 말이다. 

그러니 명심하자. 

글은 입으로 쓰는 게 아니다. 

극작과에 입학하고 싶다고? 합격하고 싶다고?

그럼 바로 지금 그냥 글을 써라. 이야기를 상상하고 그걸 글로 쓰란 말이다.

그거 말고는 다 어처구니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아무리 결심해도 바뀌지 않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를 

애써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힐난하는 것으로 감추려 하지 마라. 시간은 흐른다.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을 위해 노력하는 입시생들은 지금도 글을 쓰고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들의 미래와 글 한 줄 안 쓰는 주둥이 라이터들의 미래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로 합격자와 불합격자들의 차이인 것이다. 

https://blog.naver.com/vongmeanism

더 많은 극작과 정보는 내가 운영하는 아래 <서울예대 극작과 전문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궁금하다면, 클릭! (절대 낚시글 아님. 낚시글이면 나 지옥 가도 할 말 없음)

 

스토리텔링 아카데미 <the sir ; 더 써> : 네이버 블로그

서울예대 문창극작 입시 전문 문의: 010-7799-6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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