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획안을 보자. 나의 PD 공채 온라인 필기 커리큘럼을 수강한 후,
예능PD 공채에 최종 합격한 친구의 연습용 기획안이다.
자신의 자산일 수도 있는 기획안을 과감히 공유하게 해준 그 넓은 아량에
일단 고마움을 느끼도록 하자.
PD 공채에 있어서 작문과 기획안,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묻는다면,
당연히 기획안이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종 임원 면접 때 기획안이 더 많은 자가 무조건 압도적 우위에 서게 되고
그 결과가 최종 합격으로 이어질 확률이 몹시 크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기획안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일단 아래 연습 기획안으로 보자.
기획안을 그냥 쓰면 망하는 거다. 위의 기획안을 통해 볼 수 있는 구성 원칙을 여러분은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 기획의도.
두 번째. 출연진 제시.
세 번째. 구성내용.
네 번째. 경쟁 포인트 및 차별점
다섯 번째. 특이사항.
1. 기획안
일단 모든 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프닝이다. 기획의도는 기획안의 오프닝이다.
이 기획의도가 구리면, 그걸로 탈락이라고 상정해야 옳다. 기획의도가 구린데
끝까지 읽어줄 보살 심사관은 없다고 여기는 게 이 냉혹한 PD 공채 생태계에선
건강한 생각이다. 기획의도만 보고도 기대감이 생겨야 한다.
그리고 그 기획의도엔 본인이 해당 프로그램의
훅
홀드
페이오프
가 모두 실려야 한다.
잉? 저 용어가 뭔가요, 라고 묻지 말자.
바로 내가 제작한 PD 언론고시 교본을 다운 받아 해당 용어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훅, 홀드, 페이오프도 모르고 콘텐츠 기획과 제작의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 그 무모함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2. 출연진 제시
구체적인 출연진 제시는 그 자체로 이 기획의 현실성을 높여준다.
허무맹랑한 출연진 제시, 예를 들어 백종원과 유재석을 동시에 출연시키겠다는
언급은 그 자체로 그걸 쓴 본인이 상당히 철 없고 준비가 덜 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며, 그냥 단순히 출연자 이름만 나열하는 식보단
출연자 이름 앞에 이 기획에 이 출연자가 필요한 이유도 깔끔하게 제시를 해주어
보다 높은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좋다.
3. 구성내용
기획의도가 재밌고, 출연진 제시도 설득력 있어 보이면, 심사관은 이제 구성내용을 읽는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오프닝-바디-클로징'의 흐름을 따르는 게 가장 보편적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한 화를 2주에 걸쳐 방영하는 실제 프로그램도 있기에
자신의 기획 내용에 따라 적절한 제시가 필요하다.
구성내용 제시가 너무 추상적이다 싶다면 1화의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구성내용을 적어주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구성내용을 읽고 심사관의 머리에 절로
이 프로그램의 전체 흐름이 그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무성의하게, 추상적이고도
짤막한 내용으로 이 구성내용을 채워버리면, 그 전체 흐름이 그려지긴커녕
그냥 그걸 그렇게 쓴 응시자의 허술함만이 느껴질 뿐이다.
4. 경쟁 포인트 및 차별점
이 부분은 기획의도의 축약판이라고 보면 된다.
기획의도에 드러난 이 프로그램의 장점들을 최대한 요약하여 최소 3개 정도는 언급을 해주자.
단, 내가 정말 내 수강생들에게 못 쓰게 하는 표현들이 있으니 그 단어들은 배제하길 바란다.
새롭다
흥미롭다
국내 최초
본격
같은 단어들이 바로 그것이다. 새롭고 뭐고 결국엔 그 효용가치가 구체적으로 제시가 되어야만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흥미롭다는 말도 그냥 어디까지나 응시자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지,
그 단어 자체만으로 흥미롭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안 생긴다. 국내 최초는 정말 쓰지 말자.
아직 그러한 프로그램이 안 나온 것은, 달리 말해, 너무도 볼품 없어서 아예 방송사에서
기획단계에서 킬 시킨 것일 수 있다. 본격, 이라는 단어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을 안 하겠다.
너무 진부한 표현들이 오히려 장점을 깎아 먹는 법이니 자신의 머리를 최대한 쥐어짜야 마땅할 것이다.
5. 특이사항
이 부분은 내용 외적인 것이나 현실적 고려 사항을 적어주면 좋다. PPL이나 제작시 주의 사항을 표기해주는 걸
기본으로 삼는 걸 나는 추천한다. 또한 발생할 수 있는 배드 이슈에 대한 언급을 해주면, 좀 더 사려 깊고도
준비가 철저히 된 기획으로 보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더 준비된 본인의 역량을 뽐낼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 이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기획안의 개괄적인 구성을 일단 알아야
본인의 머리에 있는 그 빛나는 아이디어가 비로소 활자로 현실화되어 사람들, 특히나 심사관을
설득시킬 수 있는 공식 문서가 되는 것이다. 그 빛나는 아이디어가 기획안으로 공식화 되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빛나는 그 무엇이 아니라, 그저 한낱 잡생각에 불과한 것이다.
기획안은 PD 공채를 준비하는 언시생들에겐 필수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자신의 기획안을 100개 가진 사람은 절대 공채에서 패배하지 않는다.
그걸 만드는 죽도록 괴로운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은 이미 전문가의 길에 스스로 진입을 했기 때문이다.
면접 대비가 별거인가? 그 과정 하나하나가 다 대비인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도 반드시 보답하려고 해야만 그 인간의 가치가
더 드높아진다는 준엄한 사실을 기억하자. 하물며 이 살벌한 언시 공채 생태계에선 공짜를 바라는 마음은
양아치의 미덕일 뿐이다. 어떻게든 쥐어짜서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화 하는 그 힘.
그 힘이 당신을 공채 PD로 만들어준다. 진짜로.
예능 공채 PD 기획안, 어떻게 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