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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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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민 2022. 8. 1.

나는 모났다. 둥글둥글하지 못 하다.

만약 내가 둥글둥글하다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가 엄청 나를 숨겼거나,

그 사람과 있는 순간 동안 상당히 뭔가를 참았단 뜻일 테다. 

아니면 그 사람이 심각하게 착각을 했든가. 

 

나는 나의 모남 때문에 사람들이 피곤해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숨겼거나 참는 거다. 역으로 나는 타인이 나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아 내가 피곤해지는 것도 싫다. 

'예의' 같은 단어에 진절머리를 치던 나는, 이제 그 예의가 좋다. 

난 예의 없는 사람한테 아무것도 참고 싶지 않다.

나를 숨기고 싶지도 않다. 어떻게든 그 사람에게 예의를 가르쳐주고 싶다. 

 

하지만 요즘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을 피해버린다. 

그런 사람에겐 참거나 숨기거나 가르치거나 하는 식으로 

나의 노력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로 나는 친족과도 등을 진 것이다. 

그들과 등진 이후에 비로소 나는 그들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고, 나의 착각이 얼마나 심대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게 또 너무 슬퍼서 참는데 애 먹었다. 

그런 고충을 숨기는 게 버거웠다. 

나 역시 그들에게 예의 없는 새끼겠지, 라는 상상을 하며 자학도 꾸준히 해왔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도 엄연한 노력의 일환이라 

모난 나는 점점 날카로워지는 거 같다. 톱니바퀴는 다른 톱니바퀴와 만나 

돌아가는 것에서 의의를 찾곤 한다. 차라리 헛도는 게 낫지. 

가끔은 이 예의 없는 세상에서 완전히 증발하고 싶었다. 

둥글둥글한 세상에서 계속 긁고, 긁혀가며 나는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