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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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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너를 잃고>

by 김봉민 2017. 7. 13.

너를 잃고/김수영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
억만 번 늬가 없어 설워한 끝에
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모욕이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 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 
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 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
억만 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 
 
나의 생활의 원주 위에 어느 날이고 
늬가 서기를 바라고
나는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하여지기 바라고 
 
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하여지는 무렵
나는 또 하나 다른 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
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또한 영원한 니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 하겠다
나는 억만무려의 모욕인 까닭에. 
 
(1953)
ㅡ김수영 전집1<시> 









경이로운 글쓰기.


"글은 손으로 쓰는 게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밀어부쳐 온몸으로 써내는 것이다."




내 방에 김수영 형님의 시 전집이 있다. 

자랑이냐고? 

당연히 자랑이다.

접해봐야 그 힘을 안다.

자랑일 수밖에 없다. 희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