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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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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by 김봉민 2022. 1. 9.

어제는 이마트트레이더스에 가서 유순이 간식과 

우리가 먹을 미트볼스파게티, 핫도그와 콜라 2세트씩을 포장해서 샀다. 

근데 콜라믹스머신에서 콜라를 받으려다가 상당히 불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나 역시 정당하게 화낼 건덕지만 생기면 언제든 폭발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하마터면, 후아. 그러나 그냥 그런 대로 넘어갔다. 

내 안엔 화가 잔뜩 심어져 있다. 그 유래를 찾아 보니, 26년 전쯤으로 가야 한다. 

그땐 삐삐라는 강아지를 키웠었다. 형과 가족은 병원에 있었고.

외로운 시절이었다. 그때 더 많이 울었어도 괜찮은 거였는데, 

중1병은 남자다움에 대한 집착이라는 증세로 나타났는가. 

세상에 날 위해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언제든 미쳐서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형과

결벽증에 언어폭력을 일삼던 아빠.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중1짜리가 위궤양이 생겨도 별 신경 쓰지 않았던 엄마.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 모든 게 환상이었구나. 

어제, 현실에서 우리는 거의 5키로를 걸어다녔다. 

아무리 걷고 뛰어도 내 기억은 떨쳐내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 환상이 현실이 되어 

매일 따듯하게 늙어가고 있다. 스파게티와 핫도그를 먹으며, 

만화책을 보면서, 유순이에게 간식을 먹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