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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민의 그냥 일기 - 자전거 전문가와 박애

by 김봉민 2016. 8. 5.

김봉민의 그냥 일기 - 자전거 전문가와 박애그림은 에드워드 호퍼



2015년 9월 25일 오후 7시 35분


중랑역에 있는 공공 자전거 바퀴 공기 주입기를 

이용하려다가 된통 고생했다. 

자전거 좀 잘 타보려는 심산으로 

공기를 빵빵하게 넣으려다가 밸브를 망가트렸다. 

나름 고쳐보려 30분 정도 땀을 뻘뻘 흘렸다. 

머리를 오늘 또 밀어 까끌까끌한 머리털이

샤워 후에도 몸뚱아리에 몇 개 달라 붙어 있었는데, 

그게 땀과 어우러져 어찌나 간지럽고 따가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결국 자전거점까지 이 내 망가진 애마를 끌고

갔는데, 전문가는 전문가다. 

이 젊은 자전거 전문가는 고작 4분만에 내 자전거를 고쳐주었다. 

수리비는 고작 1000원.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걸 다 처리할 수 없는 법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내가 맘에 안 들어 하는,

좀 나아졌으면 하는 세상의 모든 그것들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이라도 없었으면 나는 현재의 나로서 살 수가 없었다. 

젊은 자전거 전문가는 어쩌면 일베 유저일지도 모른다. 

속으로 나를 보면 ‘게이풍 옷을 입고 다니는 븅신’이라고 

욕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마저도 없었으면

나는 지금 이렇게 글을 쓸 형편이 안 되었다. 


그래서 기본은 박애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난은 박애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말은 쉽다만, 말이라도 쉬워서 다행이다. 





김봉민의 그냥 일기 - 자전거 전문가와 박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