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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입시/합격자의 작문과 공부법

시제 핵심어를 최대한 많이 써라 ㅣ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 작문 공유 ㅣ 극작과 입시 정시 과외

by 김봉민 2023. 11. 1.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전형은 한 편의 작문을 써내야 한다. 그리고 시제가 나온다. 

이것까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근데 많은 이가 모르고 있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시제 연관성이 슈퍼갑'이라는 사실이다. 

 

 

https://drive.google.com/file/d/1hmE-ms4qwJnC1v7pc4bPHKDRrLFwguRS/view?usp=share_link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pdf

 

drive.google.com

 

아무리 시험장에 가서 글 자체의 퀄리티를 높게 썼더라도, 시제와 무관하게 여겨진다면, 

그 작문은 합격 불가능이다. 왜? 입시생이 평소에 만들어놓았던 작문을 그대로 복붙한 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제에 대해 썼다는 인상을 전혀 주지 않기 때문에, 그 작문은 바로 아웃이다.

서울예대 교수들이 바보일 리가 없지 않은가. 똑똑한 사람들이 분명하다!

그러니 괘씸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아래 작문을 보도록 하자. 

 

[시제 - 마왕] 



#1.

 “오빠, 그러지마. 응? 내가 더 잘할게. 제발... 떠나지 말아줘. 응?”

용산역 한복판에서 나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별 이유는 없었다. 사귄 지 3년이 지나 마음이 식었을 뿐이었다. 아무런 미련도 감정도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나는 세상,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이별은 일생일대의 비극이었을 터. 말없이 흐느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내 팔을 붙잡으며 놔주지 않았다. 아씨, 사람들 다 보고 있는데 쪽팔리게. 쿨하게 헤어질 것이지 찌질하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원. 나는 야멸차게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집에 돌아왔다.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뭐 어떠냐. 쿨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연애인 것을... 그녀도 좀 쿨해졌으면 좋겠다.



#2.

 그녀와 헤어진 지 3일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그녀의 SNS를 들어가봤다. 역시나. 아무런 글도 남기지 않았다. 나와의 이별이 엄청난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나에 대한 애정이 깊었으니 잊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자살이라도 했으면 어쩌지? 하지만 다행히도 밤늦은 시각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친구와 카페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말이다. 아마 나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의 슬픔을 토로하기 위해 만난 듯싶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창백하기 그지없다.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여전히 그녀의 상태가 걱정된다. 부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할 텐데.  



#3.

 그녀와 헤어진 지 3주가 지났다. 처음 그녀와 소개팅을 주선해준 친구와 함께 삼겹살에 소주를 먹기로 했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고 소주 2병을 비워낼 때까지 우리의 수다는 계속됐다. 그 때 친구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근황을 이야기해주었다. 최근에 그녀에게 아는 지인을 소개팅 해줬다는 것이다. 사진을 보아하니 뭐 반반하게 보이지만 나보다는 상당히 없어 보인다. 소개팅남의 SNS을 타고 들어가 다른 사진들도 함께 비교하며 봤다. 이런 녀석 얼굴을 보고도 소개팅 할 엄두를 내다니. 어지간히 나의 존재를 잊고 싶어 발버둥 치는 듯하다. 자기 자신을 이렇게 자학하면서까지 그 슬픔이 깊었나 싶어 괜스레 죄책감이 든다.   



#4.

 그녀와 헤어진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녀가 그 소개팅남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맙소사. 이렇게 빠른 시간에 결혼을? 친구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저 첫 눈에 반해서 결혼까지 갔다는 대답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를 잊고 싶은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충격 그 자체다. SNS에 그녀의 웨딩 화보 사진이 올라왔다. 댓글과 좋아요를 하나씩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모두 하나같이 가식적인 축하인사뿐이었다. 좋아요를 누른 친구들의 SNS만 봐도 그들의 가식적인 면모는 바로 알아챌 수 있다. 그녀 또한 매 댓글마다 영혼이 담기지 않은 답글을 달았을 뿐. 여전히 슬픔이 가득했다. 이를 어쩌면 좋은가. 한 사람의 인생이 나로 인해 이렇게 망가지다니.



#5.

 그녀의 결혼식장이다. 해맑게 웃으면서 신부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사를 걸었다. 그러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와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건네줬다. 저 슬픈 미소. 그렇다. 분명 ‘나를 여기서 구출해줘’라는 표정이다. 딱 봐도 안다. 부모님을 만나자, 왈칵 눈물을 쏟아낼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저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 하기 싫은 거야. 여전히 마음 깊이 나를 잊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고. 하지만 뭐 어쩌겠느냐. 쿨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사랑인 것을... 이제는 그녀도 쿨하게 나를 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끝-

 


위의 작문의 퀄리티를 차치하자. 이 작문의 시제는 '마왕'이었다. 

근데 이 작문을 다 읽은 후 '마왕'이라는 시제에 대해 썼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럴 리가. 전혀, 절대, '마왕'에 대해 안 쓴 거 같다. 

고로, 퀄리티 무관하게 무조건 불합격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아래 작문을 보자.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가 된, 나의 제자가 썼던 연습 작문이다. 

 


연습 시제: 분류 전문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야기를 쓰시오.

 

제목: 아는 것을 써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블레이크, 스나이더[세이브 더 컷], 로비트 맥키[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위 작법서들은 각 10번씩 완독했을 뿐 아니다, 무려 426여 편의 한국장편영화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이제 나만의 이야기를 쓸 준비를 다 바쳤다. 이 준비를 위한 훈련기간 중, 내가 재일 명심하고 있는 조언은 '아는 것을 써야 한다' 라는 것이다. 하지만, 치열한 공부를 해온 나에겐 저 원칙도 이젠 걱정없다. 나는 완벽한 객관적 시선을 확보해, 내가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분류하는 데엔 전문가의 경지까지로 올라왔단 말이다. 나는 분류전문가다. 내가 실제로 느껴본 감정만이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되고. 내가 실제로 행동해 본 것만이 내가 아는 행동이다. 이 사유로 아는 것에 대한 분규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착각한 채 디테일이 엉망인 시나리오를 쓸 터인데, 나는 걱정없다. 나는 분류전문가의 경지까지 몰랐다. 이 경지까지 올라오느라, 나의 주변인 친구 석기, 애인 새미, 엄마와 연락은 안한 지도 5달이 되었다. 지금 내가 구상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인연들'이라는 제목의 장편영화인데, 사람이 삶을 살며 만나는, 떠나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원형을 담은 이야기다. 나의 분류전문가 촉을 세워보건대, 데이빗 펀처의 [벤자인 버튼의 시간은 거리로 간다] 급의 인생의 모든 원형을 담아내는 이야기가 완성될 터다. 나의 7평 작업실에서 LG그램 노트북을 켜 한글파일을 더블클릭했다. 기대하라, 나의 분류전문가 촉을 세워 기필코 내가 아는 것만으로 시나리오를 완성시켜 '인연들' 이라는 이야기를 이 세상 널리 알리겠다.

 

s#3. 주인공은 절친한 친구의 절교한다.

아는것을 써야하므로 당연히 주인공은 나를 투영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을 맞닥뜨렸다. 주인공이 절친한 친구와 절교를 하는 장면을 써내야 하는데, 나의 분류전문가 촉을 세워봄으로써, 나는 절친한 친구와 절교해 본 경험이 없어 이 장면에 대해선 모른다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17분 간 고민했다. 친구와 절교하는 감정을 어떻게 알 수 있지? 알아야 쓸 수 있은 터인데!

그래, 무엇을 알기 위해선 그것을 행동하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나는 갤러시 스마트폰을 열어 주소록을 터치했다. 그러곤 5단 동안 연락을 못한 결친한 친구 석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기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시나리오 집필 끝나면 연락 한다더니! 드디어 끝냈냐! 나와, 술 한 잔 하자."

"야, 석기 너가 초등학교 때 내가방에 유유 터뜨려 놓은거 모를 줄 알았냐? 그래놓고 이때동안 사과도 없어? 이 나쁜 놈! 다신 보지 말자! 연락도 하지 마! 우린 절교야!"

"응? 야, 너 왜 그래, 그게 언제 적 일인...."

뚝... 느껴진다. 절교의 감정. 나는 이제 알 수 있다. 어린시절 추억마저 검은 우산으로 뒤덮이고 몽글했던 우정은 조각난 파편으로 흩어져 나를 찌를 듯한... 이 감정! 나는 이제 안다! 쓸 수 있다!

 

s#36. 주인공은 애인과 이별한다.

나의 분규전문가 촉이 날카로워지며, 내 귀에 속삭였다.

'너, 이 갈정 알아? 너 헤어져 본적 있니? 너 모르잖아!'

나의 분류전문가 촉은 예민했다. 맞다, 나는 모른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애인과 이별해 본 적이 없어 지금 장면의 주인공의 감정을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씬3'을 집필할 때의 경험으로 자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있지 파악하고 있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열어 5달 동안 떨어져있던 나의 애인 새미에게 전화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드디어 시나리오 다 썼어? 축하해! 이제 우리 데이트 할 수 있는 거야?!"

"새미... 5달 동안 떨리져지내며, 나는 느꼈어. 너와 연락을 하지 않으니까 마음이 그토록 편하더라! 미안하지만, 나는 네가 질렸어. 너무 슬퍼하진 마. 우리 헤어지자."

"음? 오빠,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

뚝 ...느껴진다. 감정, 일말의 사랑이 남아있는 데도 모진 말을 해야 하는 이 모습을 견뎌야 하는 이 감정. 함께 고락을 지나왔던  애인에게 고통을 선사해야 하는 이 감정! 분류전문가의 촉이 말한다! 나는 이제 알 수 있다!

 

 

s#72. 주인곳은 가족들과 의절한다.

'너, 모르잖아!'

나의 분규전문가 촉이 재차 내가 모르는 감정을 분류해냈다.  이제 이야기의 거의 끝부분, 이 장면만 완성하면 수월할 터 인데! 그래, 이것이 마지막이다. 나의 '인연들' 시나리오가 세상 널리 알려지려면, 어쩔 수 없다. 나는 가족과 의절한 경험이 없으니, 이것은 해내야 하리라! 5달 동안 연락 한 통 못했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 시나리오인지 뭐인지 하는 거 다 썼구다! 얼른 집으로 와, 엄마가 니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여줄게."

"김치찌개는 됐고요. 이젠 엄마 얼굴 안 볼 거예요. 엄마가 저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요? 뉘집 자식들은 부모님이 단편 영화 찍으라고 5000만 원씩 막 자원해 준다는데! 이럴 거면 날 왜 날았어요! 더 이상 연락마요!!"

"아들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

뚝... 느껴진다. 애틋함이 혐오감을 감싸는데도,  몸부림 치며 견뎌야 하는 이 감정. 보편적 가정상과 동떨어지며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이 감정! 나는 알 수 있다. 나는 쓸 수 있다 !······

 

그렇게 완성된 나의 '인연들' 시나리오를 한 번, 두 번, 세 번 검토했다. 그런데, 어딘가 시나리오의 구조가 꽉 조여지지 않고 허술하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 내가 모르는 것을 쓴 게 있나? 나는 재차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류하는 촉을 곤두세워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검토했다. 그제야 내가 모른 채 썼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투영한 주인공의 내적 욕망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로버트 맥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말에 따르면 주인공의 진정한 성격은 주변인물, 즉, 조연들에 의해 발현되기 마련이니, 나또한 나의 가장 가까운 주변인물들을 인터뷰 해보면 되리라.

 

나는 나의 갤럭시스마트폰을 켰다. 그러곤....

절친한 친구 석기, 애인 새미, 우리 엄마에게 전화를 견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우르르르......뚝.

나의 주변인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을 리가 없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을 알기 위해, 나의 실제 주변인을 이용하며, 정작 나를 진정으로 알게 해주는 사람들을 놓쳐버렸다.

그도록 분류전문가로 자부심을 느끼던 나는, 삶을 은유하는 허구의 세계와 실제세계를 분류하지 못하고, 두 세계 모두 비극을 맞았다.

LG그램 노트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의 분류전문가 촉이, 그 모든 작법서를 통달했어도, 나는 결국 모를 것이라고, 내 귀에 속삭였다. 

 

-끝-

 


 

위 작문의 시제는 무엇이었는가?

 

분류 전문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야기를 쓰시오.

 

였다. 위 작문이 위의 시제에 대해 쓴 거 같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없을 거다. 어쨌든 분명히 시제에 대해 썼다는 걸 다 읽은 후 느꼈을 거다.

위 시제의 가장 핵심어는 당연히 '분류 전문가'다. 

나는 시제의 핵심어를 최대한 많이, 다이렉트하게 작문 본문에 적으라고 강요하는 편이다. 

그래야 읽는 이- 교수가 시제에 대해 쓴 것처럼 분명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문에서 '분류'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쓰였는지 확인해보자. 

 

 

 

 

 

 

 

이 작문 안에서 총 13번 '분류'라는 시제의 핵심어를 그대로 썼다. 

그랬기에 당연히 시제에 대해 쓴 게 되었다. 이걸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정말 지난한 연습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이라는 

현상으로 도출된 것이다. 

 

앞서 말했듯, '시제연관성'이 제로에 수렴하면, 아무리 작문 퀄리티가 높아도 불합격이다. 

시제연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방법 중 가장 간단한 건, 위에서 봤듯, 최대한 시제의 핵심어를 

본문에 계속 노출시키는 거다. 우리는 이것을 '글쓰기 기술'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글쓰기 기술의 연마 없이 극작은 불가능하다. 시제연관성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더 많은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관련 정보를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https://vongmeanism.tistory.com/category/서울예대%20극작과%20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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