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고독을 아예 뿌리 뽑는 방법은 자살밖에 없다.
살아있는 인간에게 불안과 고독은 근본이다.
불안과 고독을 모르는 걸 두고, 현 시점에선 기계라 부른다.
기계가 아니라면, 불안과 고독이 근본임을 인식하고,
또한 희망의 재료임을 인지하고,
그저 잘 품어내고,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품어내지 않으려 하고, 관리하지 않아버리면,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이걸 좀 쉽게 써보자.
좀 편해지고 싶니? 걱정하기 싫지? 혼자 있는 게 두렵지?
그거 완전히 해결하는 방법이 있거든?
뭐냐고? 뭐긴 뭐야, 저기 자유의 여신상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면 돼. 거기까지 갈 돈 없으면
너 사는 동네에도 10층짜리 건물 정도는 있을 거 아니냐.
거기 옥상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이거 잊지 마라.
너 이 지랄병 난 거, 너만의 특수 질환이 아니란 거.
이거 보편적 현상이라고 본다, 나는.
인간이라는 단어에 이미 불안, 고독, 뭐 이런 게 포함돼 있어.
너 기계 아니지? 로보트 아니잖아. 아이폰이 막, 나 불안해, 외로워,
꽁알꽁알 거릴 거 같아? 아니지. 그러면 사람들이 그걸 써? 버릴 거 아니냐.
나중에는 몰라도 아직은 아니잖아.
이런 것도 있다. 제대로 지 앞날 살아보려는,
진짜로 자기 인생 살아내려는 사람일 수록
지랄병에 잘 걸려. 왜?
자기가 누군지 알아야 자기 인생을 살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니냐.
그러니까 당연히 '나 누구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니까 당연히 인간이라는 단어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불안, 고독과 떡 하니 맞닥뜨리게 되지. 근데 적당히 맞닥뜨려야지.
계속 그놈들이랑 마주 보고 있으면, 그놈들은 점점 더 크고 선명해지고.
죽을 맛이 되지. 장시간 보다 보면 잡아 먹힐 기세로 커진다.
근데 잊지 마. 걔네가 힘이 세서 그런 게 아니다.
그게 뭐가 됐든, 너무 오래 보면서 계속 밥을 쳐먹이면 힘이 세지고,
슈퍼 헤비급이 되는 거야. 정반대인 것 같은 희망도 그래.
희망도 슈퍼 헤비급이 되면, 막무가내 슈퍼긍정낙관주의자가 되어서 꼴갑을 떤다.
주식 투자 하다가 그래서들 망하는 거다.
하물며 불안과 고독은 어떨까.
적당히 만나고 적당히 밥을 줘. 적당히 대화 하고.
안 그럼 미친다. 하루에 한 번은 자기에게 좋은 일을 해주자.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는 것부터 찾자.
솔직히 알고 보면 불안과 고독은 좋은 친구일 수 있다.
진짜로 자기 인생을 살아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나침반과 연료가 되어줄 수 있거든.
이 모든 것을 짧게 줄여보자.
2019년, 자유의 여신상, 혹은 10층 이상 건물 꼭대기는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