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의 '언론고시 온라인 집중 관리 프로그램'의
수강생이었던 한 친구가 공중파 방송국 PD로 영전에 성공했다.
언론고시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특한 친구가 자신의 작문 자료를
수업 자료로 써도 되겠느냐는 나의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
물론, 신상 보호는 화끈하게 보호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보여줄 수 없다.
정확히 어느 방송국에 어떤 분야로 입사한 건지도 알려줄 수가 없다. )
아래 <갑.갑.방>이라는 작문은 참 잘 썼다.
방송국의 공채 PD가 되고자 하는 예비 언시생이라면
한 번 꼭 읽어보자.
그 친구가 어떻게 작문 연마를 해왔고
어떤 연습 작문을 써왔는지 살펴볼까 한다.
그 전에 필요한 예비 언시생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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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어 : 갑
<갑.갑.방>
“인생이 장난이야? 어디서 컵을 던져?”
광고주가 내게 컵을 던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속에 있던 화를 그에게 표출했다. 나도 컵을 들고 벽을 향해 세게 던졌다. 이렇게 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한 집 안의 가장이었다. 그런데 그가 광고주라는 이유로 아들 뻘에게 매번 이런 치욕을 당해야 했 다. 내가 너무 세게 나간 탓일까. 어린 광고주는 돌연 눈물을 흘렸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심 지어 그는 내게 무릎을 꿇었다. 속이 후련했다. 그에게 한 소리 더 치려던 찰나,
“조민현님, 사용 시간이 종료 되었습니다. 시간을 추가하시려면 카운터로 와 주세요.”
갑질하는 사람에게 갑질할 수 있는 방 – 일명 갑갑방 – 의 사용시간이 종료된 것이었다. 요 즘은 기술이 좋아 VR로 구현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내가 갑질하고 싶은 상대의 사진과 원 하는 스토리만 입력하면 실제처럼 이뤄줬다. 내가 갑갑할 때마다 가는 갑갑방이었다. 아쉬웠 다. 딱 한 마디만 더하고 싶었는데. 이미 늦은 시간이라 연장은 무리였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다.
다시 날이 밝았지만, 기러기아빠로 지내는 회사 생활은 언제나 힘이 빠졌다. 또 그 어린 광고 주에게 당할 생각에 오금 저리기까지 했다. 그나마 요즘 내 삶의 낙은 갑갑방과 함께 새로 온 인턴, 희명이를 보는 것이었다. 아들과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더 정이 갔다. 그래서 그를 아들 처럼 챙겨주곤 했다. 그에게 잔소리할 때가 많았지만, 전부 그가 아들 같아서 하는 말이었다. 심지어 그도 먼 타지에서 와서 홀로 자취 생활을 한다고 하니, 더 눈길이 갔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었다. 사람은 혼자 밥 먹을 때 가장 외로운 법이었다. 그래서 희명이와 둘 이 자주 저녁을 먹었다. 어느덧 아들보다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이참에 희명이에게도 내 단 골 갑갑방을 소개해줘서, 같이 그 어린 광고주 욕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희명아, 우리 2차로 갑갑방 갈래? 너도 정말 좋아할걸?”
“네, 부장님. 좋아요.”
“그래, 스트레스 풀기 딱이야!”
그렇게 희명이와 내 단골 갑갑방으로 향했다. 2인실로 잡았다. 을들의 반란을 일으킬 차례였 다. 그때 못 다 푼 한을 다 풀고 갈 것이다. 희명이와 함께라 두 배로 더 후련할 것 같았다. 방에 들어온 순간, 마침 금요일이라 아들과 아내가 오늘 집에 놀러 온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희명이에게 두 배로 더 놀다 가라고 하고, 방을 나왔다.
방을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데, 휴대폰을 갑갑방에 두고 온 사실이 생각났다. 택시를 놓칠세라 재빨리 다시 갑갑방으로 돌아갔다. 갑갑방에서는 멀리서도 희명이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그 광고주는 어지간히 사람을 갑갑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소리치는 희명이 보였다.
“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일주일 내내 내가 너한테 시달려야 해? 심지어 오늘은 금요일이
야!”
아무렴, 그 광고주는 사람도 아니지. 걔는 금요일이고 뭐고 없지.
“너가 내 아빠야? 나도 내 생활이 있는 사람이라고!”
응? 그 광고주가 아빠랑 무슨 상관이지? 순간, 기분이 싸했다.
“얼른 꺼져! 조민현!”
두려움에 슬쩍 문을 열고 휴대폰만 챙겨 나왔다.
갑갑방. 갑갑할 때 찾아가는 방. 갑질하는 사람에게 갑질할 수 있는 방. 하지만 갑질이 갑질을 낳을 수도 있는 방이기도 했다.
-끝-
전체평: 이건 영락없는 교본감이다.
아주 농익었구나! 작문 때문에 떨어질 리 없다, 너는.
피디가 될 것이다. 너에겐 이제 그 정도의 내면이 구축되었다.
그걸 누구라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것도 레퍼런스로 잘 보존하고 제때 잘 써먹자.
조민현, 이 이름만 다른 걸로 바꾸도록 하자.
그리고 조현민 엄마 이름이 명희 아닌가?
그래서 인턴 이름도 거꾸로 해서 희명이로 한 건가?
이건 너무 과한 것 같다. 오히려 함수관계를 불필요하게 만들어
네가 의도치 않은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름은 차라리 극히 평범한 이름으로 하는 게 더 큰 효과를
나을 것 같다. 철수와 영호. 뭐 이렇게 한다면,
이게 바로 우리 사회의 일반적 현상이란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일단 민현과 희명이란 이름은 바꾸면 좋겠다.
나는 이 작문을 읽고,
VR, 인턴, 가족, 회사, 대한민국, 분노조절장애, 혐오, 꼰대, 당신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성찰, 가해자 없는 피해자들의 시대
같은 키워드가 생각났다.
태깅을 잘해놓고, 관련한 시제 나오면 거의 고스란히 쓰고 나오도록 하자.
고생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 작문
제시어 : 미세먼지
희진은 오늘 아침도 남편에게 비타민 음료를 건네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비타민 음료를 좋아하지 않지만, 건강을 챙기느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신다. 요즘 점점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그다. 그리고 나면 아침을 차린다. 희진이 차려준 아침을 먹은 남편은 바로 출근을 한다. 그렇게 남편이 나가고 나면 그녀의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된다.
먼저 청소. 희진은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근처에 더러운 먼지들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견딜 수가 없다. 우선 타이머를 켜고 3분간 손을 씻는다. 그렇게 한 시간에 3번 이상 손을 씻지 않으면, 그녀는 먼지가 손에 붙는 것 같은 불안함을 느낀다. 희진은 멍청한 로봇청소기보다 무선청소기를 선호한다. 직접 더러운 먼지들을 빨아들이는 게 좋았다. 어디 선가부터 귀뚜라미가 또 들어왔다. 그녀는 이렇게 청소하다가 가끔 귀뚜라미를 만날 때면 즐거웠다. 귀뚜라미의 다리를 모두 뜯고, 가만히 지켜보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청소를 마치면 빨래를 시작한다. 희진은 빨래도 좋아하는데, 더러운 옷들을 절대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세팅을 한다. ‘하나, 둘, 세 스푼’ 세제를 넣고, 온도는 30℃에 맞추고, 세탁 시간은 30분으로 한다. 그녀는 이러한 세팅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견딜 수가 없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타이머를 켜고 손을 3분간 씻는다. 오늘은 세탁물이 적어, 그녀의 세 번째 애완견 ‘루미’가 더러워서 같이 넣고 돌렸다. 그녀는 샤워하는 ‘루미’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렇게 언제나 먼지, 빨래와 씨름하다 보면 희진의 하루는 끝이 난다.
‘딩동’
그녀의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온다. 그는 오늘도 역시나 만취해서 들어온다.
찰싹-
그는 들어오자마자 집안 꼴이 이게 뭐냐고 희진에게 손찌검한다. 온종일 청소한 거로는 그의 성에 차지 않은 듯하다. 이런 날이 갈수록 잦아지면서 희진의 몸에는 상처들이 늘어간다. 그럴 때면 그녀는 떨리는 몸을 이끌고 항상 씻으러 들어간다. 물이 그녀의 몸에 닿는 시간만이 유일하게 안심이 되는 시간이다. 몇 시간 씻고 나오면 그녀의 남편은 퇴근한 옷차림 그대로 자고 있다. 때 묻은 셔츠를 입고 있고, 더러운 양말도 그대로 신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청소기로도, 세탁기로도 깨끗해질 것 같지가 않다.
희진은 다음 날 아침도 3분간 손을 씻고, 싱크대 아래 숨겨둔 쥐약을 꺼내 비타민 음료에 탔다.
‘하나, 둘, 세 스푼’.
비타민 음료를 그녀의 세 번째 남편에게 건네주며 또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끝-
이 작문은 누가 봐도 망했다.
근데 망했다고 끝이 아니다. 정확히 왜 망했는지 알아야 같은 참사의 반복을
줄일 수 있다. 왜 아픈지 정확히 알아야 아픈 곳을 고칠 수 있는 법이다.
왜 아픈지도 모르면서 계속 헛다리 짚는 사이에 병폐는 더욱 심각해져만 간다..!
이걸 보자. 내가 실제 첨삭해준 파일을 캡처했다.
확실하다. 망하는 덴 다 이유가 있다.
그걸 모르는 채 계속 그렇게 있으면, 계속 시간만 가고,
언론고시라는 전쟁터에 임하는 자의 의지는 고갈되어 갈 수밖에 없다.
아래 링크를 누르면 자료를 더 다운 받을 수 있다.
파일 2개는 내가 진행하는 온라인교육프로그램에 관한 교육 파일이고,
나머지는 최종 합격자의 연습 작문이다. 물론, 연습 작문 중에는 몇 개는 별로인 것도 있다.
근데 중요한 건 별로인 작문이 별로라고 정확하게 아는 것에 있다.
아무리 봐도 합격 가능성이 극히 낮은 연습 작문을,
자기 딴에는 굉장히 잘 쓴 거라 착각하고
시험장에 가서 복원해버리는 참사가 실로 굉장히 많다.
그러니 줄줄이 불합격하는 것이다.
또한, 그래서 객관적이고도 도움 되는 수준의 피드백 첨삭을
꾸준히 받는 게 중요한 것이고.
PD 언론고시 최종 합격자 작문 자료 공유 - 방송국 공채 합격 노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