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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입시/합격자의 작문과 공부법

합격은 운? 불합격엔 불운이 작용하지 않는다 ㅣ합격자의 연습법#4 ㅣ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과외 수업

by 김봉민 2023. 5. 22.

 

https://vongmeanism.tistory.com/793

 

[합격자의 연습법#3] 작문 제목: 돌아와! 외계인!ㅣ 서울예대 극작과 과외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자의 작문을 가지고 왔다. 딱 보면 알겠지만, 합격권의 연습 작문이다. 연습 작문을 쓰는 족족 합격 수준이라면, 당연히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도 이뤄지는 거다. 서울예대

vongmeanism.tistory.com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장수생들은 주로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합격은 운이 좌우한다!"

 

맞다. 그럴 수 있다. 운이 극도로 좋아 합격할 수 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불합격엔 불운이 작용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사례를 무수히 봐왔다.

지금은 서울예대 극작과에 다니는 내 제자(겸 나의 까마득한 후배)의 사례를 

들어볼까 한다. 나한테 찾아오기 전에 몇 차례 극작과 입시에서 낙방을 경험한 

상태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온갖 무지와 편견, 나태와 변명으로 중무장한 

녀석이었다. 그게 너무 중증이라서 나는 글을 하나 쓰게 했다.

'로맨스 장르가 나은가, 호러 장르가 나은가'

를 주제로 글을 쓰게 한 것이다.  그랬더니 이런 글을 써버린 것이다. 

 

주제 : 로맨스? 호러?
 
로맨스가 가지는 가장 큰 무기는 ’공감‘ 이라고 생각한다. 로맨스물을 보며 나도 저런 연애, 사랑을 꿈꾸거나, 나도 저 나이 때 저랬었지, 나도 저런 연애를 해봤지. 같은 감정이 로맨스물을 재밌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 삶에 밀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 로맨스물이다.
 
 호러는, 어찌보면 우리의 삶과는 거리가 먼 세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상상력을 보는 재미가 있고, 영상물이라면 영상 자체의 분위기에 현혹되어 재미를 느낀다. 우리가 호러물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함‘ 이라고 생각이 든다. 깜짝 놀라거나, 그로데스크한 문장으로 찝찝함을 느끼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새로운 세계를 본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해소로 호러물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호러물은, 인간을 보여주는 주제를 펼치기엔 한정적이다. 거의 다 인간의 이기심이거나, 인간의 욕망의 비극. 이런 것들.
 
 그에 반해 로맨스물은 사랑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을 보여주기에 무한하다. 또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하기에 보고 느낀 것을 현실로써 작용시킬 수 있다.
 
 작품을 본다는 건,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본다고 할 수 있다. 호러물의 불편함보단, 로맨스물의 공감이 더욱 교훈적이고, 잔상이 오래 남는다. 

말이 되는가? 매우 잘 만들어진 호러는 허접한 로맨스 영화보다 훨씬 낫다. 

하여, 나는 이렇게 피드백을 녀석에게 건넸다. 

 

이 모든 건 너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주관성에 매몰된 것.
 
어떤 로맨스는 어떤 훌륭한 호러물보다, 당연히 구리다.
어떤 호러물은 어떤 훌륭한 로맨스보다, 당연히 구리다.
 
겟 아웃이라는 영화가 있다. 호러다. 몹시 잘 만들었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이라는 영화가 있다. 멜로다. 좆구리다.
 
장르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영화가 낫나, 연극이 낫나?
 
자기 취향에 근거해 뭐라 대답할 수 있겠으나,
어떤 영화는 어떤 연극보다 별로고,
어떤 연극은 어떤 영화보다 별로다.
아닌가?
 
작가가 더 낫나, 회사원이 낫나?
 
어떤 개병신 같은 작가는 어떤 평범한 회사원보다 당연히 별로다.
백인이 낫나, 흑인이 낫나?

 백인이 당연히 낫죠! 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부류의 말을 너도 한 거다.어떤 호러는 어떤 멜로보다 낫다.백인이든 흑인이든 그 사람의 장르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로 봐야 한다.장르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자. 

 

저런 식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자가 제대로 된 작문을 

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실기 전형에서 써낼 리가 없다. 

운이 좋아 실기 작문 전형을 통과해도 2차 면접에선 반드시 불합격이 될 수밖에 없다. 

행운이 연거푸 2번 발동되길 바라느니 차라리 로또 1등을 기대하는 게 낫다.

저런 상태에서 써냈던 연습 작문을 한 번 보도록 하자. 

 

*가급적 스크린샷으로 보는 걸 추천한다.

그래야 나의 첨삭 피드백도 살펴볼 수 있다.

제목 : 외계인

 아침이었다. 가족조차 병문을 오지 않는 나의 늙은 몸을 뉘운 103호 병실로, 20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소년같은 얼굴로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외계연구를 평생해와 논문까지 32개를 쓴 나에게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다니. 하지만 외계인의 다음말을 듣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저는, 다콕다 별에서 왔습니다.’ 다콕다 별은 내가 논문에서도 숨겨온 외계행성의 이름이다. 나밖에 모르는, 기껏해야 가족들에게만 지나가는 소리로 했을 그 행성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 것인가? 외계인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외계인이 입을 열었다. 나와 잠깐 어디 갈 데가 있다고 한다. 연구한 바에 따르면, 외계인은 인간을 실험체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나를 실험체로, UFO로 데려가 내 몸을 해부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UFO에 잡혀가면, 외계의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늙어 안산제일병원에 갇힌 내 삶, 뭐가 아깝겠는가. 나는 외계인을 따라가기로 했다. UFO에 잡혀가, 외계의 모든 비밀을 알아내겠다. 이 한 몸 외계의 비밀을 알 수만 있다면, 버려도 좋다.   



 가끔, 아주 가끔 가족들이 병문을 와 산책을 나가자고 할 때면, 늙은 몸 뭐하러 움직이냐며 꼼짝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의 느린걸음을 맞춰 외계인도 천천히 걸었다. 이 외계인은 나를 바다로 데려갈 것이 분명하다. 인적 드문 바다만큼 인간을 비밀리에 납치하기 좋은 곳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이 뜬끔없이 식사를 하자고 한다. 나 또한 배가 꼬륵거렸다. 외계인은 건너편에 국수나무집을 가리키며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나 또한 콩국수를 매우 좋아했다. 이미 나의 데이터를 간파한 것이 분명하다. 콩국수를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꼬소함이 입안 가득 매워졌다. 정신이 깜빡깜빡 한 뒤로, 이렇게 외식을 한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식사를 마치고 녹말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고 있는데, 외계인이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 녀석, 인간의 문명이 그렇게도 궁금한 모양이다. UFO의 비밀을 알 수만 있다면 내가 무엇을 못 하겠는가? 66-4번 버스를 타고, 에버랜드로 향했다. 티익스프레스나, 자이로드롭의 직원들은 경악했다. 병원복을 입은 늙은 노인이 놀이기구를 타는 것을 한사코 말렸다. 외계인과 나는 어쩔 수 없이 유아들과 함께 회전목마를 타거나, 컵돌리기 놀이기구를 타야했다. 외계인은 무지 즐거워 보였다. 녀석아! 이게 지구의 놀이공원이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녀석은 본심을 드러냈다. 바다로 가자고 한다. 나도 못 이기는 척, 그래, 가자고 했다. 외계인은 택시를 잡았다. 그리곤 장장 2시간을 걸쳐 대천해수욕장에 오게 되었다. 겨울 바다는 인적이 드물었다. 이 외계인 녀석 현장 답사도 제대로 했나보다. 외계인은 나를 더욱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했다. 그리곤 외계인은 모래사장에 몸을 풀썩 뉘였다. 나도 다리가 아파 녀석의 옆에 몸을 뉘였다. 이제 UFO가 올 시간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녀석아, 어서 나를 잡아가 UFO의 내부를 보여줘라!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렸다. UFO소리 인가? 흡사 화재현장의 구급차 소리같다. 그때, 모래사장 안으로 봉고차 한 대가 들어왔다. 70년 간 연구해온 UFO가 접시 모양이 아니라 한낱 봉고차였다니, 절망했다. 봉고차에서 누군가 내렸다. 늙은 여성의 외계인이었다. 여성의 외계인은 황급히 달려와 내 옆의 외계인의 등짝을 때렸다.



 “아버지 몸도 아픈데 이런 데를 데려오면 어뜨카냐!”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저 여성 외계인은 정말 못생겼다. 분명 외계행성에서도 인기가 없어 결혼도 못했을 것이라. 봉고차에는 ‘안산제일병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다시 103호 병실로 들어왔다. 외계인은 납치에 실패한 것인가? 어쨌든, 한 가정의 가장이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할 뻔했는데도, 오늘 아침에도 가족들은 병문을 오지 않는다니. 아들 낳아봤자 소용 없다더니!... 아들 생각을 하자 눈 밑이 뜨거워졌다. 그래, 솔직히 나도 잘한 것 하나 없다. 평생 외계연구나 한답시고, 가족들에게 등을 돌려 살아왔다. 그렇게도 콩국수를 좋아하던 아들과 함께 외식 한 번을, 유아기 때의 아들이 그렇게 가고 싶다던 에버랜드를, 다 커서 그렇게 같이 가고 싶다는 바다를, 나는 싹 다 등 돌린 채 연구에만 집착했다. 아들이, 한 번만, 딱 한 번만 찾아와 준다면 콩국수를, 에버랜드를, 바다를... 



 그때,



 가족조차 병문을 오지 않는 나의 늙은 몸을 뉘운 103호 병실로, 20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소년같은 얼굴로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끝-

 

읽어 보니 어떠한가? 합격이 기대되나?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이 가능할 거라고 기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실력이니 연거푸 불합격의 아픔을 겪으며 지내온 것이었다. 

불운?

불운이 아니라 그냥 실력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아서 불운이라는 

사태가 사후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불합격엔 불운이 작용하지 않는단 말이다. 

그냥 실력과 수준이 안 되니 불합격을 맞이하게 된 것일 뿐. 

 

매일 쓰고, 매일 공부하고, 매일 연습해야 한다. 

그때에만 실력 향상이 이뤄진다. 

그 결과, 내 제자는 결국 아래와 같은 작문을 쓰게 되면서 

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이라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독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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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스토리텔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하시오.

 

 제목 : 집필의 생애

 

 나 김 집필.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이건 작가 지망생으로 살아온 7년의 시간의 종지부를 찍는 글이다. 바로, 나의 자서전. 나는 이 자서전 집필을 마치고, 생을 그만 떠나려고 한다.

 좋은 인생이었다, 는 가식이다. 좋지 않은 인생이었다. 글 쓴답시고 고시원에 몸을 둔지 어언 7. 어느새 술 한 잔 나눌 친구 하나 없고, 부모님과는 사이가 소원해져 식사 한 번 해본 적이 없고, 같이 놀이공원에 갈 여자친구 마저도 없다.

 

 곁에 아무도 없는 나의 삶. 나는 유서로 자서전을 쓰기로 했다. 자서전을 성공적으로 집필하고, 나는 이 생을 떠나가 보련다.

 

 볼펜을 들었다. 첫 번째 목차는, [나의 고향]이다.

 ‘나 김 집필은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태어났다... 태어났는데....

 이런, 고향에 가본지 너무나 오래 돼서 그런지, 쓸 거리가 없다. 분명 뭔가가 많았던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 나는 성남시외버스터미널에 가 통영에 가는 고속버스 표를 47,500원 주고 끊었다.

 통영버스터미널에 내려 나의 집 75번지로 향했다. 새록새록 추억이 떠오르면, 그것을 자서전에 쓸 생각이었다. 그때,

 “어이! 너 김 집필이 아이가? 아따, 마이도 변했네!

 반가운 얼굴이! 나의 고향 부랄 친구 김떡판이었다. 떡판이와 나는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다. 그러고는 떡판이가 술이나 마시자며 근처 허름한 술집으로 들어가 참이슬을 나누어 마셨다. 고향친구와 술 한 잔 하고 있자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추억이...

 .....!!필름이 끊겼다.

 이런, 나는 통영의 장미여관에서 눈을 떴다. 베개 옆엔 10만원의 차비와 떡판이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어이 김 집필! 니 너무 마이 취해가 여 던져두고 간데이. 또 연락 해라! 010-.....

 떡판이와 나누었던 고향 이야기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고향 파트는 삭제해야겠다.

 

 볼펜을 들었다. 두 번째 목차는 [나의 부모님]이다.

 ‘나의 부모님은 통영시 해피 산부인과에서 나를 낳고,.... 나를 낳고.... 그러니까, 낳고...

 제길! 부모님을 뵌 지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쓸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부모님의 얼굴도 커녕 생각나지 않는 판에 무슨 글을 쓴단 말인가!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엄마는 어색함 없이 무지 반가워하며 나의 전화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당장 밥 차려 놓을 테니 집으로 오라는 말까지...

 실로 오랜만에 부모님의 집 용인 한라비발디 아파트 2903동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어머니는 팔을 활짝 펼치며 나를 반겨주었다. 아버지는 뒤에서 왔나,라고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해주신 제육볶음을 먹으며, 나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키워오면서 어땠는지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줄줄 새서 결국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하고 도망쳤다. 아들의 눈물을 보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부모님 파트도 결국 삭제를 시켜야겠다.

 

 볼펜을 들었다. 세 번째 목차는, [나의 연인]이다.

 ‘김 미진은 대한예술대학교 연기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는.... 그러니까, 그녀는...

 젠장!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온 것인가? 첫 여자친구 하나 묘사를 하지 못하다니. 하긴, 헤어진 지 거의 8년이 돼가고 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자서전을 쓰지 못할 터...

 한 번 더 용기를 냈다. 미진이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메시지를 보냈다. 미진이는 생각보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미진이는 대한예술대학교의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중이라고 했다. 아직도 학교 근처에 산다며, 시간 되면 자신을 보러오라는 말까지...

 

 미진이는 더욱 예뻐져 있었다. 우리는 대한예술대학교의 대학로를 산책했다. 미진이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나를 만나면서 어땠는지, 헤어질 땐 어땠는지... 미진이는 나의 질문 하나 하나를 정성껏 대답해주었다. ‘나의 연인’ 목차는, 성공적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집 앞 까지 데려다 준 미진이의 마지막 말.

 오빠 설마, 오늘 얘기해준 걸로 글 쓸 거 아니지? 꿈도 꾸지 마! 내 프라이버시야!

 ....그렇게, 나의 연인 목차도 쓸 수 없게 됐다.

 

 친구도 없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소원하고, 여자친구도 없는 나의 인생을 정리할 자서전마저 쓰지 못한다니. 나는 역시 죽어야 마땅하다. 나는 고시원 문을 열고 계단을 타 천천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때,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카톡! 고향친구 김떡판이었다.

 [! 김 집필! 왜 연락 하라니까 연락을 안 하는데! 고향 언제 내려오냐? 또 술 한 잔 해야지!]

 

 카톡! 엄마의 카톡이었다.

 [아들, 그땐 울면서 갑자기 뛰쳐나가는 바람에 아빠랑 엄마 진짜 놀랐잖아. 다음에 또 언제 밥 먹으러 와? 이번엔 김치찌개에 계란말이 해줄게~]

 

 카톡! 미진이의 카톡이었다.

 [집필 오빠. 너 남자 아니냐? 너무 하네 정말. 어떻게 애프터 신청을 안 하니? 참 나. 그래 내가 한다. 내일 시간 돼? 에버랜드 가고 싶은데.]

 .

 .

 .

 나는 비록, 나의 자서전을 완성 시키지 못했지만, 같이 술 한 잔 나눌 고향친구가 생겼고, 부모님과 같이 마주하며 식사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같이 놀이공원에 갈 여자친... 구 까진 아니지만, 여자가 생겼다.

 

 볼펜을 내려놨다.

 나의 생을 볼펜으로 쓸 것이 아니라, 나의 육체로 써내려 가보려 한다.

 

 --

 

 소요시간 :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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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작문에 운이 작용했다고 상상하지 말자. 

운 같은 건 없다. 

연습, 공부, 연습, 공부, 연습, 공부, 

땀, 땀, 땀, 두통, 두통의 지난한 반복의 결과였다. 

글쓰기 기술의 습득을 통해 이뤄낸 결실인 것이다. 

 

위 작문의 로그라인과 개요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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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그라인]

주인공 수식어 : 아무도 없는 인생을 산 27살 작가 지망생 ‘김집필’

욕망 : 내 생을 담은 소설을 유서로 쓰고 죽겠다.

방해물 : 고향, 부모, 연애.

 

 [개요]

나 실패한 소설가. 친구도 없고 부모님과도 소원하고 여자친구 하나 없다. 이 실패 한 인생, 나는 죽겠다. 하지만 나는 소설가. 죽기 전 내 생을 담은 자서전 하나 집필

                하고 죽겠다.

 

1- 첫 번째 목차 나의 고향

                나는 경상도 통영 촌독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앗, 첫 줄부터 막힌다. 정보가 필요하다. 고향을 찾아 간다. 고향에서 친구를 만난

                다. 친구와 술 한 잔, 옛 생각이 많이 난다. 자서전에 쓸 거리가 많이 생겼다.

                필름이 끊겨서 쓸거리 아이디어가 다 지워졌다. 절망.

 

2- 두 번째 목차 나의 부모님

 

                나의 부모님은 나를 애지중지 키워주셨다. 어머니는...

                어라, 부모님과 워낙 소원하게 지내다보니 글이 안 써진다. 부모님을 봬야겠다.

                식사한다.

                눈물이 차올라 물어볼 것을 못 물어보고 도망친다. 절망.

 

3- 첫 번째 목차 나의 연인

                나의 첫 연애 상대는 김미진이었다. 김미진은....

                헤어진 지 너무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연락 한다. 같이 산책 한다. 예전 나 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물어본다. 미진 다 대답해준다. 헌데,

                혹시 이걸로 글 쓸려는 거 아니지?! 꿈도 꾸지마!! 프라이버시야!!

                절망.

 

가결자서전을 쓰지도 못했다. 역시 난 실패한 소설가. 그냥                                               

죽어야겠다.

 

꺾기카톡, 고향 친구 야! 김집필! 언제 또 통영 내려오냐~ 또 술 한 잔 해야지!

                카톡,

                엄마 아들! 밥 먹으러 또 언제 와? 이번엔 김치찌개에 계란말이~

                카톡,

                미진이 오빠, 오늘 하루 보고 끝인 거야? 애프터 신청을 안 하네. 참 나. 그래, 내가  한다. 오빠 내일 시간 돼?

               

진결비록 자서전은 쓰지 못했지만 나에게 술 한 잔 나눌 친구가 생겼고, 같이 마주보고 식사를 할 정도로 부모님과 사이가 가까워졌고 여자친..구 까진 아니지만 미진이와  다시 만난다. 글 속의 삶이 아닌, 실제의 삶을 살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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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극작과 불합격엔 불운이 작용하지 않는다. 

지금 이 포스팅을 보는 자의 처지를 나는 안다. 

오늘도 나태하게 보내면서, 아무것도 안 한 주제에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마음 졸이며 지금 이 포스팅을 

찾아보게 된 것일 게 분명하다. 

아무도 그렇게 살라고 한 적은 없다. 

변명은 정도껏 해야지, 자기 스스로 가장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며 

사는 건 그 자체로 지옥이다. 스스로 구원하는 수밖에 없다. 

 

https://drive.google.com/file/d/1hmE-ms4qwJnC1v7pc4bPHKDRrLFwguRS/view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 작문 합격 교본.pdf

 

drive.google.com

 

합격은 운? 불합격엔 불운이 작용하지 않는다 ㅣ합격자의 연습법#4 ㅣ서울예대 극작과 입시 과외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