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

무제.

by 김봉민 2022. 4. 23.

고되지 않은 새벽을 보내고도 퍽 힘들어 하는 나를 보면서 

헛웃음도 나온다. 무엇이 되고 싶으냐 물어도 대답은 하지 않고, 

그냥 일자로 누워, 혹은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세상을 세로로 보는 시늉을 하며 

딴청을 부려본다. 그래. 그런 것들이 모두 지겨워져서 

차라리 그 모든 이유를 나의 탄생에서 찾기도 했었다. 

계속 뭔가를 시도하면서 이게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예의라구, 

희망전도사의 표정을 카피하며 똥폼을 잡기도 했었다. 

하지만 눈은 세로로 달렸으나 세상은 가로로 펼쳐져서 

그 위에 꼿꼿이 일자로 서야 정상적인 싸이트를 유지할 수 있고, 

새우라고 하기엔 너무 큰 나는 야행성 생명체란 걸 부정하기 어렵다. 

다시 묻는다. 무엇이 되고 싶으냐. 정말 진솔하게 대답한다면, 

그래도 계속 무엇이 되고 싶으냐,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일차적으론 되고 싶다. 

그 이후의 것들은 모두 부수적인 것들이다. 절망은 이차적인 것이고, 

희망은 삼차적인 것이다. 그런 부수적인 것들을 머리에 이고 있어 

힘이 들었었나. 알 수 없다. 

아는 것 없이 여기까지 왔다. 

판타지를 생각하다 이젠 미스터리를 생각한다. 

유머를 생각하다 이젠 신음을 생각한다. 

인간을 생각하다가 이젠 그딴 게 지겨워졌기에 

화이트도 블랙도 아닌 그레이를 생각한다. 

아는 것 없이 더 갈 수도 있겠지. 

아직 남은 새벽이 많을 거라 추정된다. 아직은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