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자 유정아가 찍어 조공으로 바친, <8월 망우동의 하늘> 사진
바람직한 혁명은 지각변동을 유발하는 대폭발이 아니라
잘 조절해서 오랜 시간 꾸준히 타오르는 불길이다.
-스르디야 포포비치 (세르비아 출신 운동가)
대략 2년 됐다.
언젠가부터 그 무언가에 대한 혁명에 관심이 생겼다.
그냥 세상 돌아가는 꼴이 다 맘에 안 들고
당장에라도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했다.
허나 맘만 앞서지, 나는 힘이 없고,
근력이 없으면
정신력이나 병신력이라도
강해져야 맘이 풀리겠더라.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뒤지게 되고,
자연스레 위험한 책들을 읽다가
이러한 말을 만났다.
"혁명의 주체가 혁명의 최초 대상이다"
그저 시름시름 앓고 있다가
성질부리듯, 혁명!
혁며엉!
혀억며엉!
외쳐봤자 달라지는 건
내 목청만 쓰라리다는 사실뿐.
아픔이 커져도 보험 혜택도 못 받을 현실임을 감안할 때
이 문제에 진지하게 골몰할
필요야 당연지사 있었다.
사실 남아도는 건 시간뿐이니,
노는 셈치고 쓰잘데기 없다고 명명되는 것에
천착하니, 어느 날 이런 내용을 일기에 적고 있더라.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태의연한 나.
나의 변화엔 시간이 걸린다.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면
미래의 나는 좀 덜 구태의연한 모습일 거다.
지속가능한, 같은 유식한 단어는
화형을 시켜버리고(꺄, 나 참 과격하지?)
오래 가자. 멀리 가자.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이 생각의 근방에
머무르는 거다.
20년 후에도 이 생각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 달라진 나 만큼,
세상의 극히 작다 작은 일부인 내가 달라진 만큼,
세상도 조금은 달라져 있을 거다.
김봉민의 작가는 남의 명언 - 스르디야 포포비치 '혁명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