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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설

by 김봉민 2018. 12. 28.

그때 그런 마음이었구나. 

몰랐다. 미안하다.


그런 말을 당신들에게 듣고 싶었다. 

언감생심이었다.

아직도 그런 걸 바라고 있다니, 

부끄러웠다. 


그래도 낳아줬으니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에 나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태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태어나버려서 

도대체 나는 내가 왜 태어났고, 내가 왜 나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인지, 괴로웠다. 산다는 게 형벌처럼 느껴졌고, 

계속해서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발명하곤 했다.

감사한 마음은 없다. 단, 앞으로 원망하지도 않으려 노력해봐야겠다. 

 


왜 나는 늘 잘못을 저지른 것 같고, 

죄책감을 가져야 하고, 

미안한 마음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 

러닝을 하면서 두통은 사라졌으나, 

이 우울은 그대로다.

아플 거면 뼈가 부러져야 사람들로부터 

그 아픔을 정식으로 인정 받는다.

마음이 계속 아프고, 그 아픔을 호소해봐야 

그냥 나약한 놈으로 치부된다. 

나약한 사람들끼리 참으로 깊게 서로를 괴롭힌 역사였구나. 

이제 앞으로 누군가가 나를 그곳에서 꾸준히 미워하고 있을 텐데, 

너무 자주 돌이켜봐서 좋을 게 없겠다. 



마음이 좀 편안해지면 좋겠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 하지 말자. 

나는 그런 게 힘든 사람이다.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걸 최고의 가치로 두자. 

주변 괴롭히지 말자. 도움은 못 줄지언정, 

괴롭히지 말자, 제발. 그렇게 될까 봐 염려가 된다.

내 마음이 편안해져야 내 주변도 편안해질 거다.



그때 그런 마음이었겠구나. 

몰랐다. 미안하다. 

나는 이 말을 진심으로 내 주변에 해주고 싶다. 

 

 

그리고 희망을 생각해본다. 

어딘가에 버젓이 있을 그것을 만나보고 싶다. 

만나면 끌어안고 안 놔줘야지. 

실은 어쩌면 이미 끌어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놓치지 말자. 편안하게 만들어주자. 

희망을 끌어안고 놔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