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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공채 필기 루틴 만들기 #3. 작문 분석 | 최종합격자 자료 공유

by 퓌트스쿨 김봉민 2024. 5. 6.

 

작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

작문 분석은 무조건 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착각하는 게 있다.

무조건 합격권 작문, 잘 쓴 작문만 분석하려고 하는 거다.

물론 기본적으로 잘 쓴 작문을 분석해야 하나, 가끔은 망한 작문도 살펴보고 분석해봐야만 한다.

망한 작문을 통해서, '아 이렇게 하면 망하는 구나'를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뭐가 좋은지, 뭐가 나쁜지 알고 구분할 수 있어야 

내 작문도 어디가 구린지 알아낼 수 있다.

거기까지 가야만 기술이다.

 

내가 쓴 글의 장단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대부분 본인 글은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지 않나..?' 라는 후한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해 버리게 된다.

 

그래서, 본격적인 쓰기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무조건 분석하는 수준과 기준부터 끌어 올려놓아야만

네 글도 그 수준과 기준에 부합하게 쓸 수 있게 된다.

 

분석을 잘 하는 친구들을 살펴보면,

바로 당장은 그것들이 본인 작문에 반영이 다 되지 않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거의 다 흡수한다. 다 반영이 된다.

보는 수준부터 올려야 하는 이유다.

 

작문 분석을 하는 방법은 다른 포스팅에서도 무수히 많이 이야기 해줬지만,

오늘도 예시를 보며 한 번 더 알려주도록 하겠다.

 


<작문> 유서첨삭

 

“친구들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녀석. 부모님께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이 밥만 축내는 불효자식.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나 주는 몹쓸 개차반. 27년 동안 나는 그런 쓰레기 같은 놈으로 살아왔다. (중략) 이제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하련다.”

 

 1시간가량 담담하게 내 심정을 글로 써내려간 뒤 엔터키를 눌렀다. 잠시 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유서가 SNS에 게시됐다. 한결 차분해진 마음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간 얼마나 민폐를 끼치며 이 부질없는 생명을 연명해왔던가. 하지만 이러한 자책도 더 이상 의미 없기에.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20층 높이의 옥상. 이제 공중으로 몸을 던지기만 하면 그만이다.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댓글1. 누군가 나의 유서에 댓글을 단 것이다. 확인해봤자 아무 쓸모도 없...긴 하겠지만 괜스레 궁금하다. 핸드폰을 켜서 확인해보니 대학 동기 호성이의 글이다.

<호성> 이 허세글 좀 보소? 완전 쩌네?ㅋㅋㅋ

 

 네 녀석이 뭘 알겠느냐. 이게 진짜 유언인 줄도 모르고. 그 다음 이어진 댓글

<호성> 야 그나저나 너 전에 소개시켜준 여자애랑 완전 잘되고 있음ㅋㅋ 완전 땡큐~ 나도 너한테 소개팅 하나 해줄까 함. 사진 확인하셔.

 

  잠시 뒤 한 여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아... 예쁘다. 하늘이 날 돕는구나. 역시 사람은 돕고 사는 게 인지상정이지. 하긴 내가 뚜쟁이로 이어준 친구들이 제법 많은 편이다. 덕분에 이런 복도 간간이 굴러들어오긴 한다. 생각해보니 내 유서... 너무 격하게 쓴 듯싶다. 방으로 다시 돌아와 유서를 퇴고하기로 했다.

 

“친구들에게는 제법 쓸모있는 녀석. 하지만 부모님께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이 밥만 축내는 불효자식.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나 주는 몹쓸 개차반.(생략)”

 

 수정한 뒤 프린터로 한 장 뽑기로 했다. SNS를 사용하지 않는 부모님을 위한 유서다. 자 이제 슬슬 뽑아... 엇! 그러고 보니... 프린터기는 안방에 있지 않던가? 큰일이다! 어머니가 먼저 보시는 날에는 난리가 날 텐데. 역시나. 안방을 달려가보니 어머니가 내 유서를 읽고 계셨다. 등에 식은 땀이 가득 흘러내렸다. 한참을 읽으시던 어머니의 첫 마디.

 “이거 작문 숙제니?”

 다행이다. 아직 눈치 채지 못하신 듯하다.

 “그런데 왜 글로 죽는다고 쓰고 그래. 우리 아들 죽으면 안 돼. 아들 죽으면 누가 강아지 산책시켜. 재활용은 누가 하고, 청소기는 누가 돌리나? (웃으면서) 혹시 일 많이 시켜서 죽고 싶다... 뭐 이런 뜻인가?”

 우리 어머니의 유쾌한 독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제 어머니 나이도 60이 다 되어가는데, 가족 중에서는 어머니를 도와 각종 허드렛일도 하는 사람이 유일하게 나밖에 없으니. 비록 취직하는 게 효도라지만, 이것도 내 나름의 효도 아닌가 싶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재퇴고다.

 

 “친구들에게는 제법 쓸모있는 녀석. 부모님에게 나름 효자노릇 톡톡히 하는 아들내미. 하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나 주는 몹쓸 개차반.(생략)”

 

 아차. 깜빡했다. 5년 전에 헤어졌던 유민이에게도 이 유서를 전달해야 한다. 3년을 사귀고도 식어버린 마음에 헤어지자고 말할 때 울며불며 나를 붙잡던 유민이. 지금도 나를 많이 원망하고 있을 터.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SNS 친구도 끊어진 상태니 메신저로 유서 전문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번엔 꼭 시원하게 뛰어내... ‘띠리링’ 그녀에게서 바로 답장이 날아왔다. 그녀 또한 유서인줄 모르는 눈치다.

유민> 헐. 완전 오랜만이네? 까먹고 있었어. 근데 이거 너무 감성에 젖어있는 글 아니야?ㅋㅋ 5년 전 일이라면... 뭐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걸? 게다가 그땐 우리 둘 다 어렸잖아. 그런 것들도 뭐 다 하나의 추억 아닐까 싶네. 그러니 너무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자책하지 말고 나중에 술이나 한잔 하자.

 

 

 의외였다. 그 가슴 아린 기억이 추억으로 남다니. 그녀의 답장을 읽고 난 뒤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장해두었던 유서 파일을 다시 열어 최종퇴고를 하기로 했다.

 

 “친구들에게는 제법 쓸모있는 녀석. 부모님에게 나름 효자노릇 톡톡히 하는 아들내미.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준 남자. 응? 27년 동안 뭐 나쁘지 않게 잘 살아온 거 아닌가? (중략) 앞으로도 꿋꿋히 살아가며 좋은 사람으로 남으련다.”

 

-끝-

 

 

<작문분석 - 유서첨삭>

1) 로그라인

.미션형ᅠ

주인공 수식어: 친구들과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 없는 주인공

욕망: 자살하고 싶다.

방해물(사람, 세력): 친구의 댓글, 엄마의 농담, 사랑했던 사람의 문자

 

 

2) 개요 분석-

-서 : 자살을 하기 위해 유서를 작성하고 sns에 올림

- 본 1 : 이를 본 친구가 소개팅 고맙다고 댓글을 닮

- 본 2 : 이를 본 엄마가 죽으면 허드렛일 누가 하느냐고 농담을 함

- 본 3 : 이를 본 유민이가 좋은 추억이었다고 문자를 보냄

- 결 : 생각해보니 그리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 것 같아 계속 살기로 함.

 

3) 훅, 홀드, 페이오프 분석

훅 : 자살 유서를 작성한다는 후킹

홀드 : 중간중간 유서를 퇴고하는 재미

페이오프 : 재밌다.

 

4) 개선점 제시

개선점보다 느끼는 점이 많다. ‘백수의 삶이란 기생의 연속이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이 주인공이 죽는 이유가 백수여서 그렇구나를 드러낸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라면 구차하게 설명했을 텐데 그저 한 문장으로도 치고 넘어갈 수 있다니. 그리고 레퍼런스화 시킨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너무 잘 쓴 글이다. 부럽다. 

 

5) 해당 작문에 대한 25자평

내가 쓰고 싶은 종류의 글. 

 

 


 

손석희 <지각인생>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 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 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 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각인생 분석>

1) 로그라인

텐션형 

텐션 포인트 -ᅠ 지각인생을 살다 보니 오히려 여유가 생겨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인다.

주인공 수식어 - 늦은 나이 마흔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 주인공

액자 안 주인공 욕망ᅠ - 미국에 가서 몸 성히 빈둥거리다 오고 싶다. 

 

 

2) 개요 분석-

-서 : 언제나 지각 인생을 살다 보니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인다.  

- 본 1 : 나이 마흔에 미국으로 유학을 감

- 본 2 : 기왕 늦은 인생 공부나 해보자며 미국 학교에 들어감

- 본 3 : 졸업보다 공부하며 힘들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남음.

- 결 :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적어도 후회는 없다. 

 

3) 훅, 홀드, 페이오프 분석

훅 : 지각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가끔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벌인다.

홀드 : 미국에 가서 느낀 점들. 

페이오프 : 지각인생이라도 절실하게 살았다면 후회는 없다. 

 

4) 개선점 제시

없다. 잘 썼다. 이 글도 공감이 많이 된다. 할지 안 할지 고민되면 일단 하고 후회하는 게 안 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 낫다는 나의 생각과도 같다. 멋지다. 

 

5) 해당 작문에 대한 25자평

지각 인생이 있으면 정시 도착 인생도 있고, 먼저 도착 인생도 있을 터.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글.

 

 


망한 작문 분석 예시 

작문 <날키스>

 

의미 없는 인생이라고 욕하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남기려고 수작질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나도 20대의 마지막 여름 휴가를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의미 없게 보내버린 내 20대를 그럭저럭 보상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휴가지를 찾다가 나는 외국의 어느 한 바닷가에 제대로 꽂혔다. 으흐흐, 수영복이 필요 없는 곳이거든.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어떤 장벽도 용서할 수 없어. 이번 여행을 계기로 인간의 원시적 소통을 가로막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이라는 벽을 깨보는 거야, 라는 말로 나는 운좋게도 정말, 운좋게도 내 여자친구를 설득했다. 가끔은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말이 인간에게 깊은 감동을 줄 때도 있나보다.

계획대로 되는 게 인생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여행도 그랬다. 여자친구는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습으로 내 앞에 엎드려 있었다. 파라솔의 그림자만이 그녀의 몸에 걸쳐 있었고. 얼마나 의미 있는 순간인가. 나는 성스러운 의식을 수행하듯 오일을 그녀의 몸에 떨어뜨리려는데 순간, "내 발찌! 어떡해!"하며 벌떡 일어나는 그녀. 6개월 간 다져논 내 상체를 뒤로하고 더듬더듬, 그녀가 미친 사람마냥 모래바닥을 더듬는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손에 놀아나는 모래들이 부러운 나는, 정말 미친놈이다.

년 간 갈고 닦은 나의 수영 실력이 고작 발찌를 구하는 데 사용될 줄이야. 찾는 시늉 좀 하다가 여자친구를 달래줘야지. 열심히 시늉하며 어푸어푸하고 있는데, 바닥에 무언가가 반짝거렸다. 설마? 

역시. 그냥 거울이었다. 거울의 가장자리와 손잡이에는 화려한 보석들이 박혀있었다. 이건 또 누구의 여자친구가 잃어버린 거울인가, 싶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이거라도 갖다주면 여자친구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쇠덩이로 만들었나, 한 손으로는 꿈쩍도 안한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이 깊은 바다 속에서 거울과 사투하는 미친놈은 나 하나였다. 나는 두 손으로 거울의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있는 힘껏 잡아 당겼는데, 어라? 

되려 거울이 나를 잡아 당겼다. 나는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거울 속으로.

아까봤던 거울이 50배는 커진 상태로 내 앞에 있다.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말을 잃는다고 그러던데, 그거 다 거짓말이다. 이런 당혹스러운 순간에 내가 처음으로 한 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으니까. "아! 이거 뭐야!" 

뭐야. 뭐야. 뭐야.

메아리었다. 여기가 산이 아니라 바닷 속인데 왠 메아리야.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여기 있는 걸까? 나는 다시 한 번 외쳤다. "거기 누구 있어요?"

있어요. 있어요. 있어요.

그 순간, 눈 앞에 있던 거울 안에 긴 터널이 생겼다. 뒤를 돌아봤지만 그 곳에 터널은 없었다. 나는 거울 속 터널을 향해 다시 물었다. "거기 안에 있어요?"

있어요. 있어요. 있어요.

나는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거울에 오른손을 대자 와장창 거울이 깨졌다. 나는 거울 아니,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터널의 벽면은 액자들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모두 내 독사진들이었다. 왼쪽 벽면에는 슬프고 절망적인, 오른쪽 벽면에는 기쁘고 희망적인 때의 사진들로 빼곡했다. 터널 끝으로 한걸음씩 옮겨갈 때마다 벽면 속에 빼곡한 사진들 속의 나도 조금씩 성장했다.

현재의 여자친구에게 고백을 받았던 당시의 사진이 걸려있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의 내 모습이 있는 곳까지 걸어왔지만, 터널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미래를 엿본다는 것은 마냥 신날 일만은 아닐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마침 사진을 보니까 여자친구 생각이 났다. 그래, 나는 여자친구의 발찌를 찾으러 왔었지. 지금은 너무 멀리 왔어. 여자친구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어서 돌아가자. 내가 몸을 돌려 거울이 있던 자리 즉, 터널 입구를 향해 달리려는 순간,

여기 있어요.

아까 그 메아리었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17세즈음 되어 보이는 벌거벗은 소년이 내 눈 앞에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다니, 나는 반가운 마음에 횡설수설대기 시작했다.

아까 그 메아리 맞지? 터널 속에 있었던 거야? 넌 어떻게 하다가 여기 왔니? 너도 여자친구가 뭐 잃어버렸니? 혹시 너도 거울을 봤니? 아, 그러니까. 난 거울 때문에 여기 오게 됐거든. 나중에 나가보면 알겠지만. 아무튼, 하는데 그 소년이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내 시선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소년의 얼굴에서 발끝으로 더듬더듬 내려갔다.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내민 채 소년에게 다가갔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이 볼을 스치고 등을 쓸어내리고 허리를 감쌌다. 이번에는 내가 소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입술을 떼려던 순간, 소년이 내 뒷통수를 잡아 당겨 힘껏 입을 맞췄다. 나는 눈을 감고 점점 소년에게 빨려 들어갔다. 나는 소년의 몸을 온 힘을 다해 움켜 쥐었다.오빠! 괜찮아?"

눈을 뜨니, 낯선 여자가 내 눈 앞에서 울상이 되어있다. 소년! 소년은 어디갔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터널 안이 아니었다. 나는 모래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나는 의식을 잃고, 꿈을 꿨던 것일까. 내 얼굴을 더듬으며 미안하다고 울어대는 이 낯선 여자는 아무래도 발찌를 잃어버린 내 여자친구인가보다. 그녀의 손이 내 몸 여기저기에 닿는다. 소년의 감촉과 비교해봤을 때 훨씬 

별로다.

이 여자에게는 소중한 발찌가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이 여자와 나 사이에는 말로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필연적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오빠, 손에 쥔 건 뭐야?"

소년일거야. 

난 소년을 움켜쥐고 있었거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움켜쥔 손을 봤다. 

수선화였다. 

나는 기뻤다. 꿈이 아니었구나.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이 낯설어진 존재는 내 손에 움켜쥔 것이 발찌가 아니라 실망한 것 같았다.

 

-끝-

 

 

<작문분석 - 날키스>

 

1) 로그라인

.미션형ᅠ

주인공 수식어: 20대의 마지막 여름 휴가를 보내는 주인공

욕망: 누드 비치를 즐기고 싶다

방해물(사람, 세력): 잃어버린 발찌, 이상한 거울

 

 

2) 개요 분석-

-서 : 여자친구를 설득해 누드비치에 당도한 주인공

- 본 1 : 여자친구가 발찌를 잃어버림

- 본 2 : 발찌를 찾으러 들어간 바다에서 거울에 빨려 들어감

- 본 3 : 거울 안에서 과거를 보다가 한 소년을 만남

- 결 : 사실 기절해있던 나였고 손에는 수선화가 쥐어있음

 

3) 훅, 홀드, 페이오프 분석

훅 : 누드 비치에 가고 싶다는 욕망.

홀드 : 갑자기 벌어지는 판타지. 거울 속의 신기한 현상들.

페이오프 : 수선화가 뭐길래?라는 의문.

 

4) 개선점 제시

처음 도입부에 미션이 너무 늦게 나온다. 굳이 누드비치여야 하나 싶다. 서론에서 발찌를 찾아야 된다는 미션에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 발찌를 찾아 바다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커플로 맞췄던 주인공의 발찌도 사라진다. 뭘 찾으러 갈 때마다 하나 둘 씩 사라져 마지막에는 누드가 된다. 누드비치에 가고 싶었지만 못간 주인공이 결국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되면 어떨까. 

 

5) 해당 작문에 대한 25자평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되는 작문

 


 

이 폼에 맞추어,

기준을 고퀄일반공식에 두고 분석하면 되는 것이다.

한 두개 분석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계속 분석하다보면,

점점 기준이 생기고, 수준이 올라가게 되어있다.

 

누구나 평가는 다 할 수 있다.

 

이건 잘 썼네,

이건 재밌네,

으, 이건 엉망인데?

 

직관적으로 말 할 수 있단 말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 

왜 좋은지, 왜 싫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너는 반드시 생각해봐야만 한다.

 

네가 작문을 써야만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네 작문에다

네가 발견한 장점들은 이식하고, 단점들은 뿌리 뽑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철저히 파악하자.

 

특히, 개선점 제시할 때는 무조건 디테일하게 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재밌다.

~한 점이 별로였다.

~는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를 넣어서 ~를 유발한 부분이 재밌게 느껴졌다. 나라면, ~를 도입해서 시너지를 내볼 것 같다.

~한 점이 별로였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하게 교체하면 ~~한 점에서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는 ~~로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

 

너는 평론가가 될 게 아니잖냐.

평론에서 그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는지까지 자꾸만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래야 네 걸 짤 때 그게 적용이 되는 거다.

좋다, 싫다 느낌만 가지고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가 없다.

명심하자.

 

PD 언론고시 교본_개정판.pdf
13.01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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