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아침
혼자 있는 아침이면 어제의 내 불리한 일상이
오늘은 어떠한 양상으로든 고착화 될 것이므로
염려를 해본다. 엉뚱한 그의 협박과 고달픈 그녀의
하소연에서 유리되고 싶었던
그와 그녀의 아들은 성질이 더러운 법이다.
뼈대만 남은 반성문을 꽉 쥐고 정오까지
버티기로 한다. 아침의 희망은 모두의 정액이다.
형은 죽었을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내일에 안부를 묻는다.
너는 나를 만나줄 것인가. 시계 건전지의 잔량을
누가 잴 수 있겠는가. 아버지는 양귀비로 염색을 하고
노가다를 하러 나갔을까. 엄마는 영단어 암기를 하면서
박정희의 패악질도 공부하고 있을까. 형은 죽지 않았겠지.
나는 이런 게 다 불쾌하다.
자고 일어나면 역사적인 하루가 또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다.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 누가 가난과
증오와 희망을 동시에 삽입한 건가.
혼자가 되기로 결단낸 게 참으로 다행스럽고
가능하면 더 멀리 도망가겠지만,
형은 그럼에도 살아가고,
우리는 유서처럼 남겨질 것을 예측해본다.
나는 도대체 누구의 불면을 동반한 새벽이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