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게 없으면 보게 되는 인터넷 게시글들.
15초 안에 읽고 나오는 게 습관이 되어,
긴 글은 절대 안 읽는다.
잠깐 내 안구에 그것들이 스쳐지나가는 수준일 뿐,
나는 그 15초 사이. 거의 보람도 없이 습관적으로
1초 남짓 자책하고는 다시 또 순회에 나서듯 게시글들을 본다.
이상하게 나는 인터넷에 있는 것들을 보는 것에선
거의 보람을 못 느낀다. 집에서 걸어 20초면 당도하는
코앞의 도서관이 있는데, 나는 뭐하는 건가.
왜 그러고 있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
매일 뭔가 의미 있는 걸 써야 한다는 집착.
나는 그 누구보다도 부지런해야 한다는 신화적 믿음.
그런 게 있어서 인터넷에 내가 부착되어 있는 걸
싫어하면서도, 막 엄청 싫지는 않은지 이런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
어제는 느끼한 톤앤매너의, 소위 말하는 한국식느와르 영화들의
내용 축약 버전인 유튜브 영상을 봤다.
왜 저딴 걸 만드나. 도대체 집단 저능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
왜 무능한 주제에 부지런함을 갖춰 저런 적자의 현실을 맞이했는가.
그런 생각을 인터넷을 보면서 하는 나의 오만.
이 글도 인터넷에 실린다.
인터넷이라는 말 자체에 가치를 두지 말자.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터넷 생활은 달라진다.
물론이지. 안다. 알지만 잘 안 되는 나의 습관.
이걸 다 쓰고 나면 나는 또 부지런히 인터넷 게시글을 보고 있겠지.
한국식느와르 영화들 내용 축약 버전처럼.
혹은 한국식느와르 영화들처럼.
지금 한솔이는 아보카도가 들어간 무슨 밥을 하려는 모양이다.
맛이 없어도 이번엔 맛있게 먹어야지.
아마 정말 맛있을 거다.
뭐 어떠한 의도도 없이 끄적일 땐 이토록 편하고 재밌다.
뭘 제대로 알아야 쓰지. 내가 뭘 알겠는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