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기준>
재밌는 책? 유행하는 서적? 그런 거 추천 안 한다. 그런 건 다 본다.
남들 다 보는 거 봐선 남들보다 나은 말을 할 수 없다.
게다가 그런 거 본다고 그걸 본 사람이 재밌어지고 웃겨지는 거 아니다.
그냥 그 순간 재밌어 했을 뿐, 또는 그 순간 그저 웃었을 뿐.
나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추천하려 한다.
1. 면접장에서 썰을 풀었을 때 더 있어보이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것들.
2. 기획안을 짤 때 도움되는 것들.
딱 두 개다. 모두 공채 면접과 기획안 관련된 것들인데,
공채 PD 작문 전형 관련된 건 추천 없냐고? 있다.
그건 내가 만든 교본이다. 진짜로 여기에 작문에 필요한 다 담았단 말이다..
참고로 추천 순서는 그 콘텐츠의 중요도와는 무관하다.
그리고 명심하자.
언론고시는 치열하다. 너무 치열하다.
공채 준비생 중에 엘리티 아닌 자가 없다고 보야 마땅하다.
이 치열함 속에서, 남들과 다를 게 없는 인풋으로
남들보다 월등한 아웃풋을 내뿜으려고 하는 건
망상이거나 자기 과신에 가깝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인풋을 내 안에 수입해놔야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아웃풋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아낌 없이 책을 읽자. 좋은 인풋을 내 안에 구비해놓자.
그게 공채 최종 합격을 위한 현명한 대비책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면접 대비과 기획안 작성 위해 PD 공채 준비생에게 추천하는 콘텐츠 리스트>
1. 원더랜드 / 스티븐 존스
추천 이유: 재미에 대한 인싸이트를 확장시키기에 좋다,
라고 하면 오바고.. 재미란 무엇인지 면접장에서 좀 유창하게 말할 소스를
제법 제공해준다.
2. 지적자본론 / 마스다 무네아키
추천 이유: PD는 창작자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PD는 기획자인가? 그건 분명 그럴 것이다.
이 책은 '기획'이 뭔지 간명하게 알려준다. 이 역시 면접장에서 요긴하게 쓰일 기획 관련 소스를
왕창 제공해준다.
3. 영화 <슬랩스틱 보이스> / 유일학 책 아님.. (예능피디 지망생에게만 추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3562805
추천 이유: 개그 콤비에 관한 영화인데 개그의 테크닉과 웃음의 유발 원리에 대해
매우 깊게는 아니더라도, 적잖이 다루고 있다. 감독도 개그맨 출신이다.
단, 영화 퀄리티가 높지 않다. 말 그대로 개그 테크닉과 웃음의 유발 원리가
궁금한 예능PD 공채 준비생만 보길.
*현재 우리나라에선 DVD 구입만이 시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OTT에서 볼 수 없음
4. 게이미피케이션 / 권보연
추천 이유: 일단 짧다. 그리고 기획안 짤 때, 특히 예능 기획안 짤 때
무조건 막힐 때가 한 번은 찾아오는데,
그때 자신의 막힌 그 기획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시키는 걸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막힌 기획안 구상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해줄 수 있는 책. 무엇보다, 짧다니까. 금방 읽어!
5. 에디톨로지 / 김정운
추천 이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그게 너무 지나쳐서 표절이 되면
문제가 되지만, 엄연히 모방과 표절은 다른 것이다.
모방과 이종교배는 인류 역사 이래 언제나 창작에 있어 절대적 기술로 존재해왔다.
이 책을 읽으면 그 근본적 창작론에 대한 이론 강화를 해주며 기획안을 짤 때 도움을 줄 거다.
프로그램 기획안은 결국 누가 더 모방을 잘하느냐의 싸움이니까.
면접장 들어가서도 마찬가지. 이 책 안에 썰로 풀 수 있는 무수한 예시가 실려 있다.
6. 세이브 더 캣 / 블레이크 스나이더 (드라마PD 지망생 한정 추천)
추천 이유: 픽션에 대한 적확한 이해는 장르와 구조에 대한 명철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극 구조에 대한 실용적 방법론을 제시해준다.
드라마 기획안을 작성할 때, 각 화별 세부 줄거리도 적어야 하는데,
극 구조에 대해 잘 모르면, 드라마 전문가인 심사관이 봤을 때
피식, 실소를 자아낼 수준으로 몰지각한 내용을 적어 낼 확률이 매우 높다.
장편 영화 기준이긴 하지만, 아래와 같이 저자는 극 구조에 대해
거의 수학적으로 계산해내어 제시를 하고, 이걸 좀 변형하면 16부작이든
12부작이든, 혹은 8부작이든 드라마 전체 내용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로, 극 구조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는 실용서라 할 수 있다.
구조만 알려주냐고? 장르도 깊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살펴볼 수 있다.
7.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 로버트 맥키
추천 이유: 원제는 'STORY'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바이블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픽션과 영화 위주로 다루니 드라마피디 지망생들에게
더 강추한다. 이걸 5번 정도 읽어두면 어느 술자리에 가든,
스토리가 뭔지에 대해 말솜씨의 자웅을 겨뤄야 할 때 밀리지 않는다.
이쪽 방면에서는 절대적인 서적이니 일단 한 권은 집에 두자.
그 정도로 중요한 책이다.
8. 오리지널스 / 애덤 그랜트
추천 이유: 공중파 자소서에 꼭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창의력 어쩌고 저쩌고' 관련한 항목이다.
그래. 창의력 없는 공채 피디라는 것는 상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근데 막상 창의력이 뭔지 물으면 딱히 할 말도 없다. 그게 바로 창의력 부재의 현실인 것이다.
이 책은 창의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고 있다.
창의력은 번뜩이는 것인가? 아니다.
여러분이 게으른 이유와 창의력이라는 에너지를 동경하는 이유가 얼마나 깊은
관계가 있는지 알려준다. 면접장에서 창의력이란 무엇인지 쉴 새 없이 떠들 수 있는 소스도 제공해줄 거다.
지금부터는 시사 교양 PD, 기자 지망생 특화 추천 목록이다
지금부터는 딱히 추천하는 이유를 길게 서술하지 않겠다.
9.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대표작이다. 생각이란 것을 늘상 하고 있으니
생각에 관해 본인이 잘 아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놀랍도록 생각에 대해 무지하다.
그러나 생각은 세상 거의 모든 문제의 발원지이며 글의 재료이다.
두꺼운 게 유일한 흠결이지만, 초반 20%까지만이라도 읽자.
10. 블랙스완 / 나심 탈레브
저자는 레바논계 미국인이다. 월스트리트 투자자이며 저술가, 사상가다.
이력이 참 묘하다.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라는 카피라이팅이 인상적이다.
흑조 한 마리만 등장해도 백조의 세계는 끝나는 것이다.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조망이 담겨있다.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블랙스완>과는 전혀 무관한 서적이다.
저자는 상당히 시니컬 한 사람이라 그 글도 그러하다. 그래서 그게 또 흥미롭다.
11. 문장론 / 쇼펜하우어
기자 공채 준비생이라면 무조건 봐라.
문장 자체가 본인의 최고, 최대의 도구이지 않은가.
위에서 언급한 나심 탈레브조차 하수로 만들 정도로
시니컬 한 염세주의 철학의 거두, 쇼헨하우어의 조금도 망설임 없는
서술도 재밌다. (그 서술방식을 따라해보라는 건 아니니 오해 말길)
12.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하인리히 뵐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대표 소설이다.
이 분이 생존해 계실 때에 언론사들과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당대의 독일은 물론, 지금도 문제가 되는
언론의 무책임함과 그 문제점을 지적하며
가차 없이 황색 언론을 후두려패버리셨다.
이 소설이 재밌다면,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나생문>도 재밌을 것이다.
진실을 확정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문학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13. 저널리즘 / 조 사코
'코믹 저널리즘'의 선구자, 조 사코의 작품이다.
만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이 일단 흥미로울 텐데,
그 알맹이 또한 엄청 딴딴하다.
이 책을 읽고 결국 저널리즘이란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전달하겠다는
본질적 정신과 자세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나는 해보았다.
그것이 글이든, 영상이든, 만화든, 그 형식이 어떠한 것이든,
저널리즘의 본질적 정신과 자세를 잃으면 그것은 이미 저널리즘이 아니겠지.
'코믹 저널리즘'이라는 생경한 장르가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정말이지 세상은 넓고 세상엔 별별 게 다 있다!!
14. 초예측 /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스티븐 핑커 등등
세계적인 석학, 유명 저술가들이 나와서 미래 문제에 대해 논박한다.
대담집의 형태라 잘 읽히는 편. 잡지식 습득에 좋다.
15. 수사학 / 아리스토텔레스
이건 고전이니 많이들 알 거다. 근데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설득의 3요소.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요즘 들어선 특히나 에토스가 강조되고 있는 거 같다.
잘 안 읽히기에 끝까지 읽는 게 힘들 수 있다.
그럼 저 3요소만이라도 정확하게 파고들어가보길 바란다.
고전은 낡은 게 아니라, 영원히 인간과 인간 사회에 먹히는 원형을 담고 있는 것이니까.
16. 에릭 홉스봄의 시대 3부작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
빨갱이 책을 읽으란 거냐!! 라는 소리는 하지 말자. (하지 말라면 하지 마!!!)
홉스봄은 말한다.
우리 사는 현재의 세계는 유럽의 '이중혁명'의 성공의 토대 위에 건설된 것이라고.
근데 그 이중혁명이 무엇인가?
프랑스 시민혁명.
영국 산업혁명.
교과서 속 저 두 혁명이 현재의 우리에게도 영향을 여전히 끼치고 있다.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자 있는가? (없진 않겠지.)
이중혁명, 이라는 말로 압축해내어,
이보다 간명하게 현재 우리 현실의 기원이 뭔지 주장하고 있는데,
그 발상부터 상당히 흥미롭지 않은가?
17.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최진석
지난 대선 때 뜬금없이 정치권에 참여하여 실망감을 적잖이 줬다만,
그래도 이 책을 추천하지 않긴 힘들다.
근데 실망감이 많아 구체적으로 이 책이 어떻게 왜 좋은지는 적기가 싫구만.
한 번쯤 읽어놔서 해될 게 없는 책인 건 분명하다.
타인의 생각의 결과물을 내면화 하고 암기한 것을 두고
우리는 마치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한다,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재미가 없지 않다. 재밌다.
자, 일단 여기까지다.
남들과 비슷한, 남들보다 혹은 못한 인풋만으로
남들보다 월등한 아웃풋을 낼 수 있을 거라고 200% 자신한다면, 안 봐도 된다.
그러나 그러한 거만함은 전적으로 무지에서 비롯되는 거라서
언론고시 공채라는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얼마 안 가 처참하게
발려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나의 전망은 300% 적중할 거다.
그러니 필기 준비를 위해 오늘도 연습 작문이든 논술이든 써보자.
기획안도 써보자. 면접 대비를 위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든 말로든
풀어보자. PD 언시생이라면 모니터링도 당연히 해야지. 보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글도 써야 경쟁자들보다 나아지는 것도 잊지 말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개소리다.
어떻게 즐기나. 인생이 걸린 문젠데.
가장 목마름을 많이 느끼지는 자가 우물을 판다.
자기 자신을 위해 우물을 파야 한다.
손톱 깨지고 땀 범벅되고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더라도 판다.
제대로 살고자 하는 힘은
즐기려는 힘따위는 능히 압도하고도 남는다.
제대로 살기 위해 오늘도 나 자신을 위한 우물을 파기 바라며..!
면접과 기획안 작성을 위한 책 추천 ㅣ PD 기자 언론고시 공채생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