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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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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주변인과 국외자와 하루하루와 꿈

by 김봉민 2019. 7. 4.

오늘 나는 러닝을 해야지. 

유순이랑 산책도 해야지. 

끼니는 미숫가루로 때워야지.

 

꿈을 꿨다.

 

살면서 일베 같은 것 때문에 힘든 순간은 

몇 분 안 됐다. 

주변인들 때문에 늘상 힘들었다.

나는 내 주변인들의 주변인이었다가 

국외자가 되었다. 내 주변인들도 아낌없이 

국외자가 되었으면 한다. 

 

이병헌이 뜬금없이 출연하였고, 높은 나무에 올랐다가 

난쏘공의 아버지처럼 추락하였다.

작은 이모는 여전히 잔소리를 하고 있었으며, 

김봉주는 공용 옷걸이의 정리를 개판으로 하여 

내 심리도 개판으로 만들었고, 부모님은 이제 언급하고 싶지 않다.

프랑스와 일본이 합작한 영화의 무드가 전반에 깔린 꿈이었다.

 

저러한 꿈을 꾸곤, 다시 현실을 생각한다. 

잡다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들. 일테면 견적서를 보내고, 

광고집행을 해야 하며, 밀린 첨삭도 해야 한다. 

때마침 첨삭을 의뢰하는 문자가 와 있는데, 

이제 그만 두자는 심산이다.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12시까지 작업실로 몸을 옮기자. 

 

내 주변인들은 나를 간과했다. 

알량한 마음이 버젓이 내 일부분을 차지한다. 

다행히 일베 같은 것도 나는 퍽 미워라 한다.

 

무엇보다 내가 한 없이 곤두박질 쳐져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엉엉 울고 싶어할 때 

나를 주변인으로 두지 아니 하고, 

나를 자기의 일부로 여겨주는 사람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그게 있어 나는 러닝도, 산책도, 뭔가를 먹을 수도 있는 거지 싶다. 

 

분노해야 할 것은 분노해야 되겠으나, 

감사해야 할 것은 그래서 또 마땅히 감사를 해야 될 것이다. 

 

작업실에는 12시가 아니라 12시 20분쯤 도착하게 될 것 같은데, 

목표보다 더디게 가더라도 반드시 가고 싶은 곳에 가도록 하자. 

그런 방식으로 감사한 마음을 갚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