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위한 304204802840번째 시>
21세기의 詩는 펜과 종이가 아니라
워렌 버핏의 안목과 스티브 잡스의 혁신과 브린&페이지의 편이성도 아니고
정신 저 멀리 나아가버린 이들의 고루한 취미 활동이 지탱한다.
21세기를 사는 나는 워렌 버핏을 질투하다가
김수영의 배설을 보며 내 원래 자리로 오고,
잡스의 물건들을 이용하다가, 아, 또 아크플롯의 함정에 빠져
앞에 쓴 것들을 활용하여 의미 확장을 도모한다는 자책을 하며
과감히 브린과 페이지는 생략하겠다면서 이렇게 그들 이름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별 수 없구나.
21세기의 원시인처럼 펜과 종이에 의탁하는 수밖에는 별 수가 없구나.
죽으러 전선으로 가는 땅개처럼
또박또박
나의 시대착오스러움을 쇼잉하며 나아간다
나는 죄다 역겨웠는데, 그 중 제일은 나 자신이었다
각오는 어설펐다
21세기의 시는 온 몸으로. 아니다. 오직 온몸으로.
워렌과 스티브와 세르게이와 래리 등등에게 내 온몸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