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을 무서워하는 건 아닌데 극도로 꺼린다.
사방이 조용해지면 생각이 솟아나고 그렇게 유익하지도 않은 것들이
점점 더 키가 커지면서 어쩔 땐 글쓰기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그다음엔 가족의 얼굴을 하다가 또 그다음엔 잔고 없음의 면상을 하며
아득한, 지독히도 아득한 어지러움을 야기하기 때문이야.
싸우려고 해봐도 주먹질 한 번 뻗을 수도 없고
내내 나만 쥐어터지는 꼴이 돼.
그나마 할 수 있는 처방은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라는 식의
확률형 아이템 습득 작전과 같은 거야. 아니면 미신이거나.
여하간 과학적인 것과는 거의 무관한 거라서
아예 적막이 생성되거든 그걸 부욱 찢어보자는 차원에서
별 관심도 없는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틀어놓곤
거기에 신경을 집중시켜보려 하면서
혼탁해진 뇌를 세탁해보려 한다.
뭔가가 최선책이라서 하는 건 이젠 별로 없고
최악만 면하자는 차원에서, 차악 정도만 되어도
군말없이 그냥 하고 싶어지지.
이런 걸 무기력이라고 하는 걸 안다.
우울이라고 불러도 틀린 게 아닐 수 있다.
그나마 내 마지막 방어술은 이런 일기를 끄적여보는 것 정도이다.
시끄러운 곳에 있긴 싫은데
고요하기만 한 곳에도 있긴 싫다.
안락한 소음.
적절한 분주함.
그 안에 있고 싶다,
라고 써보면서 버텨보는 것이 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