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래 내가 만든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을
다운 받길 바란다. 여태껏 지난 10년 간 적잖은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를
배출해낸 노하우가 총집약된 교본이다. 무료다.
오늘은 서울예대 극작 입시에 있어서 왜 연습 작문을 많이 써보는 게 중요한지
살펴볼까 한다. 연습 작문을 많이 쓰면 좋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일단 아래 작문부터 읽어보자.
위 작문은 현재는 서울예대 극작과 재학생인 내 제자가 입시생 시절에 썼던
연습 작문이다. 이 작문 쓰고 며칠 후 시험을 치렀고, 극작과에 입학했다.
작문 퀄리티가 높았고, 나는 이 정도의 작문을 쓸 수준이 되면 합격할 거라고 말했다.
그때 내가 했던 첨삭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제 연관, 서에서 해준 거 굿
-주인공 수식어가 뭔진 몰라도 지금처럼 말고, 돈에 쪼들린다는 설정이 서에 보태졌어야 좋았겠다
-바람 부는 니쥬,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 바람 때문에 주인공이 그 안에 들어가게 되므로 바람이 앞에
정말 물씬 니쥬가 박혀 있어야 한다. 디자인적 요소 포함해서.
-ㅇㅇ 주인공 돈 궁한 거 서에 잘 적어주고.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
그렇다. 좀 아쉬운 거 있어도 이 정도면 합격한다.
그럼 이번엔 아래 작문을 보자.
제목 : 외계인
아침이었다. 가족조차 병문을 오지 않는 나의 늙은 몸을 뉘운 103호 병실로, 20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소년같은 얼굴로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외계연구를 평생해와 논문까지 32개를 쓴 나에게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다니. 하지만 외계인의 다음말을 듣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저는, 다콕다 별에서 왔습니다.’ 다콕다 별은 내가 논문에서도 숨겨온 외계행성의 이름이다. 나밖에 모르는, 기껏해야 가족들에게만 지나가는 소리로 했을 그 행성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 것인가? 외계인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외계인이 입을 열었다. 나와 잠깐 어디 갈 데가 있다고 한다. 연구한 바에 따르면, 외계인은 인간을 실험체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나를 실험체로, UFO로 데려가 내 몸을 해부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UFO에 잡혀가면, 외계의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늙어 안산제일병원에 갇힌 내 삶, 뭐가 아깝겠는가. 나는 외계인을 따라가기로 했다. UFO에 잡혀가, 외계의 모든 비밀을 알아내겠다. 이 한 몸 외계의 비밀을 알 수만 있다면, 버려도 좋다.
가끔, 아주 가끔 가족들이 병문을 와 산책을 나가자고 할 때면, 늙은 몸 뭐하러 움직이냐며 꼼짝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의 느린걸음을 맞춰 외계인도 천천히 걸었다. 이 외계인은 나를 바다로 데려갈 것이 분명하다. 인적 드문 바다만큼 인간을 비밀리에 납치하기 좋은 곳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이 뜬끔없이 식사를 하자고 한다. 나 또한 배가 꼬륵거렸다. 외계인은 건너편에 국수나무집을 가리키며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나 또한 콩국수를 매우 좋아했다. 이미 나의 데이터를 간파한 것이 분명하다. 콩국수를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꼬소함이 입안 가득 매워졌다. 정신이 깜빡깜빡 한 뒤로, 이렇게 외식을 한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식사를 마치고 녹말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고 있는데, 외계인이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 녀석, 인간의 문명이 그렇게도 궁금한 모양이다. UFO의 비밀을 알 수만 있다면 내가 무엇을 못 하겠는가? 66-4번 버스를 타고, 에버랜드로 향했다. 티익스프레스나, 자이로드롭의 직원들은 경악했다. 병원복을 입은 늙은 노인이 놀이기구를 타는 것을 한사코 말렸다. 외계인과 나는 어쩔 수 없이 유아들과 함께 회전목마를 타거나, 컵돌리기 놀이기구를 타야했다. 외계인은 무지 즐거워 보였다. 녀석아! 이게 지구의 놀이공원이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녀석은 본심을 드러냈다. 바다로 가자고 한다. 나도 못 이기는 척, 그래, 가자고 했다. 외계인은 택시를 잡았다. 그리곤 장장 2시간을 걸쳐 대천해수욕장에 오게 되었다. 겨울 바다는 인적이 드물었다. 이 외계인 녀석 현장 답사도 제대로 했나보다. 외계인은 나를 더욱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했다. 그리곤 외계인은 모래사장에 몸을 풀썩 뉘였다. 나도 다리가 아파 녀석의 옆에 몸을 뉘였다. 이제 UFO가 올 시간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녀석아, 어서 나를 잡아가 UFO의 내부를 보여줘라!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렸다. UFO소리 인가? 흡사 화재현장의 구급차 소리같다. 그때, 모래사장 안으로 봉고차 한 대가 들어왔다. 70년 간 연구해온 UFO가 접시 모양이 아니라 한낱 봉고차였다니, 절망했다. 봉고차에서 누군가 내렸다. 늙은 여성의 외계인이었다. 여성의 외계인은 황급히 달려와 내 옆의 외계인의 등짝을 때렸다.
“아버지 몸도 아픈데 이런 데를 데려오면 어뜨카냐!”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저 여성 외계인은 정말 못생겼다. 분명 외계행성에서도 인기가 없어 결혼도 못했을 것이라. 봉고차에는 ‘안산제일병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다시 103호 병실로 들어왔다. 외계인은 납치에 실패한 것인가? 어쨌든, 한 가정의 가장이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할 뻔했는데도, 오늘 아침에도 가족들은 병문을 오지 않는다니. 아들 낳아봤자 소용 없다더니!... 아들 생각을 하자 눈 밑이 뜨거워졌다. 그래, 솔직히 나도 잘한 것 하나 없다. 평생 외계연구나 한답시고, 가족들에게 등을 돌려 살아왔다. 그렇게도 콩국수를 좋아하던 아들과 함께 외식 한 번을, 유아기 때의 아들이 그렇게 가고 싶다던 에버랜드를, 다 커서 그렇게 같이 가고 싶다는 바다를, 나는 싹 다 등 돌린 채 연구에만 집착했다. 아들이, 한 번만, 딱 한 번만 찾아와 준다면 콩국수를, 에버랜드를, 바다를...
그때,
가족조차 병문을 오지 않는 나의 늙은 몸을 뉘운 103호 병실로, 20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소년같은 얼굴로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끝-
아마 중간에 너무 지루해져서 제대로 끝까지 촘촘히 읽었을 사람은
드물 거 같다..ㅎ.. 이 작문은 1번째 작문을 썼던 내 제자가,
내 수업 초창기에 썼던 작문이다. 퀄리티? 허접하다. 합격? 불가능하다.
이 작문을 쓰며 내 제자는 이런 것도 물어왔다.
“로개요를 짜고 작문쓰기를 들어갔는데, 쓰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생기더군요. 쓰면서 이게 더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 쓰고 나서 로개요를 수정할까 싶었는데, 이것도 순서인가 싶어 일단 놔두었습니다.”
이건 많이들 겪는 현상이다. 로그라인과 개요를 짠 후에 본문 쓰다가
내용을 바꾸는 거... 망조가 든 거다.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 하나 때문에 전체 구조가 틀어지고,계획도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근데 그럼 대개 망한다. 계속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텐데,
자제를 하는 편이 낫다. 네가 이미 짠 개요가, 고퀄 일반 개요에 의거해 짠 개요라면,
이미 니쥬-오도시가 빽빽하게 들어가 있는데,
중간에 아이디어 하나 넣는 순간,그 구성에 구멍이 생기는 거다.
고퀄이 아니라 중퀄, 저퀄이 된다.
아이디어 하나를 제대로 넣으려면그게 니쥬가 되게 하고,
오도시도 되게 해주기 위해전체 개요를 새로 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문.
무언가 뒤에다가 한 방 먹이고 싶은충동이 없을 수 없는 시기인 건 안다.
나름 처음부터가족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고, 외계인이라는 놈이
주인공과 하는 행위도 아들내미가 하는 짓이긴 하다.
니쥬를 깔긴 깔았다.
근데 대신 주인공의 정신 상태가 치매이거나 거의 그 수준인 게 된다.
혹은 미치광이. 사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고,
그가 하는 말들로 구성된 이야기이다 보니,치매라기보단 미치광이로 보인다.
어쩔 수 없었겠지. 아들인 걸로 한 방 확 주고 싶으니
의도적으로 정보를 줄여야 하니까 무리수가 생긴 거다.
아들 대사가 그래서, 들어갈 수가 없었겠지.
근데 그래도 전에 보냈던 것보단 훨씬 낫다.
여하간 니쥬를 깔긴 깔았고나쁘지 않게 깔았거든.
대신 앞으론 개요를 준수하자. 그래야 덜 망한다. 시간 내에 써낼 수도 있다.
그렇다. 연습 작문을 많이 쓰는 건 중요하다. 근데 연습 작문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더 많은 단점을 발견하고 더 좋은 피드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포스팅을 보는 '입으로만 극작입시생'인 사람은 뼈저리게 와닿을 말일 거다.
매일 입으로만 글을 쓰고 있으니까. 글을 써야 한다.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피드백, 첨삭을 받고 자신의 실력을 개선할 수 있다.
입으로만 글을 쓰면 아무런 첨삭 피드백도 받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은 불가능해지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들 당최 주변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대학의 듣도 보도 못한
학과를 다니며 완연한 패배자의 얼굴을 하며 살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글 잘 쓰는 사람은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부터 글을 잘 쓰면
뭣하러 서울예대 극작과에 들어가나? 바로 지금 프로 작가로 활동하면 되지.
잘 못 쓰는 사람들 중, 그나마 가장 괜찮은 글이라도 써내야 한다.
그럼 극작과 합격 확률이 비약적으로 는다.
그리고 그런 마인드로 임해야 오늘도, 내일도 연습 작문을 쓰며
보다 나은 첨삭 피드백을 한 줄이라도 더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선순화 구조가 '입으로만 극작입시생'의 일상에 강력하게 구축되어야
이 냉엄하고 살벌한 겨울, 그리고 곧 다가올 서울예대 극작과 정시 입시에서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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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연습만이 살 길ㅣ합격 공부법 #14 ㅣ 극작과 온라인 과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