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태림이가 이 행성에 온 지 이곳 지구의 시간으로 15일.
디테일은 미세하게 다르지만, 큰 맥락의 측면에서 조망한다면, 피크타와 사실상 거의 같다.
언어란 무엇인가. 지구에서도 이 언어를 쓸 줄은 몰랐다.
세종이라는 이 땅의 600년 전 군주가 이 언어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역사와 문화의 흐름이란 결국 정해져 있는 것인가?
내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도 그런 정보는 없다. 기록해야 한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나만의 것이라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기록된 것은 있는 것이 된다. 모두 붙들어 매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 보게 될까? 그 가능성에 대한 정보 역시 내 기억에는 없다.
나는 많은 것을 더 많이 목도해야 할 것이다.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제는 사라졌으나 언젠가 있었던 것들을 내가 살아있는 한 남겨놔야 한다는
의무가 내게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