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형식으로 된 재미난 뭔가를 쓰려던
일일 다짐을 폐기하고 무작정 아침이 되기를
기다린다. 그럼 잠들 수 있겠지.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그냥 저 이상한 빛깔의 하늘을 나는 보고 있다.
푸른색인간 회색인가. 나는
이런 식의 자문을 자주 쥐어짜는 형편이고,
푸른색과 회색이 섞여있는데
저게 정확히 어떤 색이라고는 아무도
글로 표현은 못할 저걸 나는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상태도 저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애초에 중1때, 똥이라고 표현해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닌
그 글을 '시'라고 규정한 게 지금까지
파급을 만든 건가, 싶어.
김지운의 책을 봤다. 거기 있는 류의 산문을
쓰려다가 그게 잘 안 되고,
그게 잘 안 되는 이유라도 생각하는 것에서
사는 것의 의의를 찾는 부류인 것이 바로 나다.
하늘의 색이 무엇인지 적확하게 쓸 수 있다면,
이런 아침도 밤도 새벽도 아닌 시간에서
실패가 결국 실패가 아닌 것을 증명할 수 있을 터.
게다가, 나는 아침을 기다리는 신세다.
명사엔 잘못이 별로 없더라. 부사와 형용사의 문제다.
다행히, 나를 포함하여 나를 아무도 잘 모른다.
인생의 가치란 게 있다면
재능 곱하기 노력 곱하기 사고방식,
여기에 괄호를 치고
위에 x가 제곱으로 달라붙는다.
그 x는 운이다.
운은 나의 것이 아니라 늘 가슴이 설레거나 가라앉았다.
모쪼록 이 시각, 산문 형식으로 된 재미난 것- 김지운의 그것을
써낼 수 없는 푸르르고도 탁한 나의 마음을 여기에 기록할 테니,
언젠가 나는 이것이 똥이면, 똥이라고 말하고,
똥이 아니라면, 똥이 아니라고 판단을 해보길 바란다.
-10월 29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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쉣. 어제 아침에 쓴 건 정말 똥이다.
그러나 똥도 나의 일부다.
그냥 받아드리자. 한낱 블로그 글인데,
이마저도 조롱 당할 게 무서워서 내가 쓴 걸 버리는 일은
할 짓이 못 된다.
아무튼, 말이다.
예술이 뭔지 궁금하여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골몰한 결과,
예술은 분명히
'탁월'과 '독보적'. 이 두 단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더라.
탁월하나 다른 것들과 구별이 안 되면
아직 기술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독보적이지만 탁월하지 않으면
기행에 가까울 것이다.
탁월하면서도 독보적이여야 한다.
예술이 정말 그러한 것이라면,
예술가 또한 탁월하고도 독보적인 것과
관련이 있을 터.
그래서 까칠할 수밖에 없다.
아니, 탁월하지 않은 것에서 대해 까칠해야만 한다.
탁월하지 않은 것을 두고 탁월하다고 주장하는 자를
미워하고 자신의 작업물로서
세계로부터 잊혀지게 만들어 응징해주겠다는 각오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는 예민해야 한다. 자신의 독보성이
타인에게 카피 당할 수도, 또한 자신의 게으름에 의해
흩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촉을 세우고
바깥과 안을 오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특수한 사람이 되길 원하므로,
일반적으로 '좋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면,
차라리 치욕으로 여길 각오를 해버리는 게 나으리라.
그러나 예술과 예술가의 지향은 최종적으론 항시
'새로운 일반'의 생성이므로
기존의 일반적인 것에 대해서도 정확히 인지하고,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탁월한 것은 탁월하지 않은 것으로부터 탈주하며 만들어지고,
독보적인 것은 독보적이지 않은 것으로부터 탈주하며 만들어지며,
'일반적인 것'을 장악해야 '특수한 것'을 창출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한 번 가방끈 긴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글 좀 써보고 싶었다.
이마저도 똥이 될 수 있겠지만,
똥을 싸다보면 최소한 변비엔 안 시달리고,
가끔 어떤 똥은 약으로도 쓰인다.
그러므로 이상이다.
-10월 30일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