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도록 아프다.
죽도록. 이라는 표현이 과한 거 같아 다른 단어로 대체하려고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검토해봤지만, 결국엔. 죽도록, 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한 것 같다. 나는 죽도록 아팠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 사랑받고 싶었는데
사랑이 아니라 자꾸만 사랑을 빙자한 사기를 쳐오며,
나를 때렸다.
나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
혹은 기계로 대하며,
그것을 거부할수록 거세졌던 폭력 자세에 나는 죽고 싶었다.
내가 한 달에 20만원이든 30만원이든 혹은 80만원이든,
여하간 얼마든. 날 낳아준 사람에게 바칠 건 바쳐야 한다는 건 그럴 수 있다치자.
근데 그런 부모들 없더라고. 몰랐다. 나는 이제 그렇게 자식을 수단과 기계로 여기는
부모들을 혐오한다.
거기에 덧붙여, 유년기부터 계속된, 그 씹스럽고도 잡스러우며 개 같았던 욕설들은
뇌에서 삭제 불가능이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서툰 존재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언행들로 인해 괴롭다는 나의 호소에 단 한 번도,
그래. 그때 어쩌면 네가 말했던 것처럼 그런 느낌이었겠구나.
내가 네 입장이 되어 보니 꽤 알겠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다,
같은 반응은 없었다. 한 번도 내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적이 없었다.
사랑이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몇 번 정도는 자기가 있어 보고
그때 있었을 고통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근데 그런 입장에서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왜 내가 사랑을 갈구했던 내 가족들에게 수단과 기계와 도구로만 존재했던가.
나는 인간이다. 내 삶의 주인이다. 아무도 그 자격을 박탈할 수 없다.
허나 이따금, 마음속에서 핵폭탄 같은 게 떨어지며 모두 평등하게 공멸되길 바라는 인간이 되어
아버지가 했던, 개씨발새끼야, 좆같은새끼야, 나가뒈져, 내집에서나가,
너같은건버러지랑다를바가없어, 너같은걸낳았으니내가되는게없지,
개씨발좆같은새끼야, 제발나가라고,너같은병신새끼때문에내가이렇게괴로운거야,
라는 말을 되새김질한다. 결국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애초에 나는
내 아버지의 좆물이었고, 아무리 발악해도 나는 내 아버지 좆물 이상의 의미는
획득하기엔 불가능하단 걸로 가정하게 되며, 그 한계에 봉착해 괴로워한다.
내가 죽도록 사랑받길 원했던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선
먼저 사랑을 쏟아야 한다는 방침을 세워 내 나름 가진 걸 총동원하여 대했지만,
꼴랑 노인대학 기말고사 시험 공부 때문에
철저히 잊혀지는 존재가 되어 그 처절했더 내 메세지는, 왜 무응답의 응답을 받아야 했던가.
형이라는 사람은 내 민증을 도용했다. 내 민증으로 통장도 만들어서
불법을 저질렀다. 그러고선 나한테 피해가 안 가게 했다며 나를 안심 시키려 했다.
10초 이상, 당신들은 막내인 내 입장이 되어 머릿속에서
나란 사람이 느꼈을 그것을 체감해보려 하지 않았단 말이다.
그게 너무 서럽다. 내 아버지. 당신이 그런 괴물이 되기까지 겪었을
여러 절차를 가정하면서 이해해보려고 거의 매일 노력했오.
이 씨발 이젠 백발 성성해졌을, 한심하고도 폭력적이며 괴로웠을 인간아.
당신은 그걸 모른다. 이 개 같은 인간아, 당신은 모른다. 절대 모른다.
당신은 십대 초반에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그래서 부모 역할이 뭔지 모른 채 성인이 되었다.
집이 가난하여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모든 게 다 어려웠다.
8남매 중 셋째인 당신은 동생 2명을 책임져야 했다.
고작 십대 나이에 그래야 했다.
막막함에 사로잡혔을 거다. 그때 아무도 당신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았을 거다.
죽도록 막막했을 텐데, 동생 2명도 그걸 몰라줬다.
그 동생 2명과 어렵게 상경하여 모든 걸 받쳤을 거다.
그리고 거의 사기에 가깝게 지금 나의 엄마이자, 당신의 여편네를 만나
결혼에 성공한 게 당시엔 노총각인 30세.
동생들 결혼시키고는 마음을 놓았을 거다. 그리고 내심 보답해주길 바랐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동생들은 보답하기 싫어 그런 게 아닌 상태였을 텐데,
보여지는 건 결과였다. 자신이 먹여살리고 키운 동생들이 더 잘 사는 모습을 보았다.
보답은 계속 받지 못 했다.
본인은 부모에게 하나도 받은 게 없는데, 너무 억울했을 테다.
마음으로라도 고맙다고 해주길 바랐는데,
그런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
화가 쌓였다. 안 그래도 하는 일은 노가다.
자기 자신도 배운 게 없어 그런 일을 하게 되었으나
주변 인간들 수준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대하면 대할 수록 다툼만 생겼다.
친구는 줄었다. 대화 나눌 사람이 사라졌다.
처자식이 짐처럼 느껴진다. 어려서 나는 그토록 고생해왔는데
이 인간들은 너무 편하게만 산다. 나는 내 부모에게 받은 게 하나도 없는데,
내 처자식은 내 고통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거 같다.
이 개쓰레기버러지 같은 새끼들아늬들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편하게 사는데?
늬들은 내게 고마워해야 한다.
나는 인생을 받쳤다. 그걸 왜 몰라주냐, 이 씨발개거러지버러지새끼들아.
나가뒈져라. 개쓰레기씨발같은 늬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다.
그러나 아버지. 나는 당신의 삶을 서른이 되기 전엔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당신이 애처로우나, 그 언행은 너무 심했다.
나는 살면서 3번 정도 내가 칼을 들고 당신의 배를 쑤시는 상상을 진지하게 해봤고,
마지막 3번째엔 아예 집을 나와 다시는 당신을 안 보기로 했다.
울고 싶다.
나는 내 아버지, 김성환이라는 인간의 삶을 매일 상상한다.
어제도 상상했고, 오늘도 했다. 내일도 하게 될 거다.
너무 일찍 여읜 자신의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이렇게 된 걸까 싶어
안쓰러워 껴안아주고 싶다가도
그냥 사랑을 안 주면 되는 거지 왜 그 개좆같은쌍욕을 하루에
1시간씩 기본으로 했던 것인가 의아해지며, 나는 홀쭉해진다.
그리고 이 나약하고도 악랄한 사람이 내 하루의 중심에 있다.
울고 싶다.
김성환이라는 사람은 왜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엄마의 삶도, 김봉주개새끼의 삶도
매일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매일 내 머리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나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 수단, 도구였던 것 같다. 울고 싶다.
화가 나, 나는 몇 번은 아버지에게
야 이 개쓰레기 같은 새끼야, 그만 좀 해!!!!!!!!!!!!!!!!!!!!
내가 정말 널 죽여버릴 수도 있어.
내가 너한테 낳아달라고 했냐? 네가 낳았잖아.
왜 지랄이야. 그냥 죽이든가. 왜 지랄이야, 이 개새끼야,
같은 소릴를 나는 했다. 애비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나는 내 아버지의 예견처럼 정말 버러지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나를 세상에 던져 놓은 건
내 부모이지만, 죽지 않고 계속 사는 건 백 퍼센트 나의 의지였고,
나는 살고 싶었다.
그게 지금 나를 지탱하는 거다.
지금 내가 계속 사는 이유는 온전히 나로 인한 것이다.
그 사실에서 나는 유지된다.
어머니 이야기. 김봉주 이야기.
얼마든지 더 쓰고 싶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다.
내 아버지는 나를 자신의 좆물 이상의, 살아있는 인간으로
취급한 적이 없다. 나란 인간은 효도를 받아야 수단.
억울했던 자신의 삶을 보상받기 위해 당연히
폭력적으로 대해도 되는 2번째 기계. 그 정도였다.
그러므로 나의 고충에 대해 시뮬레이션 할 여지도 없었던 것이다.
그 누가 수단과 기계에게 감정을 밀착시키나?
때문에 지금도 이따금 오는 연락이란 건,
너 그때 힘들었겠다,
라는 내용이 아닌 거다.
자꾸만, 전혀 납득키 어려운 말만 반복한다.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그래도 널 사랑해 ,
라는 말을 보내온다는 거다.
사랑한다는 건 그런 게 아니다.
한 달에 50만원 보내달라는 말을
애둘러 , 널 사랑해, 라는 말로 한다는 걸
나도 이젠 안다.
사과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
싸이코패스처럼 당신들의 빈약한 자아에 투옥된 게 아닌,
단 한 번이라도 내 입장이 되어 1분 만이라도 고민해주길 바라는 것인데,
영구히 그건 불가능하단 걸 요즘 깨달으며
나는 요즘 상당히 아프다. 눈 뜨면 죽도록 괴롭다.
집에 가다 길바닥에 쓰려졌을 때, 걱정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 된 거 나가 뒈져라, 라고 했던
그 말이 화가 아니라 진심이었던 것인가.
왜 단 10초도 당신들의 둘도 없는 차남에게 감정이입을 못 하는 것인가.
나는 하루에도 몇 십 분씩 김성환, 박정자, 김봉주가 되어
그때 그날들을 떠올려 보는데.
왜 나한텐.
왜.
그런데 가족의 달 같은 게 우리나라엔 있어.
5월이 그래. 가족의 사랑의 달. 좋다. 나도 그걸 꿈꾼다.
그럼 가족 사랑 폐해의 달도 마련해줘야지.
아픈 사람은 계속 아프다. 불리한 사람은 계속 불리하다.
계속 아프고 불리한 내가,
오늘 안 아프고, 안 불리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매일 눈 뜨면 아프다. 부서진 것처럼 하루를 산다.
그러나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는다.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 같은 쉐키들을 위한 걸 만들어
이 모든 걸 앙갚음하겠다고.
나는 오늘 이 일기를 남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