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고질한 얼굴로 창문 열어,
내 인근 구린내는 방충망 너머로 일단 피신시키고.
눈곱을 떼야지, 아이디어는 손 쉬운데
막상 손을 얼굴로 데려가려고 하면 난관에 부딪힌다.
이 귀찮음은 유서가 깊다. 좀체 박멸이 어렵다.
약속된 외출이 왕왕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구질구질한 얼굴에 물칠을 하고, 그 물은 수돗물이고,
비누칠을 하고, 사실은 폼클렌징칠이고,
다시 수돗물로 얼굴을 헹궈내고, 그 사이에 눈곱은
하수구로 갔겠지, 굳게 믿고,
수건질로 그 모든 세척의 액션을 끝맺는다.
그 수건은 누군가의 백일 잔치 기념이었다.
그 아기는 지금쯤 돌이 뭐야, 걸어다니며 말썽이나 부리고 있겠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스킨토너와 함께
더 구질구질해진 얼굴에 쳐바르고,
방충망 같은 각막을 뚫고 눈물은 도망나와
눈곱이라는 불필요한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해괴한 아이디어까지
추가로 양산해낸다.
고질고질한 마음으로 길을 걸으면서,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니
또 지각이네, 그렇게 결심했건만, 그때서야 액션이 급해진다.
서른 한 살, 걸어다니며 말썽이나 부리며 사는 게 분명한데,
발칙한 아이디어는 늘 콸콸 쏟아졌다만,
액션은 당최 더디기만 했다.
부지런하게 살자, 이것도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지각만은 하지 말자, 이것도 말하나마나.
아이디어에 국한된 세계에서
왕왕, 이 아니라 부단히 줄기차게
외출하여 액션의 세계로 진입하자.
물론, 이것도 아이디어지만,
적어도 글쓰기는, 쓰기다. 액션이다.
액션왕이 되자.
쓴 인간: vongmeanism
사진: 포토그래퍼 한욱희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