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

버스 안에서

by 김봉민 2018. 12. 21.

나는 매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가 아니라, 

오늘 나는 영월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 안에서, 잠을 잤다. 

분명한 것은 생각의 주인은 나 말고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뇌는 지 멋대로 생각을 해댄다. 


나는 오늘 그날이 떠올랐다. 


내가 내 아버지에 대한 살의를 느꼈던 그날 말이다. 

후속으로 나는 이창훈과 박기덕이라는 사람들도 떠올렸다. 

그딴 비열한 놈들과 놀아보자고 내가 글을 썼었다니. 

온갖 분노와 미움이 내 안에 꽉꽉 차고, 

눈을 떠도 마찬가지. 동서울터미널 앞에 있는 

태극기 부대. 아. 문재인 아웃은 그렇다 친다만, 

박근혜를 여신으로 추앙하는 저 저급한 노예정신에 

그냥 혼자 씩씩 거리고. 


연쇄 작용은 끝이 없어. 

김봉주라는 새끼는 내 명의를 도용해서 인체 실험을 받고, 

통장도 무단으로 만들었다. 편하게 돈 벌자고, 내 이름을 

훔쳐갔다. 


그밖에도 화가 계속 나고, 

미워해도 마땅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나는 유순이와 산책을 나갔고, 

이렇게 계속 산다. 유순이는 오늘따라 안 걷네. 

괜찮다.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 화가 많이 나는 날이 있어도 괜찮아. 

이 이야기를 나 스스로에게 해주면서, 

나는 어쨌거나 글을 써야 한다. 


어떤 인간들은 3루에서 태어난 주제에 

마치 지가 3루타를 친 것처럼 이죽거리지만, 

나는 3루타를 정말 치는 사람이야. 

나는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써야만 생각의 주인이 다시 단독으로 내가 되고, 

내 삶의 주도권도 내가 가질 수 있다. 


어딘가에 구조가 필요한 버스에 탄 기분으로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자기 멋대로 구는 뇌와 사고의 흐름에 숨막혀서, 

인생의 주도권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건데, 

나는 나를 위하는 정신으로, 당신들에게 글을 써야 한다. 

당신들까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어렵게 자위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린 나는 좀 억울한데, 

글을 써야 이 모든 게 납득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