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반도 이남 지역을 딱 한 번 떠나봤다.
2012년 2월부터 약 70일 간 인디아로 가본 게 다다.
2011년 봄에 나는 그토록 갈망하던 회사원이 되었지만,
정확히 8개월만에 나는 망가졌다.
나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질 타입의 인간이 아니었고,
무력해질 대로 무력해져서 무단으로 회사 출근을 안 해버렸던 것이다.
퇴사 후, 있는 돈 탈탈 털어 그나마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오래 있을 수 있는 곳을 찾던 도중
오래된 기억 속에 뿌리박혀 있던 인도행에 대한 환상으로
인도로 간 것이다.
70일 간 살은 대략 14키로 빠졌고, 극도로 예민한 성깔이라
사람들이랑도 잘 어울리지 못 했으며 매일 몸도 어딘가 아팠지만,
그래도 좋았다. 내 인생이 내 것이란 걸 매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내가 있을 수 있고, 오늘 하루 무엇을 할지도
전적으로 내 결정 하에 이뤄진다는 그 당연한 사실 안에서 나는 힘을 얻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내 시간은 내 것이다. 내일 내가 출근해야 할 시간을
누구에게 허락 받을 필요도 없으며, 무슨 일을 할지도 지침에 따라 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인도에서의 그 70일 동안 증명되었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 내 인생의 주인공 행세를 하지 못 하게 하게다는
결심이 굳건해졌으므로 살이 빠지든 외로워지든 몸뚱이가 좀 아파도 견딜 수 있었다.
나는 엑스트라가 아니다. 조연도 아니다. 주인공이다.
실패도 내 것이고, 성공도 내 것이고, 혹은 어중간한 현실도 내 것이다.
단, 누구도 나 대신 주인공 행세를 할 순 없다. 그것이 나의 책임감이다.
그 다짐이 병들었던 나를 시체로 만들지 않게 해주었으며
이건 나의 자존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에
내가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지켜야 할 룰이다.
나는 인도에 다녀온 지 11년이 되었다.
그리고 내 인생의 주도권은 지금도 내게 있다.
이 주도권은 내가 쟁취한 것이다. 나는 노예로 살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의 노예가 되는 것은 더 싫다.
나는 내 식대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누군가를 노예로 치부하는 인간에게
간지랄 게 조성될 리가 없다. 나는 나이가 먹을 수록 간지가 나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
죽게 되는 순간, 아, 나, 참, 개병신 같진 않았어, 라고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다.
고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나는 퇴근하지 않았고 출근도 하지 않았다.
누구도 내게 명령할 수 없고, 하기 싫은 건 단호히 안 한다.
잠 들어야 할 시간도 내가 정한다. 먹기 싫은 걸 먹지도 않는다.
내일 내가 뭘 할지, 구체적 내용에 대해 나도 잘 모른다.
일어나면 모험하는 기분으로, 뭘 할지 고민하다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할 거다.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내 멋대로 해도 괜찮고,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기대려 하지 않고 나 스스로 처리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2022년 현재 한반도 이남, 수도권에서 나는 산다.
이러한 내 일상의 자기 주도권을 나 스스로 획득해냈으므로
설령 개 거지 같은 일이 닥치더라도 괜찮다.
자기 주도권이 내게 있으므로 복구할 수 있으면 복구하고,
복구가 안 되더라도 복구가 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결정을 내가 내릴 수 있다.
감당해야지. 단 무조건 복수는 한다. 내 시간을 빼앗은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맞는 2022년 8월 16일 아침 7시.
절대로 내 인생의 주도권을 사수하자고, 읊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