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스튜디오 안. '뉴 클리어'가 공연 중이다. 이 공연은 그의 상상이다.
그는 극작가다. 연극의 혁명을 울부짖는다. 그러나 생활고로 인해 자신의 꿈이 반동 혁명에 주저앉을 판이다.
월세를 밀리고 핸드폰이 끊기기 직전에 다행히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굴지의 재벌 4세가 만든 '레볼루셔너리 씨어터'의
'매머드급 연극 프로젝트- 세계적인 연극'의 극작을 맡게 된 것이다. 주제는 '서울 멸망 D-1'이라고 한다.
이 일을 맡게 되어 맥북도 할부로 새로 샀다! 그는 연습실을 향하며 속으로 오늘도 다짐한다.
'나는 내 인생의 엑스트라가 아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첫 미팅날. 이 모든 것이 영상으로 찍혀 아카이빙 되어 영상 또한 작품화 된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이게 무슨 연극 프로젝트냐며 라인프로듀서에게 항의한다. 이건 연극 프로젝트가 아니라 영상 프로젝트이며, 자신은 연극 극작가이지
영상 시나리오 극작가 겸 연출가라는 아니라는 것인데, 이런 프로젝트라면 자신은 빠지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라인프로듀서는 그에게 페이 2배(500만원)를 제안한다. 라인프로듀서는 내일까지 시간을 줄 테니 모쪼록 좋게좋게 생각해보라고 한다.
라인프로듀서는 계속 쉬지 않고 카메라로 이 모든 사태를 찍고 있다.
그는 고민한다. 생활고도 극심하지만, 연극의 혁명가를 자처하는 그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그는 그를 추종하는 후배들-자신의 추천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조연출과 오퍼레이터를 맡은 자들과 술자리 토론을 벌이고,
술에 왕창 취한 김에 그는 라인프로듀서가 아닌 프로듀서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페이 2배 따위로 자신의 영혼을 살 수는 없다고.
다음 날, 눈을 뜨고는 극심한 후회에 빠진 그. 연습실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맥북 할부가 맘에 걸린다.
일단 연습실에 가보기로 하는데, 연습실에서 만난 라인프로듀서는 난처해 한다.
어제 그가 프로듀서에게 보낸 메시지 때문이다. 그는 자신은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으며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음해 같다고 거짓말을 한다. 라인프로듀서는 차라리 그런 거라면 좋겠다는
프로듀서의 말을 대신 전하고, 프로듀서는 그에게 모쪼록 앞으로 큰 무리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좋겠다며
페이 4배(1000만원)을 제안한다. 그 말에 행복해진 그는 마지못해 수락하는 척을 한다.
그리고 그는 궁금증이 생긴다. 대체 프로듀서와 레볼루셔너리 씨어터의 대표는 누구야?
라인프로듀서는 언젠가 보게 될 거라고 한다.
(재미와 놀이)
그는 '서울 멸망 D-1'이라는 프로젝트명에 맞게 대본을 구성하려 한다.
라인프로듀서는 그 어떤 장르가 되어도 상관 없으나 극작자 자신의 그 무엇이 반드시 투영되어야 한다는
프로젝트 취지만은 지켜달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후배들과 회의를 시작하지만,
결국 회의는 허물 뿐, 그들은 놀러다니기에 바쁘다. 라인프로듀서는 당연히, 지금까지의 이 모든 걸 촬영하고 있는데
그들이 무얼 하든 절대 개입하지는 않음에도 그는 라인프로듀서에게 이 정도로 모든 걸 찍는 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항의를 하다가 결국엔 그렇게 자신의 창작 모습이 촬영되고 있음을 즐기게 된다.
그는 이 모든 현실을 이번 프로젝트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고
자기 자신과 후배들, 라인프로듀서의 현실을 대본에 반영하려고 한다.
공연의 결말은 저마다 다른 멸망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걸로 매조지하려 하는데,
그는 끝까지 희망을 붙들고 늘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결말을 만들기로 하고, 즉흥극을 펼친다.
후배들과 라인프로듀서도 즉흥극을 펼친다.
그 다음날부터 라인프로듀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총기획자- 재벌4세의 부름이 있으니
모두 그를 찾아가야 한다고 한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도 계속되는 즉흥극.
저마다의 희망이 실려 있다. 저마다 주인공이 되는 즉흥극 모음이다.
그러나 재벌4세를 만나러 가는 길에 라인프로듀서는 업무 변경 통보 문자를 받는다.
극단 사람들과 너무 친하게 지낸 게 문제가 된 것.
라인프로듀서는 근데 오히려 더 좋은 보직을 맡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팀은 200개다. 한팀당 2000만원 지원. 40억이면 되는 취미활동이었다.
재벌4세는 불치병을 앓는 젊은 예술학도. 길게 살아야 50년 산다고 한다.
안 죽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세계적인 연극은 오직 이 재벌4세만이 관객.
모든 찍힌 영상도 재벌4세의 작품으로 편집되어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라 한다.
재벌4세는 자신과 다른 많은 창작자들의 삶을 엿보고 싶었고 그들에게 기회의 장을 주고 싶었으며,
그들의 삶을 보관하고 싶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한다.
그리고 공연 당일. 그는 재벌4세를 욕하고 비꼬는 공연을 만든다.
서울멸망을 응원하는 내용으로 만든다.
그러나 재벌4세. 오히려 그들을 독려한다.
아무래도 공연장 와서 공연은 안 보고 잔 모양이다.
다음 공연장으로 향하는 재벌4세. 봐야 할 자신만의 공연이 196개 남았단다.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제작비는 이미 진작에 탕진된 상황. 다시 알바를 해야 하는 그들.
'그'는 맥북을 팔기로 한다. 그리고 나타난 라인프로듀서.
신이 있다면 프로그래머이거나 극작가일 텐데,
프로그래머라면 버그를 너무 만들어놨고,
극작가라면 오타를 너무 많이 내는 거 같아.
우리도 그렇잖아. 회사를 관두고 나온 라인프로듀서.
어차피 계약직이었다. 그는 '창세기'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극작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라인프로듀서가 이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