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살고 싶었던 이유는
사는 게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오.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불량한 내가 싫었기 때문이었다오.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길 바라는 이유는
세상이 암만 봐도 인간이,
그 중에서도 가난한 인간들은 더더욱 살기에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었소.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위험하게 사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었는데,
막상 안정적인 형편이 마련되면
또 지긋지긋해 하는 이유는
가장 바라는 것은
적당히 안전하고 적당히 위험한 것이었기 때문.
근데 그런 건 잘 없다,
취미를 갖아야지, 생각하는 이유도
취미가 없기 때문인데,
그나마 지켜보니 이러고 있는 것도
취미가 아닐까 싶소.
그리고 지금은 눈이 내리네.
내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고 싶다.
그 이유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나를 지독히도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
그러나 오늘 하루 이렇게 적적한 모습으로
지냈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언젠가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자살하기 싫었기 때문이었고,
여차저차 하여 살아있는 게 마냥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눈이 내린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으니 백치의 마음으로
창밖의 저 눈을 바라보면서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