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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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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번 써봐

by 김봉민 2022. 10. 12.

그게 설령 하찮은 지각 사유서나 알량한 반성문, 또는 SNS 글귀라 하더라도 

거기엔 반드시 그걸 쓴 사람의 정신적 지문이 남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남는다. 안 남기려고 하면, 안 남기려고 한 그 의도가 남는다. 

그리고 자신의 주제, 좋게 말해선 한계를 넘어서 

자신이 쓴 글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게 남기려고 노력하면 

거기엔 반드시 삑사리가 발생하게 된다. 

잘 쓰려고 하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을 해왔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나의 그 선천적 허세가 발동하여 나는 엉망이 된다. 

정작 써야 할 것도 못 쓰며, 거의 아무것도 못 쓰게 되는 멍청 상태에 진입하여 

글을 씀으로써 조성하려 했던 나 자신의 청량함은 이룩되지 아니 하고, 

고인다. 엉킨다. 썩는다. 그러지 말자. 좀 못 써도 된다.

탁월함에 목 매지 말자. 나는 그럴 주제가 아직 안 된다는 나즈막한 조빱정신을 

견지한 채 그냥 한 번 써보자. 반드시 써서 맨 마지막에 '-끝-'을 남기는 것에 

주안점을 두자. 나는 글을 사실 잘 못 쓴다. 근데 그래도 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써볼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다면 

그걸로 이미 족하다. 까불지 말자. 주접 떨지 말자. 그냥 쓰자. 잘 쓰려고 하지 말자. 

오늘도 설령 실패하더라도 아직까지도 뭘 좀 써보겠다는 자세를 붙들고 있을 수 있음에 

겸허한 마음을 갖자. 으랏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