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

김봉민의 작가는 소리 #6. 나의 쓰기

by 김봉민 2014. 12. 22.



포토그래퍼 한욱희님 작품




나는 국3 때, 교육청에서, 라고 하면 좀 정직하지 못한 거고, 정확히는

동부교육청에서 상장을 받았다. 교육청장한테 상을 받았다. 교육청장, 

그것도 동부교육청장 따위가 뭐라고 

그때 나는 우쭐했다. 나도 이 정도는 된다고. 

면목동 수재인 3살 위 친형보다 내가 못난 건 없다고. 나도 잘났다고. 

상은 뭘로 받았느냐, 하면 동시로 받았다. 제목은 '백두산'이었다. 내용은, 


백두산 천지는 

우리 민족의 눈물,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한 꼬맹이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고는 

차마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뭇 진지하게 썼음이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로 살았고, 

자연스레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은 소년이 되어 버렸다.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상을 글쓰기를 통해 받았기에

내가 가장 소중하다 인정받으려면, 글쓰는 것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에 젖었다. 


그리고 나는 중1때 좀머씨이야기를 읽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동부교육청장보다 위대한 인간이 쓴 소설이었다.    

당시 나는 정신적으로 아사했을 때였는데, 덕분에 나는 유니세프 같은 걸 꾸준히 상상했다.

나는 동시가 아니라, '시 같은 거'라 분류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쓰고, 그것을 보며 배를 채우고, 똥을 쌌다. 

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세계의 정신적 기근 해결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 소년기의 두서너 페이지에 적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기승전결에 입각하여 더 전개할 수도 있겠으나, 

사족이다. 

이미 내가 '쓰기'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본질은 밝혔으니까. 


1. 신세 한탄

2. 희망 사항 고백

3. 자존감 확보


그리고 이것은 내가 쓰기에 집착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내가 쓰는 글의 내용과도 같다.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서로, 

신세 한탄하며-> 고통을 나누고, 

희망 사항을 말하며-> 행복을 추구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녹록치 않으므로 행복은 요원하지만, 

최소한 자존감은 확보하여 이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아낸다. 


그렇기에 또한, 그런 이유로 

나는 계속 글을 쓸 것 같기는 하다. 

나는 고통스러운 인간이고, 

신세 한탄하기를 즐겨하며, 

남의 신세 한탄도 듣기 좋아하고,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희망을 꿈꾸고, 

그 속에서 내가 살아야 하는, 그리고 내가 살아도 되는

자존감을 찾으니까 말이다. 


물론, 몰라. 

이러다 내일 모레 글쓰기 관둘지도.  (신세한탄)


그러나 나는 아직 쓰고픈 이야기의 시놉이 많고,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좋아라 할 거야.  (희망 사항)


그러니까 나는 계속 글을 쓰자, 이렇게. 

백두산 천지가 마르고 닳을 때까지 (자존감 확보) 



쓴 인간: vongmeanism (www.facebook.com/vongmea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