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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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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의 일기

by 김봉민 2022. 1. 4.

희망을 적는 방법은 희망에 대해선 한 줄도 적지 않고, 

절망을 내내 보여주는데도 주인공이 결단코 절망에 매몰되지 아니 하고, 

엔딩에 이르러선 버젓이 절망의 그늘에서 스스로 한 발자국 나오게 하면 된다. 

세상이 취했는데 혼자만 깨어 있을 순 없고 같잖은 희망 운운하는 게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감안해야 한다. 바퀴는 진창에 빠졌어도 구르고,

전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 기사를 봤다. 그만 봐야지 하는데도 

계속 나는 기사를 본다. 그 기사 속 젊은이는 18억을 모았다고 해서 

나는 배가 아팠다. 이런 속 좁은 인간이 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 젊은이에게 내가 무슨 악담을 할 수 있을까. 그와 나의 희망의 내용이 다르고, 

그와 나의 절망의 기준이 다르고, 나는 한낱 밴댕이지만 

배터리는 닳기 마련이고 눈물은 언젠가 그치게 된다. 질투심의 배터리도 그럴 것이고 

분노의 눈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계속 속이 헛헛하다.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아직은 절망의 그늘 아래 있기 때문일 거다. 런닝을 하여 

자발적으로 신체적 고통의 상황을 자처하면 육신이 알아서 위로의 호르몬을 

분비시켜줄 거다. 나가자. 여하간 18억은 부럽다. 1억도 부럽다. 

런닝하고 씻고 일을 좀 더 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