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침대에 누워있는데 침대에 누워있는 게 늘 그렇듯 참말로 좋았다.
그러므로 일어날까 말까를 두고 게으르게 갈등하다가
일어날까 말까를 두고 갈등하는게 싫어졌다.
재미있게 살자는 케케묵은 다짐을 하면서 몸을 일으켜
나의 강아지한테 장난을 걸었는데,
나의 강아지는 나보다 더 장난을 좋아해서 이내 후회했다.
이렇게 오늘 아침을 나의 강아지와 만끽한 나는, 서른다섯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과 무관하게 나의 아버지는 내년이면 일흔살이 되는 처지가 되었다.
형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엄마는 뭐하고 있을까.
나의 가족은 질병처럼 쫓아다닌다.
나는 영 엉뚱한 포즈로 사는 것 같다.
그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으나
나는 재미있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 걱정이다.
나는 그저 침대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