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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고시 필기 교육 전문 <퓌트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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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민의 작가는 독보적 결심

by 김봉민 2017. 5. 11.

-네 말이 맞더라. 나도 났어. 똥꼬에 털. 결국 났어. 희희희. 어찌나 많이 났는지... 그리고 나, 우주에서 너 봤어. 분명 그 깜깜한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너 봤어. 흑흑흑


-'세상' 같이 추상적인 걸 탓하지 마십시오. '세상'이 지금 여기 어딨습니까. 이 오동나무, 저 모래알갱이, 하늘의 저 구름, 저기 저 빠박머리 상등병, 저 상등병이 들고 있는 자동소총, 그리고 지금 필무 선배가 입고 있는 남방, 저 멀리서 불타고 있는 불온서적 아닌 불온서적들,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경령 국장님. 이렇게 구체적인 것들이 모이고 모여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걸 탓해선 답이 안 나옵니다. 구체적인 걸 탓하십시오. 차라리 부모를 탓하는 게 낫지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둘로 태어나 하나가 되고, 하나로서 둘이 되어가는 것 



2012년 인도 바라나시 키샨게스트하우스에 마련되었던 김봉민의 임시 작업실ㅋㅋ2012년 인도 바라나시 키샨게스트하우스에 마련되었던 김봉민의 임시 작업실ㅋㅋ



-현재의 나에 대해 만에 하나 궁금하다면, 형제의밤과 흑흑흑희희희와 병신묵시록을 읽어보면 된다. 


-나는 저 3개에 나란 인간을 완전히 응축시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썼다ㅋㅋ


-진짜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내가 직접 만들어, 내가 제일 많이 보자는 정신. 독보적 크리에이티브를 지향한다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이란 말이다.


-나는 그 정신을 지녔고, 그 정신을 실현했다.


-그러나 저 3개는 그냥 습작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한다. 그러니까 내 말은, 순수 글쓰기 능력 경진대회 같은 게 열린다면, 


-나는 안 나갈 거고, 그럴 필요도 없단 이야기다. 


-그딴 데서 상 받지 않아도 내 능력은 이미 독보적이다.


-당신이 카렐린을 모른다고 해서 엄연히 지구상에 존재했던, 역사상 최고였던 그의 레슬링 실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내 길 내 걸음으로 끝까지 간다.


-연극을 안 하기로 했다니까 소고기 먹던 엄마가 더없이 활짝, 보는 내 맘이 다 아플 정도로, 아주 활짝, 웃었다. 


-연극으로 시작했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러나 덕분에 나는 가난에 허덕였고,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손톱 빠지게 강구할 수 있었다. 


-내가 돌려 받아야 할 반대급부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거둬 들이기로 했다.


-당분간 글을 제대로 못 쓰게 되더라도, 엄마의 그 웃음을 떠올리며 다짐한다. 


-다시 언젠가는 반드시 나 아니면 누구도 못 써낼 글들을 쓰겠다. 


-그 글들은 이제,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직접 만들어, 내가 제일 많이 본다, 라는 덕목에서 벗어난 글일 것이 분명하다. 


-그 글들은, 내가 만나게 될 나의 가족이 공동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나를 통해 만들어지고, 우리가 제일 많이 보자, 라는 정신 속에서 쓰여질 테니까. 


-그리고 그 글들은 사회간접자본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게 될 터


-따라서 나는 어쨌든 죽을 때까지 자본가로서 사는 거다 ㅋㅋ


-진짜 시작인데,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정말 그렇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다 습작이었단 말이다.


-글이 쓰고 싶다. 너무 쓰고 싶다. 주구장창 써내려가고 싶다. 마치 이등병 시절처럼.


-이 마음을 잊지 않는 이상,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써낸 새로운 글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영광의 순간은 찾아온다.


-오해할까 봐 하는 말인데,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건 엄밀한 의미에서 '글'이 아니다.


-진짜로 써낸 글은 따로 있다.


-그걸 보여주겠다는 거다.


-기대 안 해도 좋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나는 내 길 내 걸음으로 끝까지 갈 것이고, 


-당신이 카렐린을 모른다고 해서 카렐린이 사라지는 게 아니듯, 나를 모른다고 해서, 나의 그것이 사라지지도 않으니까


-이젠 잘 수 있겠다


-늦게 자서 죄송하무니다


-이상, 김봉민의 작가는 독보적 결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