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약해졌다고나 할까.
쓴 걸 바로 바로 어디에 올리는 걸 못 하겠다.
좀 신중해지고 싶기도 하고,
행여나 욕 먹는 건 절대 못 참겠고,
글쓰는 게 점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것도 필터링이라면 필터링이지. 다시 격파할 준비를 하자.
아래에 두 개의 일기를 올린다. 마음이 심대한 사람이 되자.
4월 1일
글을 쓰면 좀 더 나은 생활이 마련될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을 때엔
글을 안 쓰게 되기 마련이다.
글을 안 쓰면 여기서 끝나겠다는 공포가 극에 치달았을 때,
비로소 글은 써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공포는 사라진다.
내가 상상하는 그 세계가 세상에 나오고 있다는 흥분에 차분하게 물들어,
자, 나는 지금 혼자이지만, 나의 모든 과거가 이제 미래가 되고,
그 과거에 있던 모든 사람이 나와 함께다.
나는 지금 나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얼마나 고마운가.
내가 찍었던 사진. 이것도 2년 전쯤에
4월 2일
솔직함과 정직함. 비스무리한 것 같다만,
절반 이상의 차이가 나는 두 단어에 대해 생각해본다.
공통점은 거짓이 없다는 거.
옳고 바르다는 것.
차이점은,
솔직함은 숨김이 없다는 것이고,
정직함은 꾸밈이 없다는 것.
숨김이 없는 것과 꾸밈이 없는 것의 차이는
몹시 크다.
그 차이점에 대해 명확히 더 잘 알고 싶어.
숨김이 없는 것과 꾸밈이 없는 것.
자세하게 알고 싶어.
일단 지금의 생각은,
숨김 없음은 전부를 드러내려 한다는 것.
그래서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는, 미세한 것까지 꺼내려 한다는 것.
꾸밈 없음은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있는 것마냥,
더 보태려고 애쓰지 않는 상태.
솔직함과 정직함 사이에 경중은 없겠으나,
여태까지 나는 솔직함을 기반으로 처신해왔다면,
앞으로는 정직함을 나의 저변으로 삼고 살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솔직함은 나 하나 편하려는 이기적 자세 같고,
정직함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 같거든.
왜 그런지는 아직 잘 몰라. 그러니까 앞으로 서서히 파악해보자.
어쨌든 정직한 인간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